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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내가 그렇게 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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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줌마]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 차장


5년 전 이맘때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장욱진미술관에 간 적이 있습니다. 동화 같은 장욱진의 그림처럼 미술관도 울창한 초록 숲에 순백의 단아한 건물로 서 있더군요. 탄생 100주년을 기린 전시 주제가 ‘장욱진과 나무’로, 서울이 싫어 덕소 수안보 용인을 떠돌며 그린 그림 중 나무가 주인공인 작품들을 골라 걸었습니다.

나무 네 그루 위에 집을 짓고 세 식구가 강아지, 황소와 함께 걸어가는 ‘가로수’와 둥근 초록 나무 아래 세 아이가 벌러덩 누워 있는 그림 앞에서 얼마나 즐거워했던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인데도 ‘대작’ 대신 작고 앙증맞은 작품이 많아서 신기했는데, 그보다 더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스승 장욱진을 회고하는 제자들 인터뷰 영상에서 김형국 교수가 들려준 루브르 박물관 일화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에 장욱진과 가족, 제자들이 함께 구경을 갔는데, 입구에 당도하자 장욱진이 뜻밖의 말을 하더랍니다. “밖에서 기다릴 터이니 당신들이나 어서 들어갔다 오라.” 박물관까지 자동차를 태워준 사람 체면도 있고 해서 함께 들어가자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지요. 거듭 채근하는 딸에게 오히려 장욱진은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이 나이에 지금 루브르를 보아서 무얼 하겠단 말인가?”

제자인 조각가 최종태 교수의 회고도 나옵니다. 장욱진 그림에는 새들이 줄지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 많은데, 제자가 무슨 새냐고 묻자 “참새다” 하더랍니다. 그래서 “참새는 줄지어 날지 않는데요?” 하니 장욱진이 다시 답합니다. “내가 그렇게 하라 했다.”

어느 경지에 오르면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자신감이 이렇듯 충만해질까요. 오늘 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에도 나오듯, ‘술과 사투를 벌였다’고 했을 만큼 장욱진 화백은 술도 엄청 좋아했는데요, 이중섭 장욱진 한묵 등과 절친으로 어울려 다녔던 박고석 화백의 아내 김순자 여사에 따르면 “노란 알루미늄 주전자에 외상으로 막걸리를 받아다 주면 내 고무신에 술을 따라서는 취하도록 마셔대던 별세계 남자들”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러고 보니 미술계에는 ‘화가의 아내들이 장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순자 여사는 지난해 93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중섭의 일본인 아내 이남덕 여사와 장욱진의 아내 이순경 여사는 100세를 넘기며 장수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엔 “어쩌다 보니 이중섭의 유골도 먹어봤다”는 김순자 여사의 생전 인터뷰를 배달해드립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뉴스레터를 볼 수 있는 구독 창이 열립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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