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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마리우폴 제철소 항복 군인 처리, 새 불씨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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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60명 제철소 빠져 나와

우크라이나, 포로 교환 시도

러시아에선 “나치 범죄자는 제외”

군사경찰 ‘아조우연대’가 논란 핵심


한겨레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제철소에서 러시아군에 맞서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7일(현지시각) 제철소에서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앉아 있다. 올레니우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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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80일 넘게 러시아군의 공격에 맞서다가 항복한 군인들의 처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군인 256명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중에는 부상 군인 51명도 포함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쪽은 부상 군인 53명을 포함한 264명의 군인이 제철소를 떠났다고 밝혔다. 군인들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인근 지역인 올레니우카와 노보아조우스크에 분산 수용되어 있다.

현재 제철소 안에 몇 명의 군인이 더 남아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제철소 내 군인들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몇 명이 내부에 있는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쪽 모두 제철소를 빠져나온 군인 처리를 위한 협상을 언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부상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면 포로 교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의 디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로들을 국제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제철소에서 나온 군인들을 대상으로 전쟁 범죄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수사위원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자행한 범죄 조사의 일부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복한 군인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군인들의 국적, 민간인 대상 범죄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를 러시아가 자체로 입수한 범죄 사건 정보와 비교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전투를 벌인 군인 가운데 내무부 소속의 군사경찰 조직인 ‘아조우 특수작전 파견대’(통칭 ‘아조우연대’)를 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직은 2014년 동부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내전을 벌이자, 신나치 극우 세력들이 결성한 민병대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마리우폴을 반군 세력으로부터 탈환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그해 11월 내무부 소속의 정식 군사경찰 조직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정식 조직이 된 이후에도 민간인 학대 논란을 불렀다. 미국 정부는 이 조직의 극우 성향을 문제 삼아 2015년 제재를 단행했다가 이듬해 해제했고, 유엔인권사무소는 2016년 보고서에서 이들이 고문이나 민간인 약탈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쪽에서는 아조우연대 소속 군인들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제철소에 있던 군인 가운데는 전쟁 범죄자가 있다며 “나치 범죄자들은 포로 교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아조우연대 대원들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처형까지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 하원이 이른바 ‘나치 범죄자’를 포로 교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의안을 18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법원도 오는 26일 아조우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할지 여부에 대한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싸운 군인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제철소에 남은 군인들을 구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며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중재인이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두쪽의 휴전 협상이 최근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고려할 때 포로 교환 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 제철소를 포기하면서 가장 길고 치열했던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북동부 지역에서는 이날도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 국경까지 진격한 데 이어 이날은 동부 루한스크주 서부 지역에 있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에서 동쪽으로 40㎞ 지점까지 진격하면서 러시아의 보급로를 위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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