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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윤 대통령은 IPEF 지분 챙기기…바이든 구상은 중국 따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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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력 새 화두로 떠오른 IPEF



중앙일보

한·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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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들어가야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니라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된다.”(외교부 당국자,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오는 21일 만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려는 핵심 이유다. ‘창립 멤버’로서 지분을 최대한 챙기는 게 중국의 견제로 인한 리스크를 넘어서는 실익과 명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IPEF는 미국이 미리 판을 다 짜두고 동맹·우방을 모으던 기존의 협의체와는 다르다.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IPEF를 떠받치는 4개의 기둥(pillar)만 세워둔 상태로, 내용은 앞으로 가입국이 함께 채워 나간다. 국가별로 원하는 기둥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도 갖췄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도 이슈를 선점해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일본을 비롯해 10여 개국의 참여가 사실상 확정됐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IPEF는 흰 종이나 다름없다”며 “마침 한국은 IPEF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제도도 이미 갖춰 스타트가 좋다”고 말했다.

10여 개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를 합치면 중국 GDP의 거의 두 배다. 양적으로 경제 규모에서 중국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선진 기술력을 고려하면 질적으로도 공급망 재편, 디지털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따돌리는 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견제는 벌써부터 노골적이다. “(미국의) 사리사욕으로 아태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 18일), “한·중이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에 반대해야 한다”(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16일) 등 고위급 인사들의 공개 발언은 중국이 IPEF를 대중 포위망 구축 시도로 인식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부가 ‘어차피 IPEF에 들어갈 거라면 좌고우면하지 말자’고 결정한 데는 과거의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호한 태도로 중국의 기대감을 키워봤자 후폭풍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발표 전 중국을 고려해 ‘3NO’(사드 관련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 입장을 유지하다가 전격 배치로 입장을 급선회했고, 중국이 더 크게 반발하는 빌미를 줬다. 문재인 정부도 중국이 껄끄럽게 여기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에 대해 “미국이 동참 요청을 한 적 없다”는 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워킹그룹별 협력’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중국에 내밀 명분도 나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IPEF는 절대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입국 중 한국에만 그러겠냐”고 반문했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한국은 어디까지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국제 무역 규범을 만들기 위해 IPEF에 참여하는 것이며, 중국과도 관련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이 초기부터 참여하는 게 IPEF가 반중 노선으로 흐르는 걸 막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대중 논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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