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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부할 때 즐거워야 효과 커…감정 알아보는 AI로 학생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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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생활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도 안겨준다.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라는. 실제로 이미 많은 산업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AI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도로 디지털이 발달한 사회에서도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감수성과 인간다움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휴먼 터치는 어떻게 구현되고, 기업은 어떻게 휴먼 터치를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편집자주]

조선비즈

임세라 마블러스 창업자 겸 CEO 연세대 정치외교학,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SE MBA, ‘2021 에듀테크 우수기업 콘테스트 콘텐츠부문 대상 (교육부)’ 수상 사진 마블러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막히자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한창 선생님과 교류하며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집에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학습의 큰 단점으로 꼽히는 집중력 저하와 사회성 결핍을 걱정한 학부모들은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블러스의 ‘MEE(MARVRUS Emotion Engine)’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를 찾았다.

MEE는 마블러스에서 자체 개발한 감정 인식 인공지능(AI) 모델이다. MEE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아이의 표정과 시선, 심장박동수를 읽어 아이의 감정은 물론 학습 몰입도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튜터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참 잘하고 있다”와 같이 아이의 집중도를 올릴 수 있는 말이나 칭찬을 건네고 학습 방향을 지도한다. 학부모는 아이가 몰입해서 공부하고 있는 표정과 데이터를 영상과 보고서 형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마블러스는 현재 천재교육과 한솔교육 등 여러 교육 플랫폼과 협업해 MEE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임세라 마블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4월 26일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점점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했다”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을 빌려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공부할 때 감정적으로도 재밌었는지 섬세하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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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정리




마블러스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왜 휴먼 터치에 주목했나.

”학생의 정서를 건드리는 게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선생님과 떨어져 있어도 붙어있는 듯한 교류를 만들어내야 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선생님과 학생의 올바른 상호작용은 학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휴먼 터치는 IT 기술과 밀접한 관계라던데.

”교육에서 선생님과의 교류가 중요하지만, 맹점도 있다. 선생님과 학생은 일대다여서 모든 학생과 평등한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이 휴먼 터치 기술이다. 기술을 이용하면 아무리 많은 학생도 개인의 학습 능력과 태도, 감성에 맞춰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육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게 휴먼 터치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마블러스는 전담 부서를 두고감정 인식 AI 기술인 MEE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다. MEE는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얼굴 이미지에서 심장박동수를 측정해 집중 상태를 인식한다. 또 시선 추적을 통해 관심도와 몰입도를 예측한다. 향후 감성 생성, 증강 기술까지 연구개발해 사람의 감성을 케어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감정 인식 AI를 보유한 기업이 많은데 따로 MEE를 자체 개발한 이유는.

”미국의 어펙티바 등 글로벌 업체 중 감정 인식 AI 기술을 보유한 곳도 많다. 이 기술을 사서 쓸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에게 특화한 감정 인식 데이터로 인식 정확도를 올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마블러스만큼 초등학생 감정 인식 데이터를 방대하게 가진 곳은 없다. 또 외국 업체의 기술이어서 인종과 타깃층이 달라 비용 대비 정확도가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최근 마블러스 자체적으로 교육 메타버스 플랫폼 ‘밈즈(MEEMZ)’를 출시했다. 똑같이 MEE가 적용돼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교육 플랫폼에 MEE 기술을 입혀 데이터를 얻었다면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대면으로 휴먼 터치 교육을 접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무엇보다 학부모 만족도가 높았다. 무작정 공부만 한다고 사회적 성취가 높은 건 아니라는 것을 겪은 젊은 엄마들은 ‘지금 내 아이가 즐거운지’를 중요하게 살핀다. 아이가 무슨 공부를 할 때 즐거운지, 학습 몰입도는 어땠는지를 MEE가 알려주니까 만족스럽다고 한다. 아이가 어떤 공부할 때 기분이 좋은지를 알면 거기에 맞춰 학습을 지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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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 ‘밀크T아이’에 탑재된 마블러스의 감정 인식 엔진인 ‘MEE’의 구동 사례. 사진 마블러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휴먼 터치가 주목받으면서 회사가 많이 성장했나.

