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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발레 이외엔 다 무시…여자로서 삶 버렸다"('금쪽상담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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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간 오로지 발레에만 몰두해온 발레리나 김주원이 금쪽 상담소를 방문했다. 그는 과거 소아 강박 사실을 털어놓고, 어린 시절에 발레를 시작하며 겪은 힘든 경험을 전달하며 고민의 이유를 찾아갔다.

20일 밤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발레리나 김주원의 고민이 공개됐다.

이날 김주원은 "지금 되게 긴장하고 있다"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거의 처음이다. 인터뷰를 해도 주로 작품에 대한 걸 하고, 제 얘기를 포장해오곤 했다. 근데 오 박사님껜 포장이 통하지 않지 않냐"며 웃었다.

그는 "속마음을 꺼내 본 적 없는데 얘기하려니 겁이 많이 난다"며 조심스레 고민을 털어놨다. 김주원의 큰 고민은 바로 "무용수에겐 두 번 죽음이 있다. 첫 번째는 무대를 떠날 때, 두 번째는 진짜 인생의 죽음을 뜻한다"며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평생을 무대에 있었던 사람이니, 아직은 노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결국 무대를 떠나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 순간을 제가 과연 건강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많이 된다. 저에겐 무대가 자식처럼 소중한 건데, 그걸 떠나보낸 후 공허함을 못 견딜 것 같아 고민"이라 덧붙였다.

이에 오 박사는 "우리가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은퇴할 생각이 든다. 이때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걸 바로 상승 정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더는 올라갈 목표가 없고 현역으로서 물러나야 할 때가 왔다고 느낄 때 공허함을 느끼는 현상"이라 설명했다.

김주원은 "발레리나는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한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며 더 많은 이야기가 생기고 더 잘 교감할 수 있다. 그래서 잘 나이 들어가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신체는 그 반대가 된다. 예전보다 테크닉이나 에너지가 덜 해도, 관객들과 소통 없이 내가 살 자신이 없으니 내 작품을 만들자 싶어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앞두고 상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누구나 그렇다. 근데 주원 씨는 그러한 상실감과 허무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 박사는 김주원의 어린시절을 물었다. 김주원은 "전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여되는 걸 상당히 두려워한다. 그걸 보는 것도 힘이 든다"며 "그래서 금쪽같은 내 새끼를 한번도 안 봤다. 아이들이 힘든 걸 보는 게 힘들어서"라 설명했다.

이어 "근데 12월에 공연이 끝나고 보기 시작했다. 근데 거기 나오는 금쪽이들이 너무 저 같더라"며 "선생님 표현에 의하면 '왕예민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시절 유치원에 가기 전 옷을 겹겹이 있고 소매 길이 cm까지 정확하게 맞추려고 버스를 놓치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또 책가방을 쌀 땐 수업 별로 교과서와 노트의 배열이 정확히 챙겨야 잠에 들 수 있었다고. 김주원은 "그래서 금쪽이들을 지켜보며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오 박사는 "소아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사실 저도 어릴 때 시험지를 받으면 끝과 끝이 맞아야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게 있다. 제 연구소 테이블이 새하얀데 거기에 작은 얼룩이 하나 있으면 기어코 지워야 한다. 그래서 항상 지우개를 갖고 다닌다"고 설명,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 박사는 김주원의 소아 강박이 발레로 옮겨 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레리나에게 강박이 옮겨 가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강박이나 불안을 발레로 통제하며 그 안에서만 안정감을 찾았던 것.

김주원은 고민 끝에 "강박이 발레로 옮겨간 것 같다"고 인정했다. 또 지금도 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 루틴은 강박으로 가득 차 있었고, 현역 선수들보다도 빡빡했을 정도. 그는 "열이 펄펄 나거나 진짜 할 수 없을만큼 아플 때 제외하곤 매일 한다"고 설명해 경악을 자아냈다.

그는 "저도 쉴 때가 있다. 근데 쉬고나면 그 다음이 감당 안 된다. 제 몸을 진짜 예민하게 느끼니까"라고 덧붙였다.

