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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지막 빅맥 먹으려고”…맥도날드 밖 줄선 러시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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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러시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스키 기차역 맥도날드에 줄 선 러시아인들의 모습./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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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 1990년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연지 32년만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에 남은 몇 안 되는 맥도날드 매장에는 마지막 빅맥을 먹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손님이 몰리면서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이 늘어선 장면도 포착됐다.

맥도날드는 16일(이하 현지시각) “30년 이상 영업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 러시아 사업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 증대로 러시아 내 사업의 지속적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맥도날드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맥도날드에 근무하는 직원은 6만2000여명이며, 하청업체의 근로자도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850여개의 매장 중 84%를 현지 기업에 매각할 계획이다. 새 사업자는 사업체 운영을 이어가겠지만, 맥도날드의 이름이나 로고 브랜딩, 메뉴 등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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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스키 기차역 맥도날드에 줄 선 러시아인들의 모습./트위터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인들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맥도날드 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이미 지난 3월 영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현지에서 운영 중인 매장은 몇 개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선 러시아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이 영상은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스키 기차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몰린 탓에,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주문할 수 있었다고 한다.

17일 맥도날드를 찾은 이리나(32)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영업 중인 맥도날드는 몇 곳 남지 않았다. 맥도날드가 너무 그리워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탈 때면 들러서 빅맥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줄을 서 기다리고 있던 이반 투마노프(45)는 “1990년대에 우리가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기억한다면 잠시 줄을 서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오늘 스스로에게 서양의 맛을 일깨워 주자”고 했다.

일부 러시아인들은 맥도날드 매각 후 재개장을 할 경우, 맛이나 품질이 하락할까봐 우려된다고도 했다. 알라(21) 또한 “어제 맥도날드가 문을 닫고 새 이름으로 다시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버거와 밀크셰이크, 프렌치프라이를 사기 위해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리브랜딩 후 품질이 더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러시아인들도 있었다. 한 러시아 남성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맥도날드를 찾기 위해 2시간30분 동안 운전했다. 250㎞나 떨어진 맥도날드에 왔다. 매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그래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다행이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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