”그렇다. 원래 교육 쪽이 보수적이라 디지털화가 더뎠는데, 코로나19로 반강제적으로 빨라졌다. 현재 학생 6만여 명이 MEE와 함께 학습한다. 사회도 디지털 교육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2년간 직원 수도 두 배 넘게 늘었으며 매출도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설립 후 5년간보다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가팔랐다. 또 우리는 여러 기관투자자로부터 지난해 말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MEE 기술을 더 고도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교육계의 휴먼 터치 니즈(수요)가 한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트남과 미국 등 해외 진출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런데 이제 비대면 사회가 끝나간다. 교육계에서 휴먼 터치는 계속 이어질까.

”물론이다. 대면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미 교육 현장은 바뀌었다. 오프라인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이 있어도 이미 태블릿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디지털로 개별 관리를 받는다. 예전처럼 일률적인 대면 수업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프로그램이 각 학생의 감정과 학습 성취 난이도를 분석하면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일대일로 학생을 더 신경 써줄 수 있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같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휴먼 터치가 구현되므로 교사와 교육기관은 훨씬 양질의 교육과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다.”

휴먼 터치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인간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상호작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AI 개념이 등장한 1950년대부터 50년의 기간보다 2000년대 들어 10~15년간 기술적 진보가 더 많이 이뤄졌다. 이 현상은 더 가속할 것이므로 기술적 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극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기술 악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연구개발 제재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기 등 기반 시설(인프라) 문제가 있다. 휴먼 터치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 최신 IT 기기이고 인터넷 환경이 좋을수록 휴먼 터치가 잘 구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학교 등 여러 시설에서는 최신 IT 기기들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plus point

에듀테크에 부는 휴먼 터치 바람감정 인식 AI에 뛰어드는 기업들

최근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에 휴먼 터치 바람이 불자 감정 인식 AI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통화 업체 줌(Zoom)은 지난 4월 줌의 가상학교 소프트웨어인 ‘클래스(Class)’에 감정 인식 AI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클래스룸은 인텔과 손을 잡았다. 인텔과 클래스룸은 가상교실에서 학생의 기분을 감지하는 감정 인식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 AI는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의 표정과 학습 상호 작용 방식을 평가해 학생들이 지루해하거나 주의가 산만한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교사는 AI가 감지한 각 학생의 감정 상태를 볼 수 있다. 홍콩 스타트업 ‘파인드 솔루션(Find Solution) AI’도 ‘4 리틀 트리’라는 감정 인식 AI를 개발했다. 이 AI는 학생들이 집에서 시험을 치거나 숙제할 때, 학생이 공부하는 동안 얼굴 근육을 측정해 행복, 슬픔, 분노 등 감정을 식별한다. 질문에 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학습 강·약점을 분석해 학생의 성적을 예측하기도 한다. 4 리틀 트리 AI를 사용하는 홍콩 학교 수는 지난해에만 34곳에서 83곳으로 늘었다. 다만 에듀테크에서 쓰이는 감정 인식 AI에 관한 윤리적 문제도 대두된다. 학생의 얼굴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사생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또 학생의 복합적인 감정을 AI가 단순하게 분류해 버리고 끼워 맞추게 되면 교사 등이 그 학생에게 선입견을 가질 위험도 있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Part 1. 디지털 만능 시대 휴먼 터치의 재발견

①하이테크 넘어 휴먼 터치 온다

②[Infographic]디지털화 속 인간미, 휴먼 터치

Part 2. 휴먼 터치에 올라탄 기업들

③[Interview] 패트릭 레비-로젠탈 이모셰이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④[Interview] 아오키 슌스케 유카이공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⑤[Interview] 학생 감정 읽는 에듀테크 마블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임세라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데이비드 색스

⑦[Interview]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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