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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재정난에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한전…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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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보유 자산 매각으로 6조원 자구 계획 마련

언 발에 오줌누기…"정부차원 실질 대책 있어야"

뉴스1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단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비상위기대응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한 6개 발전 자회사 사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자산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전은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인상으로 올 1분기 7조6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2.5.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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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한국전력이 재무 여건 개선을 위해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인적 자원을 제외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고육지책인데 올해만 또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 속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업인 한전의 위기는 곧 국가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데 더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악 재정난' 한전,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보유 부동산에 해외자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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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단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비상위기대응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한 6개 발전 자회사 사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자산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전은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인상으로 올 1분기 7조6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2.5.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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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 사장단은 전날(18일)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5조8000억원, 올 1분기에만 7조7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한전은 역대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날 회의에서 한전과 전력그룹사 사장단은 발전연료 공동구매 확대, 해외발전소 및 국내 보유 자산매각 등을 통해 6조원가량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1조9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필리핀 세부·SPC 합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와, 미국 볼더3 태양광 등에 대한 매각을 연내 추진한다. 이 외에 해외에서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할 방침이다. 일부 가스 발전사업 매각도 검토한다.

한전은 또 보유 중인 한전기술 일부 지분과, 한전KDN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8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국내 보유 중인 모든 부동산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매각 대상으로는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 한전이 보유 중이거나 그룹사가 가진 15개소다. 이를 통해 한전은 7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적 자원에 대한 구조조정은 아니지만, 흑자 달성 등 재무상황 정상화 시까지 현 조직 정원도 동결하기로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전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제도에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대규모 적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회사의 우량 자산을 파는 형태의 자구책은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미래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자산들이 헐값에 팔릴 수도 있다면 더 큰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 1분기 적자만 7.78조원…지난 한 해 5.8조 이미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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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이 같은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데는 내부에서조차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전이 발표한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액은 7조7869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한 해 기록한 5조8601억원의 적자 규모를 훌쩍 넘은 것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20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짙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 행진의 직접 원인은 국제 원유 가격 급등이다.

전기 생산에 드는 국제 원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생산 원가 상승을 불러왔다. 여기에 그나마도 생산 원가 반영이 가능하도록 한 연료비 연동제까지 유명무실화하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고유가와 맞물려 제대로 작동 한번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매번 정치·환경적 상황에 따라 물가를 이유로 한 인위적인 '동결'이 반복돼 온 탓이다.

전기 요금이 준조세 성격을 띠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속 '연료비 연동제'는 그나마 연료비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였지만, 결국 정치논리에 무력화된 셈이다.

◇'원가주의' 선언한 尹 정부…"연료비 연동제·전기위원회 독립성 부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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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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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역시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 요금 결정에 있어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한 '원가주의'를 확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기요금 원가주의는) 중장기적으로 기본적인 원칙은 원가를 반영하는, 시장 원리를 반영하는 그런 가격 결정 방향이 맞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새 정부가 내놓은 전기요금 개편 방안은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보다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진 한전으로서는 '내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자'는 식의 자구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해 급진적인 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첫 단추로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적인 부분부터 구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협의로 진행되는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독립성을 쥔 전기위원회에 일임함으로써 전기요금 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현재는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해 정부에 제출하면 산업부와 기재부가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요금 현실화'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여기에 유명무실화한 연료비 연동제도 원칙에 따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는 "독립적인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그 위원회에서 물가도 판단하고, 서민들의 경제수준, 원가 수준을 반영해 요금을 정하도록 하는 게 정치권의 부담도 없애고 요금 현실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라고 조언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전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책 발표 이전에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먼저 마련됐어야 한다"면서 "당장의 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현재 제도적으로 정착이 돼 있는 연료비 연동제라도 먼저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래도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최소한 내년에 자본잠식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며 "한전과 같은 국내 우량 기업의 자본잠식은 국가 신용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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