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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IPEF 참여 확정… 전문가들이 본 득실과 대중 외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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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멤버로 참여해야 국제 규범 형성에 기여”

일각선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 불안정 조장 우려

박진 “중국과 이해 상충할 일 없다고 생각”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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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 주도의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PEF 초기 참여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중국 측의 견제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美 IPEF 출범 공식화…中 경제적 영토 확장 견제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주 일본 방문 기간에 중국을 겨냥한 IPEF를 출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아시아 방문이 처음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2일 한국에 이어 22∼24일에는 일본 순방 일정이 잡혀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 기간 IPEF 출범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거론은 됐지만, IPEF 출범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고위당국자가 이 일정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회의는 방한 직후 일본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으로, IPEF 출범을 위한 협의 개시를 선언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IPEF 출범에 적극적 지지와 함께 참여 의사를 밝히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의체다.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면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항마’ 성격의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은 ‘인도태평양 통상-안보 환경의 변화: 자유무역에서 공급망 경쟁으로’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통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IPEF는 RCEP 출범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미국이 내민 비장의 카드”라고 설명했다.

IPEF는 출범 선언 후 참여국의 장관급 후속 회의를 열어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부패 방지, 디지털 경제 등 주요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치를 든 IPEF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에는 싱가포르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고,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동참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아세안 국가들을 유인할 수 있는 시장 접근성 제고나 관세 인하 등이 협의 의제에 포함되지 않아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은 윤석열정부의 IPEF 초기 참여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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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미군참전기념비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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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IPEF 초기 참여해야”…인태 불안정 조장 우려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IPEF에 초기 가입을 강조한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신정부 출범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윤석열정부가) 가능하다면 (IPEF) 초기 멤버로 참여해야 무역, 기간 시설, 공급망 등에 관한 국제 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는 신정부의 경제 안보 강화와 국정 운영 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도 최근 ‘경제안보의 개념과 최근 동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IPEF는 중국이 허브(hub) 역할을 했던 기존의 아시아 지역 공급망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역공급망의 기반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공급망과 미국 공급망 간의 연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전날 개최한 ‘제446회 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도 한국의 IPEF 적극 참여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미·중 경제안보 전략과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 방안’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지정학적 위험을 조기에 탐지해 경제안보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의 차원에서 IPE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를 뒤흔들어 불안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RCEP, CPTPP, IPEF-지역질서의 분절화·진영화 우려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IPEF에 경도된 나머지 아세안이 주도한 RCEP을 결과적으로 흔들고자 한다면 이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노선에도, 아세안 중심성 존중 기조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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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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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IPEF 참여로 인한 中 견제에 전략적 고민 필요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 측의 반응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주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거론한 것도 중국 견제 성격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성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IPEF 가입으로 인한 중국 측의 견제를 고려한 발언인 셈이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IPEF가 “어느 한 나라를 겨냥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직접적으로 이해 상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윤석열정부의 대중국 정책: 도전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목표에 부합되도록 공통 분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정세 대변화에 따른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격화가 한반도 지역까지 확대 전이되지 않도록 전략적 고민과 조속한 정책적 대응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 전문가들을 중용하고 수시로 각종 외교·안보 현안들을 자문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들을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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