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1조 국내 전기차 투자 계획'...노사 임단협 변수 될까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현대차그룹이 18일 발표한 '21조 규모 국내 전기차 투자 계획'이 올해 고강도 하투(夏鬪)를 예고하고 있는 현대차·기아 노조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는 당초 올해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은 물론 전기차 시대의 고용 안정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측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9일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총 2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국내 연간 생산량을 144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앞서 발표한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 323만대의 45%에 달한다. 사실상 전기차 총 생산량의 절반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선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전기차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노조 달래기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그간 공장의 전동화를 우려하며 사측에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구체적인 고용 안정 계획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글로벌 전기차 투자 계획에 대해 종종 발표하면서도 고용 유지나 국내 투자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올해 고강도 하투를 예고하며 임단협을 벼르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미국발(發)로 들려오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은 노조를 더욱 분노케했다. 이들은 미국 전용 공장이 생기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출 물량이 줄기 때문에 고용 안정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회사의 미국 공장 건설 방침은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안으로 명백한 '단협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언론을 통해 건설 지역,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보도되면서 미국 내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 건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특히 공장 건설 예정지로 보도된 미국 조지아 주정부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내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의 이번 21조원 규모 국내 전기차 투자 관련 계획은 미국 투자 발표 전, 이를 반대하는 노조 달래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국내 전기차 사업 관련,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노조의 임단협 투쟁 명분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21조원은 지난해 5월, 미국에 203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투자금액 9조 5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연간 144만대에 달하는 회사의 전기차 생산량도 국내와 해외가 반반씩 담당하는 구도로 계획된 만큼, 적어도 전동화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됐다는 평가다.

다만 노조는 고용 안정 외에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신규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어 쉽게 칼날을 거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를 기아 노조와의 공동 투쟁 원년으로 삼고 '5대 핵심 요구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과 정년연장 요구 △고용안정 관련 요구 △해고자 원직 복직 및 가압류 철회 요구 등을 확정했다. 일각에선 노조가 5대 핵심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 반대를 내세운 고강도 투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사업은 이미 국가적 사업으로 성장했고, 보호무역주의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현지화 전략은 필수여서 사측 또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조원 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노조의 투쟁 명분은 약화됐지만,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 다른 요구 사항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며"노조원들 사이에선 외국 공장 건설은 곧 국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만연해 해외 투자에 대한 노조 리스크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연 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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