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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 우크라에 대함미사일 지원 추진…서구-러 ‘흑해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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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흑해 항구 봉쇄 해제 촉구하며

미, 우크라에 첨단 대함미사일 제공 검토

러는 제재 해제 요구…전역 흑해로 넓어질 수도


한겨레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가 지난 4월 중순 침몰했다. 미국은 식량위기를 일으키는 러시아의 흑해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기 위해 우크라이나에게 대함 미사일 제공를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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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요 곡물 수출항인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항구를 봉쇄하고 있는 러시아를 위협하기 위해 ‘하푼’ 대함 미사일 등의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흑해를 둘러싼 서구와 러시아 간의 ‘제해권 다툼’이 본격화되면, 최악의 경우 양쪽 간의 직접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흑해에 대한 러시아의 해상 봉쇄를 격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첨단 대함 미사일들을 제공하려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대함 미사일은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중 가장 파괴력 높은 무기이다.

미국이 이런 움직임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본격화된 세계적인 식량 위기 때문이다. 세계적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는 2020~21년 수출 시기에 4150만t의 밀과 옥수수를 전세계에 공급했다. 이 가운데 절대다수인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수출됐다. 이곳을 출발한 곡물은 터키의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로 나온 뒤, 수에즈운하 등을 거쳐 아프리카·아시아 등 전세계로 공급된다.

하지만, 전쟁 이후 러시아가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주요 항구를 봉쇄하면서 곡물 수출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주요 항구 주변에 기뢰를 설치했다.

한겨레

국제 사회는 러시아에게 곡물 수출을 가로 막는 항구 봉쇄를 풀 것을 요구해왔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14일 베를린에서 만나 회담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사용되는 항구 등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2500만t의 곡물이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들에 쌓여있다며 이 곡물들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식량들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18일 뉴욕에서 열린 세계식량안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천만명의 사람들을 식량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식량위기가 자신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며, 서구 국가들이 먼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19일 “러시아 연방에 호소해서만은 안되고 현재의 식량 위기를 야기한 복잡한 전체 이유들을 깊이 들여봐야만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들이 밀, 비료 등을 포함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곡물 수출항에 대한 봉쇄를 풀라는 서구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흑해 제해권은 제국주의 시절 크림 전쟁(1853~1856) 등을 통해 서구와 러시아가 번번히 격돌했던 사안이다.

양쪽 사이의 의견 차이가 쉽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미국에선 러시아군의 해상 봉쇄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게 우크라이나군을 무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미 행정부와 의회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미국은 보잉의 하푼 미사일과 노르웨이 콩스베르그사가 개발한 해군타격미사일(NSM)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 미사일들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달하거나, 유럽 동맹국들을 통해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미국은 하푼 미사일 발사대가 없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자국 전함에 설치된 발사대들을 철거해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거리가 최대 300㎞에 이르는 하푼 미사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포르투갈에게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무기이다. 의회의 한 소식통은 통신에 해군타격미사일을 제공하는 나라로 떠오른 것은 노르웨이라고 밝혔다. 하푼과 해군타격미사일을 한발 당 15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155㎜ M777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결정했다. 이 곡사포는 함정에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M270 같은 다연장로켓발사(MLRS) 시스템도 제공할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19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400억달러(약 51조1200억원) 추가 지원안을 통과시켜 머잖아 M270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무기 지원이 이뤄지면, 흑해 연안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해군은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 러시아는 잠수함을 포함해 20척의 함정을 흑해 연안에 배치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사거리가 100㎞ 이상인 하푼 미사일 같은 대함 미사일 12~24발 정도면 러시아 해군을 위협하기에 충분해, 해안봉쇄를 풀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14일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격침 당하는 손실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흑해 제해권은 서로에게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서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본격 위협에 나서면 러시아도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서구와 러시아가 해상에서 직접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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