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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중 패권경쟁 변수 될 21일 호주 총선…여야 초접전 결과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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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총선을 이틀 앞둔 19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한 사전투표소 앞에 후보들의 선전물이 세워져 있다. 시드니/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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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치러질 호주 총선을 앞두고 스콧 모리슨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연합과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초접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대외정책에서 선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선거 결과는 미·중 패권경쟁과 기후변화 대응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내세운 노동당은 총선 레이스 초반부터 근소하게 앞서 왔으나 최종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한치 앞을 모를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1·2위 양당 대상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율은 48%로 자유·국민연합(46%)을 오차범위인 안에서 앞섰다. 유권자의 7%는 지지정당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주 전 조사에서 노동당과 자유·국민연합의 지지율은 각각 49%대 45%였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서는 여당이 앞서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리졸브 스트래티지의 17일 조사에 따르면 사전투표 득표율에서 자유·국민연합은 이전보다 상승한 34%였고, 노동당은 31%로 하락세를 보였다. 유권자 1700만명 가운데 600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모리슨 총리는 사전투표 결과를 두고 “정말 고무적”이라고 말했고, 노동당은 “믿을 수 없게 따라잡혔다”고 인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전했다.

자유·국민연합의 지지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중국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은 기후대응과 경제문제였지만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지난달 안보협정을 체결하자 안보 이슈가 부상했다.

중국은 호주에 소비재를 수출하고 호주는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해 양국은 서로 긴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2016~2017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도록 자국 기업을 내세워 호주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국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모리슨 총리가 2018년 취임한 이후 호주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 반중 노선을 펼쳤다.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수입규제로 맞섰다. 이는 중국 내 석탄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요소수 대란을 부르기도 했다. 호주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과 호주 갈등은 경제 분쟁을 넘어서 군사적 긴장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가 정보동맹 파이브아이즈, 안보동맹 쿼드에 이어 영국, 미국과의 군사협의체인 오커스를 결성하자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으며 맞불을 놨다.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는 모리슨 정부의 이같은 외교정책을 “최대 시장 중국과 척지는 위험한 전략”이며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모리슨 총리는 “재집권 시 노동당보다는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연일 노동당을 친중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호주 선거가 중국 문제로 과열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은 ‘친중몰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구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내걸고 경쟁자들을 ‘중국의 스파이’ ‘중국의 꼭두각시’로 몰아붙이는 현상도 벌어졌다고 호주 ABC방송은 전했다.

총선 결과는 미·중 패권경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호주는 세계 1위의 철광석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리튬 수출도 세계 1위다. 호주가 친중노선을 취하느냐 미·중 등거리 외교를 하느냐에 따라 원자재 공급망 판도가 바뀌게 된다.

글로벌 탄소감축 움직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호주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지형이지만 에너지의 70%를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광업이 주산업이지만 최근 산불, 호수, 가뭄 등 극심한 자연재해를 잇달아 겪으면서 기후위기 해결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석탄 수출국인 만큼 호주의 탄광 폐쇄는 세계적 탈탄소 시계를 빨라지게 할 수 있다.

모리슨 총리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영국과 미국 절반 수준인 2005년 대비 26~28%로 제시한 반면 노동당은 43%를 내놓았다. ‘틸(청록색)’로 불리는 무소속 후보들은 50~60%, 녹색당은 75%를 제시하고 있다. 녹색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종전보다 의석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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