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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KIA 팬 떼창하게 만드는 '테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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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KT 위즈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물세례를 받는 소크라테스(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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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달라졌다. 방출 후보로 꼽히던 KIA 타이거즈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30·도미니카공화국)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현시점 KBO리그 최고 타자다. 5월 타율은 0.455(55타수 25안타)로 전체 1위. 홈런은 3개를 쳤다. OPS(출루율+장타율)도 1.257로 1위다. 영양가도 만점이다. 찬스 때도 꼬박꼬박 안타를 쳐 KT 위즈 박병호(22개)에 이은 타점 2위(15개)다.

1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도 소크라테스의 활약이 눈부셨다. 첫 타석에선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이후 두 타석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2-3으로 뒤지던 9회 초엔 롯데 마무리 최준용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는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KIA는 류지혁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3연패에 빠질 위기를 벗어났다.

소크라테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출 가능성이 거론됐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기 때문에 4월까지 타율은 0.227에 그쳤다. 삼진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26개. 4월 30일 삼성전에선 5타수 1안타에 그치면서 삼진을 4개나 당했다. 직구도, 변화구도 배트에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5월 들어 거짓말처럼 대반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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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는 소크라테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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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한국 투수들의 볼배합에 적응했다. 나쁜 공에 손을 댔다. 미국과는 투수들의 스타일이 달라 적응에 애를 먹었다. 투구 리듬에 맞춰가다 보니 내 타이밍이 돌아왔고, 내 나름대로의 히팅 존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면 승부보다는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공격하는 투수들의 성향에 익숙해졌다는 거다.

해결책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슬로 스타터다. 타격감을 회복할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또 "좋지 않을 때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나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반등할 것으로 생각했다. 현재 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원군도 있었다. 해외리그 경험이 있는 최희섭 타격코치, 경험 많은 최형우와 나성범 등 수준급 좌타자들과 대화를 통해 타격을 재정비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김종국 KIA 감독은 구단에 '버나디나 같은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로저 버나디나는 2017년 20(홈런)-20(도루)을 달성하면서 뛰어난 중견수 수비까지 선보여 우승에 기여했다.

실제로 KIA의 약점은 중견수였다. 지난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합계는 0.52로 10개 구단 중 9위였다. 뚜렷한 주전 없이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맡았다. 권윤민 전력기획팀장이 점찍은 선수가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준수한 수비력과 빠른 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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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이 살아나자 기동력도 발휘되고 있다. 4월까진 도루를 두 번 시도해 한 번 성공하는 데 그쳤지만, 5월엔 3개를 추가했다. 1루에서 단타가 나왔을 때 3루까지 추가 진루 확률은 리그 전체 1위다.

도루왕 출신인 김종국 감독은 "소크라테스의 주루 능력이 좋다. '그린 라이트(언제든지 뛰어도 된다는 사인)'를 줬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래도 출루할 기회가 적어서 도루가 적었다. 이제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화력도 좋다. 팀원들과 장난을 치거나,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KIA 동료들은 소크라테스의 두상이 닮았다며 '망고'라고 부르거나 '테스형'이라고 부른다.

소크라테스가 KIA 팬의 사랑을 받는 또다른 비결은 응원가다. 외국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곡을 개사해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란 가사를 붙였다. 단순한 멜로디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LG 트윈스와 대결한 지난 주말 3연전에선 KIA 팬들이 다같이 소크라테스의 응원곡을 '떼창'했다. 상대팀 팬들조차 따라부르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흥얼거리는 팬들이 많다.

소크라테스는 "응원가 덕분에 내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된다. 집이나 숙소 등을 오가며 혼자 부르기도 한다. 원정 경기도 많이 찾아줘 홈 경기 같다.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KIA 팬들이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박동원이 영입되고, 소크라테스가 살아나면서 KIA의 성적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위권에서 벗어나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팀이 이길 수 있게 돕고 싶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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