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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軍에 협력한 우크라인…러 철수 뒤 반역자로 '법의 심판대'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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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러시아군, 점령지서 친러 정부 세우려 협력해줄 현지인 물색"

러군 철수 후 남겨진 우크라 협력인들, 형사 처벌 위기

우크라 검찰, 반역죄 914건 수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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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하르키우(하리코프) 북쪽 루스카 로조바 마을 인근의 파괴된 다리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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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그동안 이들에게 협력했던 현지인은 그대로 남겨져 형사 처벌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월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서 주민 5000여명이 사는 소도시 디메르를 점령한 뒤 올렉산드로 하르첸코를 새 시장으로 임명했다. 무명 사업가였던 하르첸코는 자신은 러시아 언론만 보고 있다며 강조하며 침공한 러시아군에 지원을 약속하는 등 러시아군의 편에 섰다.

그는 지난 3월28일 러시아가 국방부가 공개한 비디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언론을 믿지 말라"며 "러시아군은 적대적이지 않으며 당신은 이들에게 정상적으로 접근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연설 외에 러시아군이 주민들에게 음식과 약을 배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군은 디메르를 비롯한 점령지 곳곳에서 주민 반대를 잠재우고 친러 정부를 세우기 위해 지원해줄 만한 현지인을 물색했다. 당초 러시아는 남부와 동부 점령 지역에서도 전·현직 시장과 시의회 의원, 저명한 지역 인사 등을 포섭하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하르첸코와 같은 무명 인사들과 손을 잡게 됐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포리자주의 베르단스크에서는 경비원이 부시장이 됐고,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는 반(反)백신 블로거가 부지사 등 요직에 앉았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친러 행보를 보였던 이들이 형사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르첸코 또한 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러시아군이 디메르에서 퇴각한 뒤 홀로 디메르에 남은 하르첸코는 적군과 협력한 혐의로 구금됐다. 하르첸코의 모친은 "어려운 시기에 주민을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군과 협력한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굶주렸고 먹을 게 없었다. 러시아군이 점령하면서 힘든 시기를 맞았고 하르첸코는 도우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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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보로디안카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무료급식소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이 제공하는 식사를 배급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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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하르첸코가 돈바스 참전용사와 국토방위군 명단을 제공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러시아군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국민 대다수는 적군의 편에 선 반역자에 대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래 반역 혐의 914건과 적군 협력 혐의로 788건이 접수됐다. 반역죄는 전시 중 무기징역까지 처벌되고, 적군 협력죄는 15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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