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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감독으로 올 줄 꿈에도 몰랐다" 칸 출격 '헌트' 이정재 외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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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뷔작으로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입성한 이정재

'헌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19일 밤 12시 월드 프리미어

칸영화제 앞두고 외신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와 줌 인터뷰

'오징어게임' 월드스타 '헌트'로 칸 사냥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

JTBC

외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기간 발행되는 특집판을 통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 '헌트' 이정재 감독의 인터뷰를 실었다.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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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서 감독으로, 쉼 없이 글로벌 무대를 밟게 된 '월드 스타' 이정재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가 3년 만의 정상 개최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는 가운데, 영화제 초반을 달굴 '오징어 게임' 스타 이정재의 칸 입성에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정재는 칸으로 출국하기 전 외신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와 서울에서 화상으로 사전 인터뷰를 진행,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정재의 인터뷰를 칸영화제 특별판 2일 자에 비중 있게 실으며 새로운 작품으로 새로운 글로벌 무대에 서게 된 이정재에 깊은 애정을 표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칸영화제, '오징어 게임' 이정재 '감독 데뷔작' 사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의 선두 주자이자, 약 30여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 사랑받은 이정재는 사실 감독이 되는 것을 특별하게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편 데뷔작인 시대 정치 스릴러 영화 '헌트'는 칸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아 세계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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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직은 베일에 감춰진 '헌트'에 대한 힌트를 여럿 남겼다. 먼저 "아직 당신의 영화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기원과 영감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시작은 다른 작가가 쓴 시나리오의 초안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고 이야기의 개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좀 더 발전시키면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우리는 현재 너무나 많은 뉴스와 정보에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정보가 훨씬 더 느리게 전해지고, 훨씬 더 통제됐던 과거의 한국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얻고 있는 풍부한 정보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지만, 정보에 압도되는 경우도 있고, 가짜 뉴스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종종 이러한 문제가 내 자신의 가치와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나 스스로 실제와 사실을 분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정재는 "이는 오늘날 서로 다른 그룹 간의 갈등과 대립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 아이디어가 '헌트' 시나리오를 쓰게 된 동기가 됐다. 너무 많은 설교를 하는 메시지 중심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귀띔했다.

확장성의 기초는 '한국 관객들의 모든 세대가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정재는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토리도 조정했다. 이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 모든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도입하고 각종 변경을 수행했다. 총 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털어놨다.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로 설정한 이점에 대해서는 "1980년대 초반 한국은 지금의 한국과 많이 달랐다. 당시에는 모든 중요한 정보가 정부 당국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필터링 됐다.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정보가 엄중하게 통제되던 시대를 다룬 영화가 관객들에게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명확한 연출 의도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정재는 애초 '헌트' 프로젝트의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다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각본과 연출이었냐"는 질문에 이정재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대부분의 감독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직접 집필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쓰고 연출할 감독, 그리고 제작자와 함께 프로듀서로서 참여해 공동 개발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헌트' 프로젝트는 여러 감독과 배우들의 손을 거쳐 이정재의 품에 안기게 됐다. "프로젝트 초반엔 이 이야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 생각을 공유해 줄 적절한 감독을 찾기 시작했고 많은 감독과 많은 후보자를 만났다. 그 중에서는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고 나를 거절한 사람도 있었다. 몇 달 동안 작업하다가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결국 더 이상 만날 저명한 감독이 없는 지경에 이른 시점에서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동시에 결정했다. '좋아, 이것은 내가 직접 쓰고 연출해야겠다'"

수 십 년 동안 배우로서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해 온 이정재이지만, 각본과 연출은 분명 다른 분야였을 터. 이정재는 "시나리오를 써 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했고, '관객들과 함께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있다면 나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긴 과정을 필요로 했고, 집필에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에 오히려 연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의도가 명확했기 때문에 스태프 및 배우들과 의사 소통도 굉장히 원활했다"고 현장을 회상했다.

연출을 경험했고, 칸영화제 초청까지 받았지만 아직은 감독보다 배우로서 존재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정재다. "이제 연출에 푹 빠졌냐"는 질문에 "아니!"라며 미소 지은 이정재는 "물론 내가 탐구하고 싶은 또 다른 멋진 이야기나 흥미로운 주제가 생긴다면 다시 각본을 쓸 의향이 있습니다. 연기할 부분도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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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에게 새로운 길을 걷게 만들어 준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정재는 한국 콘텐트의 국제적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헌트'를 전 세계적으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지점도 언급한 바, "'오징어 게임'의 경험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냐"고 묻자 이정재는 "이 영화의 제작이나 나의 창작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확실히 내 이름을 세계적으로 더 인지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관심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정재 본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해외 관객들에게 한국 콘텐트의 문을 더욱 활짝 열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선택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진심을 드러냈다.

또 "사실 한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배우로서 꽤 활동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것이나 여타 부분들에 대해 꽤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징어 게임'은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든 작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다가와 셀카를 요청할 때도 나는 가능한 긍정적인 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은 모든 경험이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를 상기 시켰기 때문이다"며 겸손한 미덕도 내비쳤다.

전 세계가 기다리는 '오징어 게임' 시즌2 계획도 피할 수 없는 질문. 이정재는 "제작사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만, 감독님과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즌1 창작도 그에게는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성공에 대한 압박감까지 더해지면서 또 다시 그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내가 감독의 고통을 가중 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물론 훌륭한 시즌2를 쓸 것이라 전적으로 믿고 있고, 다른 모든 이들과 함께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지난 2010년 '하녀(임상수 감독)'를 통해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12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된 무대다. 이정재는 "칸은 영화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초청 받고 싶어하는 영화제다. '하녀'가 초청 받았을 때 너무 기뻤고,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랐는지도 생생하다. 하지만 내가 감독으로 다시 돌아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스스로도 놀라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연했던 '언젠가'가 준비된 무대가 된 현재. '헌트'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자정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다. 믿어 의심치 않는 감독 이정재의 첫 영화에 대한 글로벌 반응은 어떨지, 국내 취재진들에게는 더 더욱 기대와 설레임이 동반되는 시간이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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