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尹정부 인사, 지역 배려 없어…보수당에 호남 대선후보 나와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동명의 연예인도, 검사도 있어 헷갈릴 법도 하지만 '박근혜의 입'이라면 모르는 이가 드물다. 6.1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얘기다. 이 후보는 보수당에는 적지에 가까운 호남에서 꾸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5번 출마(2번 당선)했고, 이번이 6번째 도전이다.

이 후보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남지사 출마의 변에 대해 "민주당이 오래 했다는 지적이 아니고, 특별히 잘못했다는 말도 아니다"라며 다만 "지난 27년은 민주당의 시간"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자신에게 기회를 한 번 달라고 호소했다.

여당 후보이지만 보수진영 내에서 호남 지역 민심을 대변하겠다는 그의 결의는 굳었다. 그는 "호남에 대한 보수정당의 근본적·파격적 인식 전환이 없는 한, 호남에서 보수 정권에 대한 바닥 민심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참배' 등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에 대해서도 그는 "착각이나 착시는 지금의 보수 빈곤 상황을 지속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에서 호남 인사 등용 등 지역균형·안배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질타했다. 그는 "인사에서 호남 배려가 없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서운하다"며 "우리 몸에서 간이나 콩팥이 작다고 내버려 두면 간과 콩팥만 아픈 것이 아니라 온 몸이 아프다"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윤 대통령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능력 위주 인사'라며 지역별·성별 인사 안배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 "엘리트는 몇 센티미터면 엘리트이고, 저울로 달아 몇 근이면 엘리트인가?"라며 "아이큐(IQ)가 150 천재인 사람도 봉사·리더십 아이큐는 100 이하일 수 있다. 다양성과 다원성이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에 대해 그는 "나는 분명히 친박"이라며 "그러나 도지사 출마는 이정현의 정치"라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사면된 이후 현실 정치에서 그의 영향력이 사라지다시피 한 가운데, 과거 대표적 친박 정치인이었던 그가 홀로서기를 선언한 셈이다.

이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포부에 대해 묻자 "지금은 선거에 전념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 내에서 '호남 후보 필패론'이 있다면, 반대로 보수당은 '호남 후보 필승론'이 나올 법하지 않나"라고 대선 도전 의사도 시사했다.

한편 그는 지난 2014년의 이른바 '세월호 보도개입 사건' 유죄판결이 재작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데 대해서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처를 드린 것에 사죄드린다"며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법원 판결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전화 및 이메일 서면을 통해 이뤄졌다. 이 후보는 "전남 곳곳을 다니느라 밥도 차 안에서 해결한다"며 "19일 선거운동 시작일부터는 잠도 3시간밖에 못 잔다. 전남이 얼마나 넓은지 아느냐"고 대면 인터뷰를 고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레시안

▲이정현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가 지난 12일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정현 선거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수, 호남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있어야…尹 정부 인사, 섭섭하다"

프레시안 : 국민의힘 후보로 전남지사에 도전한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배경은?

이정현 : 그 동안 전남 도지사를 독점해 온 민주당과 다른 방식으로 전남을 변화시켜 보겠다. 중앙정치의 볼모가 된 정치의 전남을 삶의 전남으로 논점을 바꾸겠다. 전남의 플랜을 대한민국 플랜으로, 대한민국의 플랜을 전남의 플랜으로 만들고 싶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현대적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전남' 선언을 하겠다.

'민주당이 오래 했다'는 지적이 아니다. 특별하게 잘못했다는 말도 아니다. 지난 27년은 민주당의 시간이었다. 민주당은 하고 싶은 모든 실험을 다 해봤다. 아쉽게도 30여 년 전 자신들이 정치적 발언으로 했던 '전남 소외'와 '낙후'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하다.

요즈음 새롭게 나오는 말은 호남 소멸론이다. 끔찍하다. 지금의 호남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다. 전남에서 거의 모든 선출직을 30여 년째 독점해 왔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당시 호남에서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최근 윤 대통령이 5.18 기념식 행사에 여당 의원들 거의 전원과 동반 참석하기도 했다. 지역 민심에서 변화가 느껴지나?

이정현 :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11%가 12% 되고 13%, 14% 됐다고 '변화'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보수정당, 보수세력의 호남에 대한 근본적인 혹은 파격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호남에서 보수정권에 대한 바닥 민심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非)민주당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면 그것은 오랫동안 지역정치를 장악해 온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랄까, 피곤 증세 정도일 것이다. 착각이나 착시는 지금의 (호남에서의) '보수 빈곤' 상황을 지속시킬 뿐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사에서 호남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정현 : 인사에 있어서 호남 배려가 없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호남 인물이 안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보면 은하수만큼 많이 보일 것이다. 서운하다. 우리 몸에 간이나 콩팥이 작다고 내버려 두면 간과 콩팥만 아픈 것이 아니다. 온 몸이 아프고 큰일이 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역별 안배는 역차별’, ‘능력 위주 인사가 원칙’이라며 균형인사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면이 있는 듯하다.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서 이에 대해 반박하자면?

이정현 : 엘리트는 자로 재서 몇 센티미터면 엘리트인가? 저울로 달아서 몇 근이면 엘리트인가? 그 엘리트들은 임진왜란 때 임금 모시고 피난 가기 바빴다. 임진왜란을 끝까지 막아낸 사람들은 전남인들이다. 영어, 수학, 국어 잘해서 아이큐가 150 천재인 사람에게 예능이나 체육, 봉사나 리더십에 관한 적성검사를 하면 아이큐가 100 이하로 나올 수도 있다. 다양성과 다원성이 반영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분명히 친박, 그러나 도지사 출마는 '이정현 정치'"

프레시안 : 과거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혔는데,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떤가?

