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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밸브 열라' 지시 따랐더니 폭발" 에쓰오일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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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오전 울산중앙병원에 전날 에쓰오일 폭발과 화재로 숨진 직원 김모(39)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울산=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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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화재로 30대 협력업체 직원 숨져

“현장 말단 직원인 동생은 그저 ‘밸브를 열어라’는 지시에 따랐던 것뿐입니다. 착한 동생을 이렇게 떠나보낼 순 없어요.”

20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중앙병원 장례식장. 전날 울산 에쓰오일(S-OIL) 폭발·화재로 숨진 에쓰오일 A협력업체 직원 김모(39)씨의 누나(41)가 한 말이다. 그는 “일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늘 당부했는데, 결국 이렇게 갔다”며 “이틀 전 남동생이 ‘누나, 이사할 때 어려운 일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라고 했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쯤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큰 굉음과 진동을 동반한 폭발이 발생해 수십여m의 불길이 치솟았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당시 공장에서는 알킬레이션(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 추출 공정중 C4컴프레셔 후단 밸브 정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가스 밸브를 열던 김씨는 폭발 충격 때문에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는 게 김씨 누나의 주장이다.

김씨의 누나는 “동료들에게 들어보니 당시 남동생은 ‘이제 가스를 다 뺐으니, 밸브를 열어라’는 지시에 따라 공구를 사용해 밸브를 열었는데, 가스가 다 빠지지 않아 압력에 의해 폭발이 일어나서 추락했다”며 “2차 폭발 우려로 근처에도 못 가다가 3시간 반쯤 뒤인 밤 12시 24분에야 추락한 동생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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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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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누나는 “동생의 사고는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시운전 시 발생한 게 아니라 상관의 잘못된 지시와 업무 부주의로 발생했다”며 “누가 동생에게 그 업무를 지시했는지, 회사 대표가 승인한 작업인지 등 일련의 과정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업무는 4년 정도 근무한 동생의 계약상 업무에서 벗어난 범위의 일이다”고 했다. 김씨의 누나는 “동생이 속한 협력업체의 대표에게 이와 관련해 물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며 “동생과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 또한 3도 화상 등 중상을 입고 생명이 위독하다고 들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김씨 남매는 평소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고 한다. 김씨의 누나가 12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동생과 둘이서 생활해왔다. 김씨 남매는 어머니 묘지가 울산에 있었고, 아버지는 경기도에서 일을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 묘지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 울산에서 함께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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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알 카타니 S-OIL(에쓰오일) 대표이사 CEO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S-OIL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후세인 대표는 전날 발생한 폭발 화재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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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숨진 김씨가 음식점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의 누나는 “한번 장사를 시작했는데 잘 안돼서 결국 원래 다녔던 협력업체로 다시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됐다”며 “자신을 받아준 게 고마워 ‘일은 고되지만 올해까지만 다니고 하고 싶은 장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떠나버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에쓰오일 화재로 김씨를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298명, 소방차 56대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날 낮 12시 현재 주불은 진화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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