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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피플in포커스] '불의 전차'·2002 월드컵 주제곡 작곡가 반젤리스,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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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선구자…불의 전차 타고 긴 여행 떠나"

음악 배운 적 없는 '신동'…과학에도 지대한 관심 보여

뉴스1

영화 '불의 전차'와 한·일 월드컵의 주제곡을 만든 작곡가 반젤리스가 17일(현지시간) 늦은 밤 7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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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1981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불의 전차'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제곡을 만든 그리스 출신 유명 작곡가 반젤리스가 7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반젤리스의 법률 사무소는 반젤리스가 17일 늦은 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키리아코스 키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반젤리스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선구자"라며 "그는 불의 전차를 타고 긴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43년 그리스 볼로스 인근의 중부 해안 마을 아그리아에서 태어난 반젤리스 일찍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못, 유리잔을 피아노 현에 고정해 색다른 소리를 만드는 등 음악적인 실험을 하기도 했다.

정규 수업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6살에 첫 피아노 콘서트를 펼친 '신동'이었다. 그는 1982년 한 인터뷰에서 "학교는 작곡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창조를 가르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테네에서 자란 반젤리스는 아테네 미술 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1963년 첫 밴드인 '포밍스(The Forminx)'를 결성했다. 2년 후 파리로 건너가 동료 그리스 음악가 데미스 루소스와 함께 록 밴드 '아프로디테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결성했다. 이들의 싱글 '비와 눈물(Rain and Tears)'은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차트에서 1위를 했고 UK 톱 30에 진입하며 유럽 전역에서 히트했다.

1974년 런던으로 이주한 반젤리스는 사운드 연구소인 '네모 스튜디오(Nemo Studio)'를 만들어 10년 넘게 이곳에서 대부분의 솔로 앨범을 제작했다. 이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당시 반젤리스는 그의 명성을 드높인 여러 영화 음악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곳에서 19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선수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 '불의 전차'(1981)의 주제곡 악보를 썼다. 신시사이저 비트와 날아오르는 듯한 멜로디는 해변을 따라 달리는 육상선수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반젤리스는 이 주제곡으로 1982년 54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곡상을 받고, 그해 빌보드 앨범·싱글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다. 이 노래는 30년이 지난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메달 시상식 노래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의 다른 작업물들은 '불의 전차'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반젤리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 음악을 제작하는 데 몰두해왔다.

특히 반젤리스는 한국인들에게 2002년 한·일월드컵 주제곡 '축가(Anthem)'의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의 주제곡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작은 행성의 이름이 반젤리스의 이름을 따 '6354 반젤리스'라고 명명될 정도로 그의 과학과 우주에 대한 관심은 유명하다.

반젤리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출연한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음악 작업을 맡았고, 200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2001 마스 오디세이' 관련 음악을 작곡했다.

또 2018년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숨지자, 재생장치로 재현한 고인의 음성 기반 장송곡을 작곡해 호킹 박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의 마지막 음반인 '주노 투 주피터'는 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는데, 주노의 발사 기록과 우주에서 탐사선의 작동에 대한 기록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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