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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권도형 띄우고 고수익 강조, 언론이 6개월간 저지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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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인' 강조하며 긍정적 면만 부각... "언론, 코인 위험성 다루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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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시세 전광판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의 현재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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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 스테이블 코인(테라, UST) 가치가 일주일 사이 급락해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거래중단 및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루나는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고, 한국에서도 '토종 코인'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한국 투자자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미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루나는 2018년 애플 엔지니어 출신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현성 티몬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만든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를 통해 발행한 코인이다. 또다른 코인인 테라는 '1테라=1달러'로 가치를 유지시키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두 코인은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로 테라를 사고, 1달러보다 올라가면 테라로 루나를 사며 가격을 유지하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실제 달러나 실물자산을 담보로 두는 '테더' 등과 달리, 오로지 두 암호화폐의 알고리즘만으로 유지되는 루나와 테라는 '투자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테라폼랩스가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일종의 테라 예금 시스템을 마련하고, 무려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주겠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면서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은 루나 투자에 대해서 충분한 경고를 해왔을까?

최근 6개월간(21.11.18~22.5.17, 네이버뉴스 기준)의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투자를 통해 '황금빛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기사들도 많았다. '토종 코인'이라고 띄워주거나, 권도형 CEO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는 등의 기사들도 루나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높은 이자 수익, 일석이조... "권도형은 천재"라는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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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의 ‘코인 파헤치기’ 코너를 소개하는 기사 4개. 루나와 권도형 대표를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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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비트코인 폭락하는 동안 10배로 뛴 김치코인의 정체>(12/9), <시총 100조원을 돌파한 코인, 알고 보니 한국산>(12/23), <요즘 비트코인 시세를 조정한다는 한국인의 정체>(3/31), <'비트코인 12조원 어치 사겠다' 91년생 한국인 코인 거물> 기사를 통해 무려 네 차례나 루나 코인과 권도형 대표에 대해 조명했다.

기사 4건 모두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의 한 코너인 '코인 파헤치기' 소개 기사였고, 루나 코인에 대해선 비교적 간단하게 다뤘다. 그러나 '국산 코인'임을 주목하며 비트코인이 폭락하는 장에서도 오히려 급등세가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독자에게 루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줬을 가능성이 크다.

매일경제 <달러만큼 안전하고, 수익률은 비트코인 추월?... 누구냐 너>(4/15), 매경 이코노미 <'고래'들이 '스테이블코인' 사 모으는 이유>(3/2) 등은 스테이블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형태의 기사였다. 위험성은 기사 말미에 간략히 소개된 정도였다.

매일경제는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를 품고 있는 플랫폼 코인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거대한 성장을 보여준 스테이블 코인의 대표주자인 테라를 보유한 루나 (...) 루나는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 약 10% 상승하는 동안 20% 가까이 상승했다"라면서 수익률을 강조했다.

매경이코노미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한 암호화폐 업게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변동성이 워낙 큰 알트 코인을 매입하는 위험을 짊어지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이자농사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정화폐 담보 방식의 대안으로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 연동'을 거론하면서 "수요·공급 알고리즘에 의해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차익을 노릴 수도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다"라고 설명한다.

전문가 인터뷰 기사를 통해 루나와 권도형 대표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킨 경우도 있었다. 국민일보 <"가상자산 시장, 기관이 진입하면 파이 커질 것">(3/30)은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의 "루나 팀은 블록체인의 속성을 잘 알고 네트워킹을 글로벌하게 활용할 줄 아는 것 같다. 다른 김치 코인들은 사업 범위를 자꾸 한국으로만 한정 짓는데 그래서는 생태계가 커지기 어렵다"라는 발언을 그대로 실었다.

월간조선 3월호에는 <"4차산업 핵심 AI와 블록체인, 한국은 세계 5,6위, 뛰어난 인재들이 산업 선도 중>이라는 제목의 박성혁 카이스트 교수 인터뷰가 실렸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분야에 규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똑똑한 천재들이 이걸 뚫고 가고 있어요. 테라(Terra)의 권도형 대표 같은 사람이지요"라는 말로 권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월간조선은 <천재들이 선도하는 한국 블록체인, 발목 잡는 정부>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루나와 권도형 대표가 운영하는 '테라폼랩스'을 극찬하며, 문재인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막아왔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경고 신호 분명히 있었지만... 외신 자극적으로 받아쓰기에 급급

물론 일부 언론은 경고장을 날렸다. 고란 알고란 TV 대표는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이코노미스트'의 <'비트코인은 성병' 비난한 멍거, 그리고 일론 머스크>(2/21) 기고 글을 통해 앵커 프로토콜에 쓰이는 이자준비금이 줄어들면서, '뱅크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테라 생태계 발전과 지원금을 관리하는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자금 보충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외신들, 테라 작심 비판... "앵커 프로토콜 20% 이자, 우려스러워"(3/24)는 미국의 블룸버그통신과 코인텔레그래프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지향하고,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을 갖춘 테라와 루나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을 인용 보도했다.

또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마이클 케이시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 가상화폐 부문 수석고문의 칼럼 <UST(테라)의 성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볼 이유>(4/26)을 번역해 싣기도 했다. 그는 헤지펀드 '갈로이스 캐피탈'의 창업자 케빈 저우의 말을 인용해 "투자금 전부를 날리는 이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권도형 대표를 띄워주는 기사가 쏟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이 4월 19일 <비트코인계의 가장 주목받은 고래(큰 손)이 된 루나틱(루나 투자자들)의 왕, King of the 'Lunatics' Becomes Bitcoin's Most-Watched Whal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권도형 대표를 조명했다. 하지만 그를 마냥 띄워주는 논조는 아니었다. 부제에 권 대표의 계획을 "거대한 폰지 사기 계획'에 비유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그가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동시에 '논란이 많은 인물' 중 하나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선 연합뉴스 <"비트코인 12조원 산다"…외신, '가상화폐 큰손' 권도형 주목>(4/19)을 시작으로, 중앙일보 <"비트코인 12조 사들일 거물" 외신이 주목한 한국인 누구>, 뉴스1 <블룸버그 "테라 만든 권도형 전세계 암호화폐 거물됐다"> 헤럴드경제 <무려 비트코인 2조원 쥐락펴락" 30살 한국 청년 누구길래> 등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한 20여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상당수 기사들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는 등, 비트코인계의 '큰 손'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이 주로 강조할 뿐 그가 발행하는 루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보도들이 나간 지 약 2주만에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들도 암호화폐 위험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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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3월 31일자 23면 기사 <“가상자산 시장, 기관이 진입하면 파이 커질 것”> ⓒ 국민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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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리스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투자심리를 부추긴 보도들에 대해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앤드어스 대표)는 "기자들이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기자 스스로 여러 관점에서 분석을 해야 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간과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명해왔다. 그런데 정작 '위험성' 측면을 다루는데 부족했고, 일반인들은 기사를 보고서 코인에 대해 믿게 되는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이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망하지 않는다. 일확천금에 현혹이 되기 쉬운 상황이니만큼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을 관리하고, 언론은 올바른 정보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금융 사고가 나기 직전에 언론은 그 징후들을 포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금융경제에 대해 제대로 취재하고 있는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사례지만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머지포인트에 대한 홍보형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 경우는 언론이 공범이나 다름 없는것 아닌가. 언론은 위기를 감지해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신 보도를 자극적으로 인용하는 관행에 대해 신 사무처장은 "계속 지적을 한 부분인데도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외신 기사의 내용을 입맛대로 취사선택해서 받아쓰기하고 짜깁기해서 보도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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