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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학력저하 해결 시급’ 한 목소리…해법은 제각각[키워드로 본 교육감 선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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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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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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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각 시·도 교육감은 오는 7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학교현장에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지만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교육감들에겐 본격적인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을 위한 교육정책을 제시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진행된 전반적인 학력저하 문제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후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로 꼽고 있다. 또한 무너진 기초학력의 토대를 다시 세우는 방안을 두고 후보들이 벌이는 정책 경쟁은 향후 4년간 교육정책의 향방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수월성 교육 vs 공교육 강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사상 초유의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은 기초학력 수준이 속절없이 무너진 한 해였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로 교과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9년에 비해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났을 정도였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약 3%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국가 공식 통계에서 한 해 사이에 이 정도로 급격한 격차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고2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과목인 영어에서는 해당 비율이 1년새 3.6%에서 8.6%로 올랐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 자체가 가장 높은 수학에서는 같은 기간 9%에서 13.5%로 높아졌다. 중3 학생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극심한 학력저하 후유증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차기 교육감 후보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공약도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한 학생들을 위한 대책에 집중된다. 특히 ‘수포자(수학 포기자)’라 불리는 학생들의 비율이 7명 중 1명 꼴로 늘어난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답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크다.

다만 기초학력 저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대해선 후보의 성향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교육감과 함께 공통되게 추진해온 일제고사 폐지나 혁신학교 도입 같은 정책기조가 코로나19 이전부터 학력저하를 불렀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제시되는 해법 역시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경쟁을 통해 수월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와 진보 후보간 1대 1 구도가 일찌감치 확정된 부산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출신인 하윤수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대표적이다. 지역 특성에 맞게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화할 부산학력평가연구원을 신설하고, 성적이 더 높은 학생에 집중해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을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반면 진보 성향 후보들은 애초에 불평등한 출발선 때문에 ‘부모 찬스’를 쓰지 못하는 계층의 학생일수록 더 심각한 학력저하를 겪었고, 그 결과 학생 부모의 계층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도 더욱 커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보다는 낮거나 중간층인 학생들을 위한 대책에 집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에서 3선 연임에 도전하는 조희연 후보가 제시한 ‘서울형 기초학력 보장제’는 학습중간층 학생들의 비율과 수준을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인) 등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지원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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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이 만병통치약?

보수 후보들은 대체로 수월성교육과 경쟁에서의 앞선 성과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진보 후보들은 공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는 정도의 차이는 이번 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성향인 최계운 인천시교육감 후보처럼 아예 사교육의 역할을 인정하겠다고 나선 후보도 있다. 학생 가구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원비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한편, 학교에서는 입시 관련 컨설팅을 늘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을 분담한다는 구상이다. 일부 진보 후보들도 ‘상시 학력진단 시스템 개발’(부산)이나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도입’(충남) 등 보수 성향 후보들에게서 주로 나오던 공약들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공교육 체제 안에서 다양한 교육 수요를 최대한 해결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 양측 후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공약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습보조 시스템을 도입한다거나 학업평가 체계를 갖추겠다는 항목은 거의 대부분의 후보 공약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교육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높아졌고, 관련 정책기반도 확충된 데 따른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에서도 인공지능을 포함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교육현장의 변화를 공언했기 때문에 향후 4년간 같은 맥락의 변화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너나없이 부르짖는 인공지능 공약을 두고 후보간 차이를 찾기 어려운 점 외에도, 실제로 인공지능이 기대만큼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교육감 후보들이 기초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은 없이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의 공약만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현상만 주목할 뿐, 그 원인이 되는 문해력 문제나 학습의욕 상실, 학생 희망 진로와의 불일치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은 결과 보수와 진보 모두 ‘수박 겉핥기식’ 공약만 제시한다는 것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사이버 강의처럼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콘텐츠를 쥐어주고 아무리 공부하라고 해도 보지 않는 것이 대부분 학생들의 현실인데, 인공지능을 도입한다 해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교사가 나서서 학생마다 기초학력이 떨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나와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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