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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증시 급락해야 파이어족 일한다"…연준의 진짜 의도?[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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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적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고백하며 미국 증시가 18일(현지시간) 충격 속에 급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3.57% 하락한 3만1490.07로 마감했다. 110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4.04% 떨어져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나스닥지수는 4.73% 급락하며 지난 5일 이후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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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지금까지 떨어진 것 이상으로 더 추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구원자 역할을 해줬던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증시엔 신경도 쓰지 않고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내 유튜브엔 연준이 오히려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음모론적인 분석도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 풀린 대규모 유동성으로 자산이 늘어난 소비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소비를 계속할 여유를 갖게 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고 보고 증시 하락을 통해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 젊은 나이에 은퇴해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연준, 증시 급락해도 금리 올릴 것"

구겐하임 파트너스 글로벌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마이너드는 이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과 가을은 투자자들에게 끔찍할 것이라며 나스닥지수는 전 고점 대비 75%, S&P500지수는 28%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1월19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대비 현재 28% 가량 하락했고 S&P500지수는 올 1월3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대비 18% 가량 떨어졌다.

그는 "현재 증시는 (2000년) 인터넷 버블 붕괴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며 연준이 주식시장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분명해 보이는 건 (연준에) 시장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라며 "우리 모두 이제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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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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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월스트리트 저널(WJS)과의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필요"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가) 전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이해되는 수준을 넘어선다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 여건이 적절하다고 느껴지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연준이 의도적으로 증시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안유화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연합인포맥스 유튜브에 출연해 미국은 제조업보다 금융시장에서 부를 창출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가기는 힘든 만큼 한 번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 그 때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1만에서 2만 가는 것이나 1000에서 1만 가는 것이나 상승폭은 비슷하지만 상승률은 2배와 10배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만큼 주가를 떨어뜨려 낮은 수준에서 다시 끌어올리는 게 부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안 교수는 "지금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그 동안 풀었던 돈들을 다 회수하고 거품이었던 자산가격을 떨어뜨리는 단계에 왔다"며 "금리 인상을 언제 멈추느냐가 (증시 하락이 멈추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미국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금리 인상이 멈추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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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잍튜브' 화면 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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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자유잍튜브'는 지난 13일 '연준의 진짜 계획'이라는 영상에서 물가가 올랐어도 사람들이 충분히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으니 인플레이션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주식과 암호화폐 등 자산가치 하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연준과 월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지난 2월에 크레딧 스위스의 금리 전략가인 졸탄 포자르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자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볼커 (전 연준 의장) 스타일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볼커 전 의장은 1970년대 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인물이다.

포자르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임금 인상을 막아야 하고 노동력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돈을 잃은 사람들이 일하러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영상은 또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증시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준이 떨어뜨려야 한다"며 "미국 가계는 상당한 양의 자산을 주식으로 갖고 있어 주가는 그들의 지출 의사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더들리 전 총재는 지난 4일 CNN과 인터뷰에서 증시 급락과 관련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확히 연준이 일어나기를 원하는 일"이라며 "연준은 증시 약세와 국채수익률 상승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지난 1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는 "6개월 전에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3~4% 정도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4~5%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1%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지난 12일 마켓플레이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경제의 수요"라며 "금리를 올려 고용시장이 균형상태로 돌아가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수요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유화 교수와 자유잍튜브가 주장한 것처럼 금리 인상을 통해 자산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가고 지출을 줄여 수요 측면에서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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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자산 버블을 빼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83세로 시장의 버블을 족집게처럼 예측해온 제레미 그랜덤은 이날 CNBC에 출연해 현재 증시 버블은 2000년 닷컴버블 때보다 심하다며 주가가 올들어 지금까지 떨어진 것보다 2배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전에 S&P500지수는 (올들어) 19.9%, 나스닥지수는 27%까지 떨어졌는데 나는 최소한 그 두 배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운이 없다면 하락률이 3배가 될 가능성도 있으며 2000년 닷컴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는데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덤이 말한 일전이란 지난 12일 장중 최저점을 의미한다. 이날 급락으로 S&P500지수는 올들어 하락률이 17.7%로 커졌고 나스닥지수는 다시 27%까지 확대됐다.

GMO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그랜덤은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급락을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했을 때부터 증시의 투기적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심하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이번 버블은 표면적으로 미국 기술주에 집중돼 나스닥지수를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2000년 닷컴 버블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면서도 두 버블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에는 매도세가 미국 주식에 집중되며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자산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모든 자산이 (버블에) 얽혀 들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주식과 부동산의 조합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우리는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랜덤은 이미 올초에 "버블의 휘황찬란함"의 끝을 경고하면서 주가가 45%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엔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연준이 증시를 부양하겠다며 금리를 낮추면 당해낼 악재가 없고 연준이 증시를 떨어뜨리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당해낼 호재가 없으니 연준과 같은 편에 서라는 뜻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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