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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M' 돌려 'B' 됐다…외국기업 손절한 러 웃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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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짝퉁 브랜드’가 채우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카콜라(Coca-Cola)는 쿨콜라(CoolCola)란 유사한 이름으로 대체되고,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골든 아치(M)는 ‘B’ 모양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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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패스트푸드 체인점 엉클 바냐 로고(왼쪽)와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의 모스크바 매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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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쿨콜라, 이케아→이데아…짝퉁 속출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음료 생산업체 오차코보가 탄산음료 쿨콜라·팬시(Fancy)·스트리트(Street)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낯설지 않은 이들 3개 제품의 이름은 미국 음료 제조업체 코카콜라의 코카콜라·환타(Fanta)·스프라이트(Sprite)와 이름은 물론 병 디자인까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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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료 업체 코카콜라가 떠나자 러시아 음료 업체 오차코보가 출신한 쿨콜라·팬시·스트리트 음료. 오차코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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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러시아의 한 통조림 회사는 러시아 지식재산권청에 신규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엉클 바냐’ 상표를 신청했다. 지난 3월 9일 미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가 러시아 내 영업 중단을 선언한 지 3일 만이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엉클 바냐 체인점 로고는 맥도날드 M을 오른쪽 옆으로 돌린 B 모양이다.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맥도날드 로고와 동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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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오른쪽) 로고와 흡사한 러시아 가구업체 이데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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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업을 중단한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IKEA) 로고와 거의 똑같은 ‘이데아(IDEA)’도 지난 3월 말 등장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이케아 로고처럼 파란색 배경에 노란색 타원형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킨다. 그런데도 이 로고를 만든 러시아 디자이너는 이케아 로고와 유사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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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NS 인스타그램(위) 로고와 러시아 SNS 로스그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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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을 차단하거나 압박하자 유튜브(Youtube) 대신 러튜브(Rutube)가, 인스타그램(Instagram) 대신 로스그램(Rossgram)이 나오기도 했다.



푸틴 "서방 제재 극복 위해 계속 수입 대체품 만들겠다"



모조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는 이들은 러시아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쿨콜라 등을 내놓은 오차코보는 1978년 소련 시절 설립됐고, 러시아 호밀 맥주 크바스, 꿀로 담근 술 메도부하 등 러시아 전통 음료를 주로 생산했다. 맥도날드를 대체하겠다는 엉클 바냐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걸작 ‘바냐 아저씨’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업체는 햄버거·감자튀김 등 모든 제품을 러시아산 재료로 만들겠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서방이 제재하는) 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 계속 수입 대체품을 만들 것"이라면서 "자급자족은 러시아의 독립과 주권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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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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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이런 '짝퉁 브랜드'는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전쟁 장기화로 서방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활동을 종료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소넨필드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인 지난 2월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한 외국 기업·협회·연맹 등은 321곳에 이른다.

지식재산권 전문가 로버트 랜즈 변호사는 "러시아 정부는 소비자들이 예전에 샀던 제품을 못 구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특히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모조 상표를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소비자들이 이 모조 브랜드에 익숙해지면, 맥도날드 등 기존 브랜드가 러시아에 다시 매장을 열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 반응 부정적, 해적판 할리우드 영화 상영까지 불사



그러나 모조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 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탄산음료의 경우 기존 코카콜라보다 "달지 않다", "탄산이 약하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러튜브·로스그램 등은 동영상과 콘텐트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인들은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해 기존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을 사용하고 있다.

또 러시아인들은 검열받는 러시아 영화보다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해왔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지난 3월 초부터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하자 극동 지역 일부 극장은 수입이 80%까지 급감했다. 결국 러시아에선 해적판 할리우드 영화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 ‘더 배트맨’이 ‘박쥐’, ‘수퍼 소닉2’는 ‘푸른 고슴도치2’로 영화 제목이 바뀌어 상영되고 있다고 극동 매체들이 18일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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