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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에디슨EV 10만 개미 울린 ‘유령 컨설팅’…현대사료에도 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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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 ‘유령 컨설팅회사’ 주의보

에디슨모터스 주식 사들여 100억대 평가손

외부투자자 펀드 들여다보니 ‘최대주주 자금’

영업흑자 냈다더니, 두 달 만에 적자로 정정

소액투자자들 “회사가 투자자들을 속인 것”


한겨레

에디슨모터스 경남 함양공장. 에디슨모터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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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무산 후폭풍에 투자금 최소 2700억원이 묶인 소액주주 10만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합병(M&A)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상장사 에디슨이브이(EV)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쌍용차 인수 불발 뒤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폐지 심사를 받고 있다. 에디슨이브이 투자 ‘먹튀 논란’에 관여한 유령 컨설팅 회사가 다른 상장사들에도 개입해 투자자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분 20% 가진 대주주 결정에 160억 손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에디슨이브이는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관계사인 에디슨모터스 투자 주식의 평가손실 164억원을 반영했다. 에디슨이브이는 앞서 지난해 9월과 11월 에디슨모터스 주식 5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상장사 돈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에디슨모터스 주식을 고가에 인수한 것”이라며 “향후 에디슨이브이가 보유 지분을 처분할 때 실제 회사의 손실로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디슨모터스 쪽은 애초 상장사인 에디슨이브이를 통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한 뒤 이 돈을 에디슨모터스로 끌어와 쌍용차 인수 재원으로 쓰려 했다. 이를 위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직접 에디슨이브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에디슨모터스 지분을 비싸게 사들이는 사실상의 ‘셀프 투자’를 결정했다. 지분 20%를 가진 대주주의 결정으로 에디슨이브이와 소액주주들이 100억원 넘는 잠재 손실을 떠안게 된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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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투자 가장해 깜깜이 투자 에디슨이브이는 지난해 외부 투자자를 상대로 회사의 신주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8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채권은 투자조합 등을 거쳐 한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문제는 이 펀드에 에디슨이브이 최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가 104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사모펀드 투자의 장점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라며 “에디슨모터스 쪽이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후순위 투자자로 돈을 넣고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기 돈을 투자해놓고 에디슨이브이의 성장 전망이 밝아 투자금이 몰리는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강영권 대표는 그간 “쌍용차 인수에 참여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이 에디슨이브이에 800억원을 납입했다”고 발언해왔다.

■매출·이익 뻥튀기 덜미 올해 1월13일 에디슨이브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5억원을 내 흑자 전환했다는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직전 3년 내리 영업적자로 2021년에도 손실이 나면 관리 종목에 지정될 처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실적은 불과 두 달여 만인 3월22일 ‘영업적자 4억원’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12월29일 한 스타트업과 연 매출의 10%가 넘는 19억원 규모의 전동 킥보드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지만, 회계감사에서 ‘매출 부풀리기’로 지적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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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EV “문제 없다” 에디슨이브이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계 감사인이 소명을 요구해 자료를 제출하고 다른 회계법인으로부터 관련 매출이 문제없다는 자문도 받았다. 매출 과대 계상이나 분식회계라면 문제 될 소지가 있겠으나, 감사인과 의견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며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에디슨모터스 지분은 외부 평가기관의 가치 평가를 받아 그 기준에 따라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당시 에디슨모터스의 주식 가치를 평가했던 회계법인 쪽은 <한겨레>에 “우리는 회사가 제시한 미래 매출 등 자료를 근거로 단순히 계산만 해서 참고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투자자 피해 확산 우려 문제는 이런 투자자 피해가 다른 상장사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에디슨이브이 주가가 뛰자 주식을 일찌감치 처분해 논란을 빚은 투자조합 5곳은 모두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업무 담당자로 뒀다. 엘리시온은 인수·합병 컨설팅 업체다. 법인 등기부등본만 있고 실제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 회사’다.

엘리시온은 현대사료에도 개입했다. 이 회사는 장외 주식시장(K-OTC) 상장사인 카나리아바이오(옛 두올물산)가 지난달 최대주주가 되며 바이오사업 진출 기대로 올해 3월 주당 2만원 밑이던 주가가 최근 13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카나리아바이오 최대주주인 더제이디알이란 회사는 사실상의 지배주주가 엘리시온이라고 지난해 8월 공시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또다른 주주인 큐빅스홀딩스는 에디슨이브이 투자조합 지분을 인수한 주체다. 또 카나리아바이오 계열사인 에스엘씨엔씨 대표 ㅇ씨는 에디슨이브이 투자조합의 대표를 맡았었다. 특정 세력이 인수·합병이 진행 중인 상장사를 옮겨 다니는 셈이다.

엘리시온은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 비케이탑스(옛 동양시스템즈)의 이전 최대주주와, 상장 폐지 문턱에서 돌아온 더에이치큐(옛 감마누) 전 임원의 업무 담당자로도 등장한다. 경영권 변동이 잦고 투자조합이 주요 주주로 등장하며 주가 급등락을 겪은 회사라는 게 공통점이다.

■“투자조합 규제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행 투자조합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투자조합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전문 투자기관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끼리끼리 모여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만 발급받으면 세울 수 있는 민법상 조합에 불과하다”며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신분 노출 없이 출자·환매·청산이 자유롭다 보니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선수’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투자조합이 관여한 상장사의 공시와 관리, 제재 등을 강화하고, 조합의 지분 의무 보유 기간을 확대하는 등 상장 규정을 깐깐하게 만들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 현대사료·엘리시온 매니지먼트 쪽 입장

<한겨레> 보도 이후 현대사료 쪽은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는 현대사료와 관련이 없는 회사”라고 밝혔다. 또 “카나리아바이오 최대주주인 더제이디알의 2021년 8월 공시에서 ‘사실상 지배주주’는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더제이디알이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배주주라는 의미”라고 했다.

엘리시온 매니지먼트는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분 공시 대리 업무 계약은 올해 3월 종료했고 현대사료와는 계약 관계가 없다”며 “그간 법인 등기 상의 본점이 아닌 외부 소호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등 사무실 운영을 자유롭게 했고, 본업인 컨설팅 업무와 납세 의무 등을 잘 지킨 만큼 유령 컨설팅 회사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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