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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發 가상자산 빙하기 오나…국내 블록체인 업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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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은 이탈하고 규제는 강화되는 악순환 우려 팽배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전체 암호화폐(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오를 정도로 흥행했던 스테이블코인 '테라(UST)'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면서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UST는 최근 고정 가치 유지에 쓰이는 코인 루나(LUNA)와 함께 투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는 '뱅크런'을 겪으면서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깅'이 발생, 시세가 0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간 UST가 한국인 중심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았던 만큼, 현 실패가 국내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라 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투자사 중 과거 테라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 곳도 다수 있어, 투자 심리가 냉각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정부도 당분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재정비하는 위주의 정책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그간 금지돼왔던 암호화폐공개(ICO)를 허용하는 등 산업 진흥 취지의 정책이 담겨 업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으나, UST 사태로 국내서도 대규모 금전 피해가 나타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규제가 우선시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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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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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80억 달러 고속 증발…업계도 동반 피해


글로벌 암호화폐 평균 가격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T는 지난 12일 발생한 디페깅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난 18일 현재 0.1 달러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시가총액도 디페깅 직전까지 180억 달러 규모로 커졌으나 현재는 14억7천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테라 프로젝트가 몰락하면서 테라에 투자했던 회사들도 자연히 손해를 입게 됐다. 테라 개발사 테라폼랩스는 지난해 1월 2천500만 달러, 7월 1억5천만 달러의 투자를 투자사 다수로부터 유치했다. 카카오벤처스와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문 투자 회사 해시드벤처스 외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판테라 캐피탈,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애링턴 XRP 캐피탈, 갤럭시디지털, 블록타워캐피털 등이 테라 투자에 참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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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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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메인넷을 채택했거나 채택 예정이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회사들도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다.

M2E(Move to Earn) 프로젝트 기업 코인워크는 지난 3일 테라 네트워크에 코인워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13일 메인넷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임사 컴투스도 같은 날 테라 메인넷이 아닌 다른 메인넷을 구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블록체인' 키워드에 낙인 찍힐까 두렵다"

업계는 디페깅 관련 테라폼랩스의 행보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테라 알고리즘 구조 상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강행했고, 사후 대응 측면에서도 투자자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폼랩스가 UST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UST를 예치하면 20% 수준의 이자를 받는 디파이 프로토콜 '앵커'를 운영했다"며 "이자 수익 20% 창출이 가능하려면 대출 수요가 높아야 하고, 그에 상당한 위험성이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자 지급 재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테라폼랩스가 매입한 비트코인으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발표 자체가 디파이 설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구조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였던 셈"이라고 첨언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결과론적이지만, 디페깅 이후 UST 가치 방어를 위해 LUNA 발행량을 대폭 늘려 가치를 떨어뜨린 점도 투자자 이탈을 더욱 가속화한 오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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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간의 LUNA 시세 변화(출처=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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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블록체인을 UST가 없는 방식으로 재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업계는 프로젝트에 내재된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투자자를 모아 금전 피해를 야기하고, 보상도 안한 상황에서 기사회생을 논하는 것 자체가 타당치 않다는 의견이다.

한국인들이 모여 출발한 테라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규모로 성장하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게 된 만큼, 업계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이 결국 개발사 소재 국가의 기업 위주로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듯이, 출신 국가라는 요소가 업계에서 의미 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프로토콘의 전명산 대표는 "글로벌 차원에서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 한국 업체라고 밝히면 이야기를 들어줄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블록체인 기술 회사 오지스의 라경수 CCO는 "블록체인은 토큰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신생 기업이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술적 공간으로서 결국 토큰 경제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테라 사태로 인해 건전한 토큰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테라와 똑같은 회사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걱정했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블록체인 회사에 대해 갖는 세간의 인식은 과거에도 좋지는 않았다"며 "결국은 각 기업들이 기술과 실적, 이미 존재하는 법제에 대한 존중 등을 보여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상자산, 미래 금융 핵심"→"제2의 테라 막아라"…정부, 소비자 보호 집중 전망

테라 사태가 전세계 투자자 피해를 불러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일단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아울러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법 상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없어 암호화폐 발행사나 거래소에 대한 규제 또는 소비자 보호 조치를 실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테라·루나 사태 관련 대응을 묻는 질문에 "국내에선 28만명 가량이 700억개 가량의 루나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가격과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 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테라·루나 보유자 수와 금액별 투자자 수 등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테라 관련해 임원회의를 같은 날(17일) 열고 향후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재발 방지 방안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불공정 거래 방지, 소비자 피해 예방, ICO 요건 등이 필요하고, 자산 특성상 해외 당국과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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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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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암호화폐발행(ICO) 허용 등 가상자산 산업 진흥 정책들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규제 완화 및 제도권 편입이 이뤄질 것이란 업계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수십만명 가량이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당분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규제 정비에 정부 역량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테라 사태 이후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최근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 도입 이야기가 나오면서 산업 진흥 정책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는데, 우리나라도 미국 등 해외와 마찬가지로 향후 규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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