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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시설 23일 특별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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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공부했던 토담집 ‘마옥당’도 복원 공개

한겨레

차성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관장이 전시관 1층 안내데스크에서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면 정면 벽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 여러장이 번갈아 나온다. 안내데스크 맞은편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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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으로 사용될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세워져 그의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오는 23일 하루 특별 공개된다. 노 전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토담집인 ‘마옥당’도 복원돼 이날 공개된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8월27일 정식 개관할 예정인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23일 하루 특별 개방한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시민문화의 성장을 살펴보고, 대화와 타협, 토론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민주주의 학습장”이라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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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입구 쪽 모습. 1층처럼 보이지만, 들어가면 2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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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노 전 대통령 생가 맞은편에 임시건물로 있던 ‘노무현 대통령 추모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워졌다. 8092㎡ 터에 담장 없는 2층 건물과 접시 모양 야외공연장으로 이뤄져 있다. 건축연면적은 4121㎡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한 이로재 건축사무소의 승효상 대표가 설계했다. 건축비는 땅값을 포함해 218억원이 들었다. 땅·건물·전시물 등은 김해시가 소유하고, 운영은 노무현재단 봉하기념사업단이 맡는다.

개관에 앞서 미리 둘러본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2층 건물이지만, 계단 형태인 봉하마을 지형 특성 때문에 입구인 도로 쪽에서는 1층, 출구인 봉하들판 쪽에서는 2층 건물로 보였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1층처럼 보이는 건물 2층 입구로 들어가서, 내부시설과 전시물을 둘러본 뒤 1층 출구로 나가게 된다. 도로에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건물 옥상은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계단으로 되어 있다. 야외공연장은 입구 반대쪽 건물 2층과 연결돼 있다. 건물 이름은 간판이나 안내판도 없이 입구문 위에 조그맣게 붙어있을 뿐이다. 건물 들머리에선 노 전 대통령 동상이 방문객들에게 돌벤치에 앉아서 쉬다 가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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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들머리에서 방문객들을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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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2층엔 가족쉼터, 기념품점, 세미나실 등이 있다. 묘역·생가 등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관련 시설을 둘러본 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에선 노 전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토담집 ‘마옥당’이 봉하들판 건너로 한눈에 보인다. 1층은 노 전 대통령 일생을 소개하는 10개 전시실과 150석 규모 다목적홀로 이뤄져 있다. 2층은 무료시설이지만, 1층은 성인 기준 관람료 2000원(김해시민은 1000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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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출구 쪽 모습. 2층 건물과 접시 모양 야외공연장으로 이뤄진 전체 시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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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 ‘재의 역사-탄생’은 1949년 9월1일 봉하마을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잿더미처럼 황폐하고 척박한 땅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과 닮았다는 뜻에서 ‘재의 역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2전시실 ‘낮은 땅에서 올라오는 싹-성장’은 학창시절을 지나 군복무, 마옥당, 사법고시 준비, 판사 노무현이 되기까지 여정을 서사적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 ‘아스팔트 위의 불꽃-인권 변호사, 정치인’은 잘 나가는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나아가 시민운동가, 합리적인 법 제정을 꿈꾸는 국회의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4전시실 ‘육성의 방-노무현의 연설’은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알아보는 공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많은 연설 가운데 시민들이 특히 좋아하는 12개 연설을 다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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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제5전시실 내부 모습. 희망저금통 등 ‘노사모’ 활동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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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전시실 ‘바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대통령 선거’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노사모 관련 이미지와 활동 영상, 응원글을 통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공감하는 공간이다. 제6전시실 ‘우람한 나무-당선’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람의 시선을 먹고 자라는 당산나무에 비유하며 서민 대통령이 탄생했음을 웅장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공간이다. 제7전시실 ‘참여정부의 대한민국, 있었던 그대로-국정운영’은 참여정부의 기록과 발자취를 사실에 근거해서 전시열람하고 당시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참여정부의 공적뿐만 아니라 한계점과 실패한 정책도 소개된다. 제8전시실 ‘대통령의 귀향-봉하마을’은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이 펼쳤던 봉하프로젝트를 만나는 공간이다. 제9전시실 ‘천둥 속에서-검찰 수사’는 <한겨레> 등 언론보도를 통해 검찰 조사 과정을 담담하게 마주하는 공간이다. 제10전시실 ‘너무 슬퍼하지 마라-서거’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따라가며 슬픔과 희망과 애환을 마주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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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1층 전시실 복도. 복도 벽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과 한국 현대사가 시기별로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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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복도 벽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일생과 한국 현대사가 시기별로 정리돼 있다. 계단식 강당인 다목적홀에서는 강연·문화행사 등을 할 수 있다. 결혼식장 등으로 대관도 가능하다. 방문객은 1층 안내데스크에서 전자식 방명록을 쓸 수 있는데, 방명록을 쓰고 30분 이후부터 30분 동안 출구 쪽 복도 벽면에 방명록이 전시된다.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면 10개 전시실 관람에 40분 정도 걸린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에서 봉하들판 건너 산기슭에는 ‘마옥당’이 복원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66년 집에서 직선거리로 500m가량 떨어진 마을 건너편 산기슭에 토담집을 지어 ‘마옥당’이라고 이름 붙이고,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마옥당’은 학문을 갈고닦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절차탁마(切磋琢磨)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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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토담집 ‘마옥당’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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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험 공부는 수월하지 않았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다 다치는 등 공부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1968년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하느라 3년 동안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1973년엔 같은 마을 처녀 권양숙씨와 결혼을 해서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서, 결국 1975년 제17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당시 합격자는 모두 60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고졸 출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1명뿐이었다.

복원한 ‘마옥당’은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의 고증을 거쳐 예전 위치에 옛 모습 그대로 세워졌다. 다만 크기는 원래보다 조금 커졌다. 봉하마을 방문객들은 23일부터 마옥당 복원시설도 둘러볼 수 있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초대관장을 맡은 차성수 노무현재단 봉하기념사업단장은 “노 전 대통령 묘역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그분의 어록이 적혀있는데,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의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시설 이름에 넣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 문제는 다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역사의 빛을 향해 가지를 뻗은 우람한 나무로 노무현을 키워낸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배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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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살았던 ‘대통령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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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거행된다.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는 추도식에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공식 추도사를 하고, 정세균(전 국무총리)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한다. 올해 추도식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일반인 참석이 제한됐던 2020년·2021년과 달리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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