이정현 : 나는 분명히 친박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관과 국민에 대한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지사 출마는 이정현의 정치다. 이정현이 도지사가 되면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다. 여당 소속 도지사가 대통령과 정부 부처와 여당의 지원과 도움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이다.

오히려 민주당 소속 도지사는 대통령과 정부에 일 보기가 껄끄러울 것이다. 여권에 끈이 없는 야당 도지사보다는 여당 소속 도지사가 전남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정현이 전남도지사에 당선되면 그것은 선거 혁명이고, 27년만에 전남에서 여야가 바뀌는 정치 혁명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후에 만난 적은 있나.

이정현 : 언론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변호사 외에는 아직 문을 개방하고 있지 않다. 뵙고 싶다.

프레시안 : 2020년 총선 당시 박 전 대통령 명예 회복을 주장하며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사실상 현실정치 관여가 거의 없거나 굉장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 부대변인부터 청와대 홍보·정무수석, 여당 대표까지 하는 내내 붙었던 '친박'이란 수식어는 이제 더 쓰일 일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친박’ 이름표를 뗀 이정현의 정치 목표는 뭔가?

이정현 : 이정현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저에게 여기까지란 없다. 사무처 말단 간사부터 17계단을 거쳐 당 대표에 선출됐다. 호남에서 보수당으로 3번 낙선하고 2번 당선됐다. 5년 동안 형언할 수 없는 고난을 겪으면서 성찰의 시간도 가져 봤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나에게 도전의 끝은 없다. 

당에 소속된 사람이 자기 당 사람 대통령 만들기와 자기 당 대통령을 도와 일하는 것이 해서는 안 될 일일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국회의원이 꿈이었던 나는 84년도에 정치에 발을 디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98년도에 국회의원에 처음 출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깝게 모셨던 분들이 노무현 정권에서도 큰일을 맡아서 하고, 그 분들이 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께 신임을 받아 나라를 위해 요직을 수행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 분들이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을 국민들이 함께 지켜봤다. 이상할 것도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정권의 흥망성쇠를 오랜 동안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통찰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 과거 호남 지역구 의원 재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된다면 다음은 대선 도전인가?

이정현 : (2016년) 당 대표에 도전할 때는 분명히 그런 목표도 있었다. 지금은 도지사 선거에 전념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호남 대선후보 필패론'이 있다면 반대로 보수당은 누가 됐든 '호남 대선후보 필승론'이 나올 법하지 않은가?

프레시안 : 2014년 세월호 보도개입 의혹 사건이 재작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진도 팽목항이 있는 전남지사로 나서는 데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이정현 : 세월호 유족들에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사죄 드린다.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법원 판결에 무조건 승복했다.

"광주공항, 공공의대…민주당이 한 게 뭐냐?"

프레시안 : 지역 현안을 좀 여쭤보겠다. 광주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은?

프레시안

ⓒ이정현 선거캠프


이정현 : 광주공항 이전은 민주당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공항 이전을 위해 무안에 신공항을 1999년도에 착공했다. 2007년도에 완공되고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광주시장도 전남도지사도 민주당 출신이다. 전남·광주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광산구청장, 무안군수, 도의원·시의원까지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공항 이전을 협의하고 타결 짓는데 이보다 더 좋은 여건은 없었을 것이다. 

공항을 이전하면 광주공항 부지 290만 평이 고스란히 각종 개발부지가 된다. 무안공항은 여객과 화물 전용 공항으로 특화될 수 있다. 같은 당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이 정도 합의 도출도 못하는 분들이 다른 (당과의) 통합을 얘기할 수 있을까? 전남인 중에 믿는 사람은 없을 거다.

프레시안 : 공공의대 설립 문제 역시 여전히 현안이다.

이정현 :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도도 강원대 의대가 있고 제주도도 제주대 의대가 있는데 전남만 의대와 그 부속 병원이 없다. 전남에는 정치인이 없었을까? 이정현이 도지사에 나선 이유다. 민주당과 다른 방법으로 전남을 확 바꿔 놓겠다.

프레시안 : 그런데 공항이나 의대 등의 사안은 국회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라 이 후보가 당선돼도 협력이 어렵지는 않겠나?

이정현 : 저는 모든 전남 발전 프로젝트를 민주당 의원들께 설명하고 상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분들이 했다고 생색내라고 할 것이다. 도민이 편리하고 행복하고 만족하면 나는 그만이다.

프레시안 : 전남은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이다. 지역 소멸 우려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이정현 : 일자리다. 농도인 전남에 농기계 생산 공단, 농약 생산 공장, 종묘 시험연구소, 심지어 농수축산 가공·생산 단지 하나가 없다. 반도체, 전자제품, 베터리, 대형 조선소, 자동차 공단은 차치하고 말이다. 청년들이 일자리 찾아 떠나는 전남은 노인만 남고, 세월이 가면 소멸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구 산업 시대는 그랬다 치고, 신 산업 시대는 호남에 햇볕정책이 절실하다. 미래형 자동차, 2차 전지, 첨단의료, 드론과 항공우주, 농수축산업 가공, 해양관광 관련 산업단지를 전남에 조성하는 데에 윤석열 정부와 앞으로의 정권들이 나서도록 역할을 할 자신이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전남 유권자와 <프레시안>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정현 : 지금 전남은 낙후를 넘어 소멸 단계에 들어섰다. 도민들, 특히 전남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들다, 27년간 전남도지사를 독점해 온 민주당이 4년을 더 연장해 31년을 한다고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한 번 '수평적 도정 교체'를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 도지사 교체가 전남 발전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