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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면등교가 괴로운 학생들…‘백 투 스쿨 블루’ 대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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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교육부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보니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 코로나19 전보다 개선

입시·친구 스트레스 일시적으로 사라진 영향

전면등교 재개 이후 학업·관계 부담 늘 수도

심리건강 문제 때 도움 구할 수 있게 교육을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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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북 군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소정(17) 양은 코로나19 안정세와 함께 찾아온 학교 일상회복 조치가 반갑지만은 않다. 정양 학교는 지난해 여름부터 전면등교를 시작했지만, 이달부터 체육, 모둠수업, 수행평가 등 대면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업과 교우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정양의 어깨를 누른다. 그는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땐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친목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도 덜했다”며 “전면등교 이후 밀린 수행평가가 휘몰아치는 게 엄청난 부담이다. 내향적인 친구들은 종일 사람과 붙어있는 걸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2.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교 3학년생 조우현(18) 군은 전면등교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수면시간이 2시간 가량 줄었다. 졸음을 참고 책상 앞에 종일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은 오랜만에 경험한 낯선 일상이다. 느슨했던 생활패턴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고충도 많다. 그는 “잠은 부족하고 학업 일정은 빡빡하고 사람과 계속 만나는 스트레스가 겹쳤다”며 “등교 전 불안한 마음이 매일 든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학교 일상회복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비대면 수업을 듣던 초·중고교생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되찾은 학교생활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하면서 ‘백 투 스쿨 블루’(Back to School Blue·학교로 돌아간 뒤 경험할 상황에 대한 불안감)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등교 기간 정신건강 일부 개선, 왜?


일부 학생들이 재등교에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는 국가승인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교육부와 매년 중·고교생 6만명을 대상으로 건강 행태를 조사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정신건강 지표가 2018~2019년보다 개선됐기 때문이다. 2020년 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감 경험률은 25.2%로 2018년 27.1%. 2019년 28.2%보다 낮았고 스트레스 인지율도 34.2%로 2018년 40.4%, 2019년 39.9%보다 낮았다. 자살 생각률은 10.9%로 2018년 13.3%, 2019년 13.1%보다 개선됐다. 주관적 수면충족률 역시 30.3%로 2018년 23%, 2019년 21.4%보다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지난해에는 2020년에 견줘 정신건강 지표가 다소 악화됐지만, 스트레스 인지율(38.8%), 우울감 경험률(26.8%), 자살 생각률(12.7%) 등은 2018~2019년 지표에 비해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2020~2021년 정신건강 지표 개선이 입시 경쟁과 또래를 사귀며 겪는 심리적 부담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영향으로 분석한다. 이진화 울산대 조교수(간호학과), 권민 수원대 조교수(간호학과)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청소년의 건강행태 비교’ 논문에서 2019년과 2020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대해 “입시 위주의 학업 중심으로 수행되는 청소년 생활 영역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아동·청소년기 높은 불안과 우울을 야기한다는 결과가 확인된 연구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코로나19 이후 우울지수 개선은 최근 발표된 교육부 조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 2월11~18일 전국 초·중·고교생 34만1412명에게 우울·불안, 학업 스트레스 등에 대한 자기인식도 수준을 설문조사해 지난달 결과를 공개했다. 초등학생 27%는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우울해졌다고 했고, 지난 2주 간 7일 이상 우울·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한 중·고생은 각각 12.2%, 7%였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조사로 비교군이 없어 코로나19 전후의 정신건강 변화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다만 자살 고위험군 학생처럼 정신건강 취약층 사례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다. 고위험군 학생의 경우 학교 밖으로 밀려난 시간이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경희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이런 청소년들은 가정 안에서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이후 학교 대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정신건강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업·친구 스트레스…‘백 투 스쿨 블루’ 우려


이처럼 학교에 가지 않은 기간 심리적 압박이 잠시 줄었다는 것은 전면등교 체제 전환 이후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생활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다시 시작되는 데다 2년간 단절됐던 학업·교우관계 문제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는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학기 등교확대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학기 등교 확대에 ‘매우 긍정’이나 ‘긍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학부모의 경우 77.7%에 달했지만 학생의 경우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인 49.7%에 불과했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센터장인 권용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할 당시에는 ‘힘들면 잠시 쉬어도 된다’는 여지가 있었는데 전면등교 체제 이후로 그런 여유가 사라졌다. (비대면 수업 때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친구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미뤄뒀는데, 이런 감정이 등교를 계기로 현실화 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백 투 스쿨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서는 “학기 초 담임 교사와 상담 교사 등이 학생에 대한 심리적 지원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에 대해 잘 이해하고 필요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능력인 ‘건강 리터러시’를 기르도록 인식 교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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