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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크래커] ‘LUNA’ 창립자에서 ‘LUNATIC’으로 전락...권도형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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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T)의 폭락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외신들도 휴짓조각이 된 두 코인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요. 특히 두 코인을 개발한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권도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권 대표를 “며칠 만에 무너진 60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만든 미치광이(LUNATIC)”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루나(LUNA) 창립자에서 미치광이(LUNATIC)로 전락한 권도형은 대체 누구일까요.

27세에 테라폼랩스 설립...잘 나가던 청년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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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출처=테라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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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1991년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확히는 각각 3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권 대표는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의 신현성 창업가와 테라폼랩스를 설립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고정된 암호화폐) 테라와 이와 연동된 코인 루나를 발행했습니다. 권 대표는 두 코인에 특이한 알고리즘을 도입했는데요.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방식이었죠. 또 테라를 예치하면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습니다.

테라는 사업 초기 ‘다단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열풍이 불면서 급성장했습니다. 루나는 한때 시가총액이 50조 원에 달했고, 테라 역시 시가총액 23조 원을 웃돌았죠. 두 코인이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급부상하면서 권 대표는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올해에만 무려 15억 달러(약 1조8500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하며 암호화폐 큰 손을 의미하는 ‘비트코인 고래’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권 대표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인으로 소개했습니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자신감이냐 오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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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트위터 계정. (출처=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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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도권(Do Kwon)’ 불리는 권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습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팬덤을 구축했는데요. 권 대표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90만 명이 넘습니다. 이 같은 모습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닮았다며 ‘한국판 머스크’로 불리기도 했죠.

권 대표는 평소 SNS 통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경쟁자들과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곤 했는데요. 지난해 7월 영국의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가난한 사람들과 논쟁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줄 잔돈은 없다”고 답했죠.

또 2020년 12월에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는 이들을 향해 “왕 앞에 절하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며칠 전인 4일에는 한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업체 중) 95%는 망한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라고 말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태도를 두고 ‘오만하다’. ‘겸손하지 못하다’고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천재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투자자들 집단 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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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코인 업계의 ‘총아’로 떠오르던 권 대표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전락했습니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권 대표는 가상자산계의 엘리자베스 홈스”라고 비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입니다.

과거 권 대표의 행적과 발언들도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는 권 대표가 과거 실패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 캐시’를 만드는 데 참여한 적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권 대표를 “트래시 토크(상대방을 기죽이고 약 올리기 위한 기분 나쁜 말)를 하는 한국 기업가”로 소개했습니다.

권 대표는 16일 ‘테라 리서치 포럼’에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는데요. 투자자들의 90% 이상이 반대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루나와 UST는) 가상화폐의 피라미드(다단계 사기) 버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권 대표에 대한 소송과 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소송을 위해 만든 카페에는 닷새 만에 2000이 넘는 피해자들이 모였습니다.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이미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루나가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국가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투데이/강문정 기자 (kang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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