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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실수' 보듬고 값진 동메달 거머쥔 남자 컴파운드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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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단체전 준결승전 슛오프서 패배…막내 양재원 7점 쏴

"이제 단물 마시러 가자" 다독인 형들…'엑스텐 파티' 벌이며 동메달

연합뉴스

남자 컴파운드 양궁 대표팀의 김종호, 양재원, 최용희(왼쪽부터)
[대한양궁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발사기의 버튼을 누르기 직전, 남자 컴파운드 양궁 대표팀 막내 양재원(25·울산남구청)의 조준점은 과녁 중심부를 살짝 빗나갔다.

화살이 꽂힌 곳은 7점. 리커브보다 명중률이 훨씬 높은 컴파운드에서 7점을 한 번이라도 쏜다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게다가 양재원이 쏜 것은 결승 진출 팀을 가리는 '슛오프'(승부쏘기) 화살이었다.

양재원과 김종호, 최용희(이상 현대제철)로 이뤄진 한국은 18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광주 2022 현대 월드컵 컴파운드 남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인도와 슛오프 끝에 졌다.

국내에서 오랜만에 열린 '제대로 된' 양궁 국제대회여서 한국 양궁이 이번 대회에 건 기대는 컸기에 준결승 탈락은 더 아쉬웠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컵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해외에서 1군 선수들이 오지 않아 사실상 국내 대회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반의 반쪽짜리' 국제대회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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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운드 남자 대표팀 막내 양재원
[대한양궁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시아컵을 제외하면 이번 현대월드컵은 2009년 울산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13년 만에 열린 양궁 국제대회다.

지난해 리커브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과 양크턴(미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컴파운드와 리커브에 걸린 10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대회 본선 첫날인 이날, 컴파운드 남자 대표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목표 달성은 시작부터 무산되고 말았다.

8강전에서 대만을 233-232로 아슬아슬하게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한국은 3엔드까지 인도에 176-174로 앞섰다.

마지막 4엔드에서 하필 대표팀 '에이스' 김종호가 흔들렸다. 그의 화살이 과녁 중심부를 잇달아 외면하면서 233-233, 동점이 됐고, 승부는 슛오프로 이어졌다.

마지막 사수로 나선 양재원이 결정적 실수를 하면서 한국은 슛오프 점수에서 26-29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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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김종호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7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2022 광주 양궁 월드컵대회에서 남자 컴파운드 예선에 출전한 한국의 김종호가 미소를 짓고 있다. 2022.5.17 iso64@yna.co.kr


양재원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하지만 선배들은 곧바로 이어지는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그가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김종호는 "조금 쓴 물을 마셨으니, 이제 단물을 마시러 가자"며 후배를 다독였다.

'맏형' 최용희는 덴마크와 동메달결정전에서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후배들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좌절을 겪은 팀은 더 강해졌다. 한국은 10점 정중앙에 무려 10발을 꽂아 넣는 '엑스텐 파티'를 벌였다.

9점은 딱 2발 나왔고, 나머지는 다 10점이었다. 덴마크를 238-229로 완파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김종호는 "막내인 양재원이 슛오프 할 때 부담이 큰 나머지 실수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단체전은 결국 3명이 한 팀이 되는 경기다. 누구 탓인지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후배를 감쌌다.

양재원은 "(금메달을 놓쳐)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 메달을 따낸 점은 좋다"고 아직은 굳어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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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컴파운드 양궁 대표팀의 김종호, 양재원, 최용희(왼쪽부터)
[대한양궁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용희는 "남은 금메달은 우리가 다 따내겠다"고 큰소리쳤다.

안타깝게도 셋 다 금메달을 가져갈 수는 없다.

혼성전에는 김종호만 여자 김윤희(현대모비스)와 함께 출전한다.

남자 개인전에 걸린 금메달은 당연히 1개뿐이다.

단체전에 나오지 않은 강동현(대구시양궁협회)까지, 4명의 선수가 한쪽에 몰려 대진도 좋지 않다.

이들 중 2명만 준결승에, 1명만 결승에 오를 수 있다.

내일부터는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게 된다.

김종호는 "단체전에서 한 팀이었다가 개인전 때 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국 양궁 선수의 숙명"이라면서 "어쩔 수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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