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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빅테크 저가매수 vs 에너지 추격매수…패러다임 전쟁[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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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주도로 하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기술주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기술주를 손절매하고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야 하는지, 주가가 많이 떨어진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인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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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올들어 하락률 가운데 절반 가량은 8대 빅테크주 때문으로 분석됐다.

8대 빅테크주는 애플, 마이크로소트프,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 플랫폼, 엔비디아, 넷플릭스를 말한다.

WSJ가 조사한 결과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S&P500지수는 13.7% 하락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6.82%포인트가 8대 빅테크주 탓이었다. S&P500지수의 나머지 492개 종목이 전체 하락률 중 나머지 6.93%포인트를 차지했다.

S&P500지수는 시가총액 가중평균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시총 상위 10위 안에 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 6개 빅테크주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25%에 달한다.

S&P500지수는 지난 17일 이후에도 더 떨어지며 19일 기준으로 올들어 하락률은 18.2%로 커졌다.

8대 빅테크주는 이보다 훨씬 큰 폭으로 추락했다. 넷플릭스가 70% 폭락했고 메타는 43% 내려갔다.

엔비디아는 넷플릭스나 메타 같은 어닝 쇼크가 없었는데도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추측만으로 41.8% 하락했다.

나머지 5개 빅테크주도 22~35%대의 하락률로 미끄러졌다.

S&P500지수가 시총 가중평균이 아니라 단순평균 방식으로 산정된다면 올들어 19일까지 하락률은 18% 가량에서 13% 수준으로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최근 빅테크주의 하락이 패러다임의 변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 말까지 3년간 90% 급등했는데 이 같은 상승은 빅테크주가 주도했다.

일례로 2020년 한 해에만 애플은 81%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41% 상승했다.

일부 시장 전략가들은 빅테크주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놓는다.

실제로 올들어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술주보다 PER이 낮은 가치주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러셀 1000 성장지수는 올들어 27% 급락한 반면 러셀 1000 가치지수는 10% 하락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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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증시를 떠받친 종목은 엑슨 모빌과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에너지주와 머크와 애브비 등 제약주였다. 3개 에너지주들은 올들어 40% 이상 급등했고 머크는 20%, 애브비는 12% 올랐다.

이 5개 종목은 올들어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향후 순익 전망치 기준 PER이 여전히 S&P500지수의 PER보다 낮다.

PGIM 퀀터테이티브 솔루션의 이사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드 캠프벨은 "우리는 금리가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더 올라가는 고 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런 환경은 가치주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회사가 지난 1년간 성장주를 팔고 가치주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S&P500지수는 현 수준에서 18% 추가 하락하며 3200까지 떨어지겠지만 에너지주는 상승 잠재력이 커지며 유망하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에서 신흥시장 투자 대표 겸 수석 글로벌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는 루치르 샤르마는 지난 2월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기고한 '2020년대 최고의 투자는 기술주를 팔고 원자재를 사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올들어 기술주 약세와 원자재주 강세는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주와 원자재주가 역사적으로 서로 상반된 사이클을 보여왔다며 기술주가 오를 때 원자재주는 떨어지고 기술주가 위축될 때 원자재주는 팽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자재주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강세를 계속하며 1980년대 정점에서는 미국 전체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했다. 반면 당시 기술주 비중은 20%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추세가 바뀌면서 2000년에는 기술주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커졌다. 반면 원자재주는 10%로 위축됐다.

기술주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일시적으로 붕괴됐으나 금세 상승세를 회복해 현재 전체 시총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주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샤르마는 19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기술주 약진과 원자재주 위축의 시장 구조가 이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주가 하락으로 빅테크주가 좋은 매수 기회를 맞았다며 빅테크주에 여전히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토니 로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애플, 일부 반도체주는 앞으로도 계속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좋은 기업이라며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업들은 앞으로도 오래, 오래 실적이 좋을 것"이라며 "이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에 인프라 혹은 뼈대가 되는 기업들이고 앞으로 경제 전체가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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