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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쟁사와 접근 방식 완전히 달라"…'아크'로 그리는 인텔의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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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텔이 AMD의 라데온 그래픽 수장인 라자 코두리를 영입하면서부터 아크(Arc)에 대한 초기 홍보가 시작됐다. 이후 인텔은 첫 독립 그래픽 카드 출시를 향한 긴 여정에 올랐고, 경쟁은 심화했다. 엔비디아는 마니아 시장과 기업 시장 양쪽에서 모두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이고, AMD는 애슬론(Athlon) 초창기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정도의 맹렬한 기세로 인텔을 압박하고 있다.
ⓒ Intel

간단히 말해 오늘날의 독립 그래픽 시장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인텔 부사장이자 그래픽 및 게이밍 팀 총괄 관리자인 로저 챈들러는 오히려 현 상황을 인텔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 본다. 챈들러는 하드웨어 OEM 및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인텔의 강점을 발판으로 아크가 크리에이터와 게이머 모두에게 독보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텔의 생각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필자가 인텔의 존스 팜 캠퍼스에서 첫 아크 노트북 GPU를 벤치마크했을 때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인텔의 열의는 확고하다.


하드웨어는 어디에?

인텔 아크 A370M이 AMD, 엔비디아에 필적하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해도 정작 하드웨어를 구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인텔은 결국 데스크톱 출시를 또다시 지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필자는 챈들러에게 아크가 2022년에 주류로 부상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아니면 그 시기가 더 미뤄질 것인지 물었다. 챈들러는 과감하게 “올해”라고 답했지만, “올해가 1세대 제품이 출시되는 시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챈들러는 아크가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을 우선시하는, 느리지만 꾸준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엔비디아와 AMD는 데스크톱 GPU를 먼저 출시하고 몇 개월 뒤에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다. 인텔이 노트북을 우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텔은 아크가 노트북 시장에서 즉각적인 우위를 제공하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챈들러는 “인텔의 전략과도 잘 맞는다. 인텔은 그동안 꾸준히 통합 그래픽을 개선해 왔으며, 그것이 우리의 기반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챈들러는 OEM 노트북 제조사와 인텔의 오랜 협력 관계도 언급했다.
인텔의 존스 팜 캠퍼스에 있는 아크 레퍼런스 노트북 ⓒ Matt Smith/IDG

그러나 모바일 아크 역시 지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 갤럭시 북2(Galaxy Book2)에는 인텔 아크 A350M 구성이 있지만 북미에서는 이 구성을 아직 선택할 수 없다. 인텔 아크를 채택한 레노버 요가 2-in-1(Lenovo Yoga 2-in-1)도 발표만 됐을 뿐 출시는 6월 이후로 예정돼 있다.

챈들러는 “고객사가 맡은 부분이 완성되어 시장에 빨리 제품을 출시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다. 그러나 파트너와 함께 노트북을 개발할 때는 파트너의 스케줄과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다. 공급망 문제는 노트북 시장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텔은 모바일과 데스크톱을 불문하고 특히 마니아층에서의 사용자 경험까지 제대로 구축하고자 한다. 빠른 출시를 위해 ‘설익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챈들러는 “데스크톱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전체 그래픽 시장에서 사용자의 약 80%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이므로 게이밍 경험은 극히 견고해야 한다. 가장 철저한 리뷰와 평가를 받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준비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현할 기회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 “시작부터 제대로 된 게임 환경이 되기를”

물론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은 말보다 어렵고 인텔은 그동안 잃은 시간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AMD와 엔비디아는 독립 그래픽 카드의 최적화를 위해 게임 개발사와 수십 년 동안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
ⓒ Intel

인텔은 아크 소프트웨어팀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개발자 관계 관리 조직도 확대해 몇 년 전보다 약 2배 많은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챈들러는 “모든 게임이 어떤 문제도 없이 완벽하고 100% 환상적으로 구동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정직하지 않겠지만, 테스트를 근거로 볼 때 아주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작업의 대부분은 게임 지원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데이브 애슬이 이끄는 약 50명으로 구성된 팀이 담당하고 있다. 인텔에 합류한 지 7년째인 애슬은 게임별 드라이버 최적화를 일관적인 일정으로 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인텔의 독립 그래픽 시장 진출로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했다.
ⓒ Intel

애슬은 “통합 그래픽에서는 항상 인텔이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최상급 게임이 있지만, 독립 그래픽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거의 모든 하이엔드 게임 개발사와 접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슬은 엔비디아 DLSS와 비슷한, AI 업스케일링을 사용해서 낮은 해상도에서 렌더링한 다음 그 결과를 업스케일하는 인텔의 Xe 슈퍼 샘플링(XESS)을 언급했다.

