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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1] There’s no good sh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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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상어는 없어?

조선일보

영화 '드라이브(Drive)'


악인과 선인을 구분하는 잣대는 언제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걸까. 영화 ‘드라이브(Drive∙2011∙사진)’에서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인공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 분)는 누군가에겐 악인, 누군가에겐 선인이다. 같이 만화를 보고 있던 옆집 아이 베니치오에게 드라이버가 묻는다. “쟤가 나쁜 놈이야?(Is he a bad guy?)” 베니치오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그렇다고 말한다. 드라이버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쟤는 상어니까요(Because he’s a shark).” 드라이버는 곰곰이 생각하다 다시 묻는다. “착한 상어는 없어(There’s no good sharks)?”

드라이버는 평소엔 자동차 수리공이나 자동차 스턴트맨으로 일한다. 하지만 그는 사실 은행 강도나 상점 강도들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칠 때 고용하는 도주 운전의 프로다. 딱히 말수가 많지도 않아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에게 관심조차 없던 그는 우연히 옆집에 사는 아이린(캐리 멀리건 분)과 가까워지면서 가슴속에 죽어 있던 무언가를 조금씩 깨우기 시작한다. 온통 삭막한 세상을 홀로 버티던 그에게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 베니치오는 어느새 너무나 큰 의미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소박한 행복도 잠시. 출소한 아이린의 남편 스탠더드(오스카 아이작 분)와 엮인 갱들이 베니치오와 아이린을 위협하면서 드라이버도 마지못해 갱들에게 협조한다. 그 과정에서 드라이버는 절대 보이고 싶지 않던 모습을 아이린에게 보이고 만다.

드라이버가 늘 입고 다니는 은색 재킷의 뒷면엔 커다란 전갈이 그려져 있다. 마치 상어처럼, 다가가면 이유도 없이 날 공격할 것만 같은 공포스러운 존재. 드라이버는 이제야 간신히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변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누군가를 위해 피를 흘리기까지 하지만 세상의 눈엔 그저 악당일 뿐이다. 그들 눈엔 착한 상어는 없으니까.

[황석희 영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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