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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돈만 벌고, 투자자 보호는 뒷전인 코인거래소... 코인 상폐 기준도 거래소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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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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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짓조각이 된 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 급락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루나와 테라 사태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거래장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지만, 거래정지 없이 상장폐지(거래종료) 수순을 밟은 것을 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투기 성격이 강한 코인도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식시장의 종목 상장 폐지 절차와 같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오는 20일 낮 12시부터 루나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빗썸은 27일부터, 고팍스는 16일부터 루나, 테라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코인원과 코빗도 지난 10일 루나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유의 종목 지정을 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 등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이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이 만들어 ‘김치 코인’이란 별명이 있다. 루나의 경우 올해 초 전체 암호화폐에서 시가총액(시총) 10위권에 올랐고, 지난달 11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달 6일까지만 해도 10만 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일주일 만에 1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전락했다.

루나는 해외에서도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지난 13일 루나와 테라의 상장 폐지했고, 글로벌 대형 거래소인 OKX는 이미 테라를 상장폐지하고 테라와 연계된 루나, 앵커, 미러 등도 퇴출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잇달아 루나와 테라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폐지를 결정했지만, 거래소마다 대응이 달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보다 단타와 투기 목적의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루나 거래량이 폭등하면서 업비트가 지난 10∼13일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수수료만 9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업비트는 국내 거래소 중 유의 종목 지정을 가장 뒤늦게 했고, 지정 후에도 입출금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세부절차’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인 종목의 경우 변동성이 높고 투기 자산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코스피·코스닥 종목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 장치 마련을 위해 거래소의 상장 폐지 절차 규정을 참고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거래소는 관리종목 지정 또는 실질심사 사유 등이 발생한 업체가 있을 경우,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한다.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업체라고 해서 반드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개선기간이 부여될 경우, 장기간 거래정지 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을 때 19단계라는 상당히 긴 과정을 거쳐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거래소에 따르면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것이 1단계이며 실질심사 대상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2단계다. 3단계부터 7단계까지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의 논의를 의미한다. 기심위가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하면 거래소가 승인한다. 다만 대상인 상장사가 개선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이를 토대로 기심위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고 거래소가 상장유지와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기심위 이후에는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간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크게 1심과 2심으로 나뉜다. 먼저 1심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열리고 상장유지,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 중 하나가 결정되며 이를 거래소가 승인한다. 이 과정 역시 상장기업이 다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제출한다면, 이를 토대로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 심의·의결을 진행하고 거래소가 승인하는 수순이다.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통보했으나 회사가 15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경우엔 코스닥시장위원회 2심으로 넘어간다. 2심도 동일하게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폐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제출 받는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도 기심위까지와 과정은 동일하며, 이후 상장공시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한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1심만으로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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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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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에는 거래정지 종료 정책이 있지만, 각 사마다 기준이 다르고 기준이 모호하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은 “특정 디지털 자산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경우 공지는 자사의 홈페이지나 업비트 공지사항을 통해 실제 거래지원 종료일 10일 이전에 이뤄진다”면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두나무가 사전 공지 없이 특정 디지털 자산에 대해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루나 사태를 계기로 코인 시장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인이 투기 목적의 성격이 강한 것은 맞지만,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엄연히 존재하며 돈이 오가고, 상장과 폐지가 이뤄지고 있는 거래시장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의 모습도 갖고 있다”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암호화폐 거래소도 매매거래 정지나 상장폐지와 같은 절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야기한 테라 플랫폼을 감독 및 제재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투자자 현황과 국내 거래소들의 조치에 대한 파악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루나와 관련한 거래량과 종가, 루나와 테라를 보유한 투자자 수, 금액별 인원수, 1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에 대한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루나 가치가 휴지 조각이 돼 전 재산을 잃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 4대 거래소의 루나 보유 투자자는 17만명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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