필자는 애슬에게 아크에 맞춰 인텔의 드라이버 업데이트 주기가 변경될 예정인지 물었다. 애슬은 현재의 출시 주기로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애슬은 “현재는 대략적으로 매월 하나의 드라이버 최적화 릴리즈가 나오는 정도다. 검증에 필요한 작업을 고려할 때 빈도를 높이는 것이 게임 지원이나 성능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팀의 목표는 쾌적한 경험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주기로 릴리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아크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2022년 하반기에는 콘텐츠 생산자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용자들이 인텔 아크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챈들러는 2종류의 사용자층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챈들러는 “새로운 게이머와 콘텐츠 생산자 세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들은 게임으로 서로 소통하며, 더 많은 사람이 스트리밍과 콘텐츠 생산을 업으로 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Intel

아크가 게이머와 콘텐츠 생산자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이점은 AV1비디오 코덱이다. 인텔 아크는 AV1을 위한 하드웨어 디코드와 인코드를 모두 제공한다. 이는 다양한 라이브 스트리머와 비디오 콘텐츠 생산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또한 인텔은 콘텐츠 제작 시 통합 아이리스(Iris) Xe와 아크 독립 그래픽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실현될 경우 아크를 탑재한 노트북은 사실상 듀얼 그래픽 플랫폼이 되는데, 이 노트북에는 인텔이 딥 링크(Deep Link)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일련의 기능이 적용된다.

챈들러는 “노트북 시스템에 독립 그래픽 카드가 있는 경우 통합 그래픽은 대부분 무시된다. 인텔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해서 독립 그래픽과 통합 그래픽이 함께 작동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라고 설명했다.
ⓒ Intel

하지만 게이머라면 섣부른 흥분은 금물이다. 스위치 조작 한 번으로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닌 데다가 인텔은 이런 기능이 게임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기능으로 스트리머는 아크 독립 그래픽을 사용해서 게임을 하는 동시에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사용해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인텔의 소프트웨어 지원 및 최적화 엔지니어인 프리야 풀루루는 토파즈(Topaz), 블랙매직(BlackMagic) 등의 파트너와 협력해서 이들 소프트웨어에서 통합 그래픽과 독립 그래픽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토파즈는 이미 이를 지원하는 실험적 기능을 제공한다. 한 테스트에서 인텔 아크 A370M과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의 조합은 엔비디아 RTX 3050을 탑재한 노트북에 비해 약 40% 더 높은 성능을 내기도 했다.

아크 A370M 그래픽을 탑재한 노트북이 모든 콘텐츠 생산자의 작업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토파즈의 AI 소프트웨어나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에서의 작업이 그렇다. 그러나 풀루루는 아크가 콘텐츠 제작에 적합한 노트북의 정의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숙련된 콘텐츠 생산자가 외부에서 작업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중급 가격대 시스템에서 하이엔드 콘텐츠 제작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

풀루루는 “지금은 모두가 콘텐츠를 제작한다. 중급 노트북을 포함한 모든 노트북으로 리졸브를 실행할 수 있다. 내 딸도 학교 프로젝트를 위해 노트북에서 리졸브를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아크의 큰 그림

ⓒ Matt Smith/IDG

‘모두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이라는 주제는 아크팀에는 등대의 불빛과도 같다. 물론 아크는 하드코어 게이머도 염두에 두고 경쟁을 해야 하지만, 3D 게임을 가속화하는 것 외에도 인텔이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크는 더 넓은 시스템 수준 전략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존스 팜을 나서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인텔이 독립 GPU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아크 그래픽을 판매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에서 게임도 하고 콘텐츠로 제작하고 유튜브도 보는 현대 PC 사용자를 위한 완전한 플랫폼으로 인텔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주류 독립 그래픽 시장에서 인텔은 신규 업체이지만, 챈들러는 이런 신선한 접근 방식이 인텔이 아크로 접근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챈들러는 “인텔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할 수 있다. 20년 전의 시장과 오늘날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Matt Smith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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