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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동훈 인사서 ‘전 정권’ 수사 포석 보인다…‘현 정권’ 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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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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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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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단행한 고위급 검찰 인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 정권 인사와 관련한 사건을 들고 있는 주요 검찰청에 ‘윤석열 사단’ 검사가 대거 지휘부로 배치된 점이다. 이번 인사를 놓고 전 정권 수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 정권 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일부 검찰청의 검사장을 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52·사법연수원 29기)는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한동훈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한 뒤 한직을 전전하다 최고 요직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신임을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눈앞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취임사 중 “불법을 외면하는 것은 검사의 의무 위반”이란 대목을 읽으며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항의한 일화로 유명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야권 인사와 관련한 주요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송경호 검사와 ‘조국 수사’를 함께한 고형곤 포항지청장(52·31기)이 4차장검사로 직접 팀장을 맡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연루 의혹을 받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지휘한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민간사업자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이 위원장의 배임 의혹 수사,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터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중 유일하게 유임된 정진우 1차장검사(50·29기)는 문재인 정부 실세로 불린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해왔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위원회 증인이었던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48·31기)가 2차장검사로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위증’ 의혹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박기동 원주지청장(50·30기)이 3차장검사로 ‘여성가족부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다.

‘비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후곤 대구지검장(57·25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재수사 여부를 검토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장관을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든다”며 재수사 여지를 뒀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은 19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한양대 사무실, 산업부 산하기관 6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최근 대전지검이 수사하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기록도 복사해 검토했다. 백 전 장관 등 ‘월성 원전’ 피고인들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핵심 피의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51·26기)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정점으로 치닫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직접 책임지고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 지검장은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인물이지만 이번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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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무실 앞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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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장으로 승진한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49·29기)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로 더욱 막강한 수사력을 확보했다. 양 인권보호관은 2020년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주장한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뒤 좌천됐다. 합수단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 수사는 물론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도 넘겨받아 재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강기정 전 정무수석, 기동민 민주당 의원 등이 이 사건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관할에는 경찰이 수사를 맡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도 있다.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다. 이 펀드에는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투자금도 거액이 들어갔다. 장 대사와 김 실장 등이 특혜를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장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는데, 검찰이 ‘정치적 카드’를 아끼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홍승욱 서울고검 검사(49·28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한 수원지검에는 이재명 위원장이 연루 의혹을 받는 사건이 여러 건 있다. 홍 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장관이 피의자인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다 좌천된 인물이다. 수원지검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이 위원장의 측근인 이태형·나승철 변호사를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수원지검 관할 경찰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집 의혹’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며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반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놓고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만 서면 조사를 거쳐 불기소 처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 157개 중 5개를 소유한 사실, 김 여사가 서울대 최고지도자과정 원우수첩에 ‘도이치모터스 이사’ 직함을 기재한 사실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불공정 수사’ ‘선택적 공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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