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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골프 사상 최고의 멀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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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스티븐 알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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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0세 이상이 뛰는 챔피언스 투어 2022년 최고 선수는 스티븐 알커(51)다.

타이거 우즈 전성기에 PGA 투어에서 그랬던 것처럼 요즘 챔피언스 투어에선 알커가 상위권에 올라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10년 넘게 챔피언스 투어를 호령하던 베른하르트 랑거(64)의 시대를 알커가 끝낼 분위기다.

최근 성적이 3등, 1등, 2등, 1등이다. 시즌 두 번 우승 후 아들 졸업식에 다녀오느라 대회를 쉬고 감이 떨어졌는데도 너끈히 3등을 했다.

최근 11경기에서 톱 10에 들지 못한 건 두 번뿐이다. 우승은 3번, 5위 이내에 8번 들었다.

알커의 올해 상금은 218만 달러로 랭킹 1위다. 평균 타수(67.96타) 1위, 그린적중률(79.33%) 1위다. 드라이버를 가장 멀리 치지는 못한다. 거리 18위(289야드)위다. 그러나 정확성(14위, 78.3%)을 겸비했다. 아이언까지 합친 볼 스트라이킹 부문에서 1등이다.

알커가 원래 이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뉴질랜드 출신인 그는 10대에 남반구의 작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95년 프로가 됐다. 1998년과 99년 유러피언투어, 2003년 PGA 투어에서 뛰었지만, 카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20여년을 주로 2부 투어에서 떠돌이로 지냈다. 그가 뛰는 동안 2부 투어 이름이 네 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다. 2부 투어서도 대단치는 않았다. 2010년엔 2부 투어 21경기 모두 컷 탈락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석유 회사에서 일하고 카펫 세탁도 했다.

알커가 스포츠뉴스 하이라이트에 등장한 적이 있다. 2015년 2부 투어에서 최장 기록인 11홀 연장전을 벌여서다. 당시 김시우가 1타가 부족해 연장전에 못 갔다. 알커와 상대는 “이거 끝나기는 끝나는 거냐”고 농담도 했다.

알커가 결국 이겼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2부 투어 우승이었다. 알커에겐 인생 마지막 우승이 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쉰살이 되면서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지난해 7월 출전 가능 나이가 돼 예선전을 통해 챔피언스 투어에 참가해 여섯개 대회 연속 톱 10에 들어 시드를 땄다.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해 최종전 2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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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알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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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각종 기록 상위권으로 최고 선수로 우뚝 서고 있다.

그는 “챔피언스 투어에 오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졌다. 열정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집중하고 태도를 올바르게 하면 이겨낼 수 있다. 인생의 어떤 것이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운도 있었다. 2019년 2부 투어에서 뛰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021년까지 시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3년간 챔피언스 투어를 준비했다.

50세 이상이 뛰는 챔피언스 투어는 멀리건 투어라고도 한다. 골퍼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가물에 콩 나듯 무명이었던 선수가 챔피언스 투어에 올라와 한 방 날리는 패자부활전 스토리가 나온다.

그러나 지속하긴 어렵다. 결국엔 PGA 투어에서 잘 치던 스타 선수들이 이긴다.

그러나 알커는 다른 것 같다. 그는 어니 엘스, 파드릭 해링턴, 짐 퓨릭 등 젊을 때는 동반 라운드도 못 해 봤던 최고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고 그들을 계속 이기고 있다.

AP통신은 “알커는 골프 사상 최고의 멀리건 선수”라고 평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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