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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업 '피터팬증후군' 막는다…정부, 中企혜택 '5년 유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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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 꺼리는 중소기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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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판을 키우는 규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각종 규제가 급증하고 혜택이 중단돼 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머물려는 '피터팬증후군'을 막기 위해 중견기업 진입 유예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법령 개정을 본격 검토한다. 장수 기업 육성을 목표로 중소·중견기업 경영권을 상속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사후 관리기간을 현행 7년에서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조만간 중견기업 진입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논의한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법적 규모 이상으로 커진 기업은 3개 과세연도까지 유예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과 정책 지원을 누릴 수 있다. 중소기업은 업종에 따라 3년간 평균 연매출 400억~1500억원 미만, 업종 무관 총자산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중견기업은 연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이며 총자산 5000억원 이상, 10조원 미만에 해당한다.

중기부는 이르면 연내 논의를 매듭짓고 내년 초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예기간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 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3년 유예만 해도 충분하다거나 오히려 유예기간이 기업을 안주시켜 피터팬증후군을 심화한다고 본다"며 "전문가들과 업계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피터팬증후군에 걸려 성장판을 스스로 닫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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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에 진입하는 순간 80여 개 혜택이 사라지고 규제가 20여 개 추가된다. 우선 공공조달 시장 참여 기회가 박탈되고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은 10%에서 3%로 3분의 1로 떨어진다. 연구개발(R&D)세액공제율도 25%에서 최저 8%로 크게 감소한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혜택은 급감하고 규제는 늘어나니 상당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 회귀를 희망하거나 실제로 사업 확장을 포기하고 기업을 쪼개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견기업 수는 5526개로, 전체 기업의 1.4%에 불과하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또 다른 애로 사항인 가업상속공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한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승계한 경우 영위 기간에 따라 200억~500억원까지 상속세에서 공제해 상속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하지만 워낙 요건이 까다로워 기업들의 활용도는 저조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연평균 92.8건이며 공제금액도 평균 2865억원에 그친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왕국인 독일은 같은 기간 연평균 결정 건수가 9995건이었고 공제금액도 평균 146억3100만유로(약 19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시급한 가업상속공제 완화 조치로 현행 7년인 사후 관리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일본과 같은 5년이나 그 이하로 줄여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완화 방향은 확실하나 구체적인 기간은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후 관리기간이 7년에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하에선 상속자는 해당 가업 자산의 20% 이상을 7년간 처분할 수 없다. 이 기간에 휴·폐업도 금지되며 대표자 자격도 유지해야 한다.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와 총급여액 평균도 기준치의 100%에 미달하면 안 된다.

기업들은 특히 7년간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 중분류 내에서 유지해야 하는 조건에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후 관리기간에는 제조업체(대분류)가 서비스업(대분류)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화학제품(중분류) 제조업에서 금속 가공제품(중분류) 제조업으로 변경하는 게 불가능하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최근 플랫폼 기업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면서 기존 산업 분류는 그 의미를 잃고 있다. 향후 국내 제조업이 생존하려면 제조서비스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 업종 유지 요건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사후 관리기간 단축을 환영하면서도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사후 관리기간 중에도 중분류를 넘어 대분류 간 업종 변경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상속기업의 20% 이상 자산 처분 금지 조항도 적격합병인 경우 50% 이상 처분 금지로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적격합병은 인수당하는 기업의 종업원, 사업장 등을 인수기업이 고스란히 유지하는 형태의 인수·합병(M&A)을 뜻한다.

■ <용어 설명>

▷ 피터팬증후군 :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에 진입할 때 각종 혜택이 끊기고 규제가 강화되는 걸 두려워해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는 현상을 뜻한다.

[이종혁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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