김주원은 또, "저는 장기간의 휴가가 주어지면 정말 망연자실한다. 여행을 가도 가장 먼저 운동 공간이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몸이 느낄 힘들어지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주원은 어린시절 강박이 발레를 하며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털어놓으며, "제 가족들이 제게, 발레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 곁을 일찍 떠났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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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박사는 김주원이 발레리나 시절 예민함을 못 견뎌 몸이 신호를 보내왔던 일화들을 들으며, "본인의 욕구나 감정이나 휴식을 필요로 하는 신호를 무시한다. 인정하지 않는다. 내지는 너무 몰두해 못 알아차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김주원은 "제가 브레이크가 없다"며 인정했다. 이어 "춤을 추며 상당히 많은 장르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근데 사실 전 수줍음이 정말 많은데, 애써 그걸 숨겨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12살에 발레를 시작해 18살에 국립발레단 수석으로 들어갔고, 100명 무대에 서는 단체 생활하며 오해도 겪고 버거웠다"며 "근데, 또 제가 사랑하는 발레를 하려면 성격이 바뀐 것처럼 보여야 했다. 그래서 사회적 사람이 되려고 상당히 노력하며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유일하게 제 자신이 소통되고 편안하게 되는 건 발레 밖에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저를, 진정한 저를 알고 싶으면 제 춤을 봐주셨음 좋겠다. 무대는 거짓말을 할 수 없고 나의 모든 삶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제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걸 더 겁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김주원이 발레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들어보기로 했다. 김주원은 가장 먼저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시작하며, 그 나이대에 겪어야 했던 정서 경험이 저에겐 없다. 또 사랑도 남자도 만났지만, 어느 정도 만나고 나면 가정을 갖고 아리를 갖고 싶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제겐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 근데 아이를 갖게 되면 경력에 공백이 생긴다. 그 당시엔 제게 공연이 너무 소중해서 사랑하던 이들과 헤어지게 됐다. 그렇게 춤만 추다보니 46살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후배가 언젠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 낳고 싶다며 춤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 그 당시에도 그 친구는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운 세계적 발레리나였다. 충격받아 되물었다. 둘이 통화를 하며 한참을 울었다"고 털어놔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말 사랑하는 걸 택하기 위해 정말 사랑하던 걸 버려야 하지 않나. 저도 여자로서의 삶을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 후배가 무대를 떠날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출산은 발레리나에 큰 숙제고 양쪽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전 저의 선택에 너무 행복하다. 아직 춤을 출 수 있으니까. 나이가 더 들었을 때 후회할 순 있지만, 제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 중에 춤을 선택한 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주원은 대화 도중 중단을 요청하며 한참을 오열했다. 그는 "제 얘기가 잘 공감이 안 되실 것 같아 제가 우는 게 불편하다"며 눈물을 닦았고, "이런 얘기를 단 한번도 누군가에 꺼낸 적도, 하고 싶은 적도 없었다. 그냥 춤으로만 기억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다른 무대 뒤 모습을 별로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울었다.

오 박사는 "발레리나 김주원만 있지, 인간 김주원의 인생이 빠져있다. 저는 그냥 주원 씨가 발레리나 김주원은 영원하다. 무대에서 내려와도 그걸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기쁨을 줬던 건 그대로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가도 관객의 기억과 마음 속에 그대로 행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인간 김주원으로서의 인생이 또 펼쳐지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주원 씨도 이제까지의 삶이 모두 발레를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부턴 조금씩 감당할 수 있게끔, 애써 노력하며 조금씩 내려놔야 한다. 인간 김주원으로서의 삶의 영역이 더 커지면, 때론 맥주도 한 잔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고"라며 웃었다.

김주원은 "제가 언제까지 무대에 설 지는 모르지만, 내려가는 순간까지 행복하게 춤출 수 있을 거 같다"며 "인간 김주원의 애써 무시했었고 그게 행복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짓기도 했다"며 "꽤 오래 싱글이었는데 사랑도 하고, 하늘도 자주 보려고 한다"며 밝게 미소지어 보였다.

[박새롬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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