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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7년 만에 백골로…함안 실종 사건, 끝내 미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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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다던 남편, 흔적 없이 사라져

공업용 저수지서 침수 차량서 발견

7년 전 경찰 수색 놓쳐…"CCTV 없었다"

세계일보

2021년 12월6일 경남 함안의 한 공장 공업용 저수지에서 실종된 지 7년 만에 이 공장 직원 A(50·실종 당시)씨 차량이 발견됐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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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의 한 공장에 다니고 있었던 A(50‧실종 당시)씨는 2014년 7월24일 퇴근 무렵인 오후 8시쯤 아내에게 평소처럼 “퇴근한다”고 연락했다. 남편의 이 한마디가 그의 생전 마지막이 될 줄은 아내는 꿈에도 몰랐다.

A씨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사건의 미스터리는 7년이 지나고서야 풀리는 듯했다. 지난해 12월6일 오후 3시40분쯤, 그가 사라진 지 7년 만에 백골로 발견되면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A씨 집은 회사와 차로 30~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내는 퇴근한다던 A씨가 집에 오지 않자 다음 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회사와 A씨 집 동선을 추적했다. 회사 정문 폐쇄회로(CC)TV에 A씨가 공장을 나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A씨가 아내에게 “퇴근한다”고 연락했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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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가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샛길 옆 저수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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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1㎞가량 떨어진 옛 함안장례식장 부근 또 다른 CCTV에서 A씨의 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그런데 이후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집으로 가는 국도나 고속도로 어디에서도 그의 차량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색 반경을 넓히면서 주변 도로 CCTV 영상을 계속 확인했다. 헬기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고,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잊힐 뻔한 이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6일 오후 1시쯤 A씨가 다녔던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이 이 회사 부지 내에 있던 공업용 저수지에 ‘차량이 빠졌다’고 신고했다.

신고 당시 차량은 뒤집힌 채 바퀴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상태였다.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것이다. A씨가 타던 차종과 같았다. 이 차량 안에서 백골 변사체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유서가 없었고, 차량기어는 D드라이버에 놓여 있었다. 운전석에 있던 시신의 안전벨트는 풀려 있었다.

경찰은 차량 번호와 시신에서 발견한 신분증을 확인했다. 7년 전 실종된 A씨였다.

그러나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사망원인은 무엇인지, 왜 A씨 차량이 이곳에서 발견됐는지는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A씨가 다니던 회사는 이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B회사와 붙어 있다. 차 1대가 지날 수 있는 샛길을 통해 B회사를 지나가면 A씨 회사 정문으로 갈 수 있다. 지금은 막혀 있다.

A씨 회사는 다른 길을 통해서도 갈 수가 있는데 경찰은 A씨가 실종 당일 이 샛길을 통해 저수지 쪽으로 갔던 것으로 봤다.

이 저수지는 7년 전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는 중에도 놓쳤던 곳이다.

이 샛길 쪽에는 CCTV가 없어 차량이 되돌아 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타살 여부 등 경찰은 A씨 시신에서도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A씨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유골만 가지고는 사망의 원인을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시신이 물 속에 오래 있었던 탓에 유의미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다.

A씨 가족은 ‘지병이나 금전적 채무가 없었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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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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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었던 점, 타살 혐의가 없는 점,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씨 사망원인에 대해 ‘자기 과실’ 또는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19일 함안경찰서 관계자는 “A씨의 실수로 차량이 저수지에 빠졌거나 극단적 선택 때문에 그랬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퇴근한다던 A씨가 실종 7년만에 백골로 발견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이 사건은 A씨의 사망원인을 두고 의문을 남긴 채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끝내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함안=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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