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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다시 주목 받는 中 2인자 리커창…'리코노믹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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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일보, 3주 지난 리 총리 연설문 1만자 분량 실어
日 니혼게이자이 "시 주석 권력과 균형 맞추기" 평가
외신들 "시 주석 줌심체계 격변…리 총리 입지 강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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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심의 권력 체계 속에서 ‘잊혀진 2인자’로 평가받던 리커창 총리가 최근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는 와중에 리 총리 주도의 거시경제 정책을 의미하는 ‘리코노믹스’가 귀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9년여 간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유명무실하던 총리의 권한이 최근 한 달 사이 격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2면을 거의 통틀어 리 총리의 연설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민일보는 지난달 25일 있었던 국무원 제5차 염정공작회의 연설내용을 이날 1만자 가까운 분량으로 비중 있게 전했다. 이 보도 이후 공산당 내부가 크게 술렁였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의 설명이다. 3주가 지난 연설문을 왜 이제와 한 개면이나 통틀어 실었냐는 것이다. 신문은 "시 주석의 강력한 권력과 균형을 맞추는 움직임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연설은 큰 틀에서 시 주석이 평소 강조하던 ‘부패척결’을 주제로 삼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리 총리는 경제회복안과 더불어 시장 중시, 세(稅) 부담 경감, 중소영세기업 지원, 고용 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 정부 출범 직후 떠들석했던 리코노믹스 귀환의 전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코노믹스는 리(Li) 총리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탈이 만든 용어다. 단기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중장기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초기 버전의 리코노믹스라면,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된 2015년에는 경제 구조조정과 시설투자 촉진을 강조한 ‘2.0’ 버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연설에서 리 총리는 "경제사회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직책이며, 깨끗한 정치를 의미하는 당풍건설의 필연적 요구"라면서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구호만을 외친다거나, 좋은 성과만 상부에 보고하고 문제점은 숨기는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시 주석이 사실상 주도해온 경제정책 집행의 부진을 은근히 비판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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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국의 경제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리 총리의 부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했다. 민생 지표로 꼽히는 도시 실업률도 6.1%까지 올라 정부의 관리 목표 상단(5.5%)을 웃돌았고, 수출증가율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9%, 47.7에 그쳐 팬데믹 초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서방 언론 역시 최근 리 총리의 당내 입지 강화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민간 기술회사나 부동산 대출 등에 대한 전반적 규제 완화, 코로나19 봉쇄로 조업이 중단된 기업들에 대한 생산 재개 방침 등에 대한 논의가 리 총리 주도로 전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제 2인자 류허 부총리도 17일 빅테크기업의 발전과 상장 지원 의지를 이례적으로 공개언급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리 총리는 중국 헌법의 임기제한 규정에 따라 내년 봄 총리직에서 내려올 예정이지만, 최근과 같이 당내 권력을 유지해 존재감을 높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전당대회 이후 5년을 책임질 차기 정권에서도 리 총리가 상당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1강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싸움에서 완승해야 한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전당대회 전 5년마다 통상 있었던 일"라고 덧붙였다.

한편, 리 총리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끈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인 태자당파로 분류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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