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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초보 감독 이정효와 광주의 비상은 잦은 미팅 덕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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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효 광주 감독이 16일 광주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광주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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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이정효(47) 광주FC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탁월한 지도력으로 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는 초반 14경기에서 11승1무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등 1년 만의 K리그1 복귀를 위한 항해에서 순항하는 중이다.

이 감독은 감독 일을 시작한지 불과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식견과 철학, 훈련법으로 광주를 뛰어난 팀으로 만들었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눌러 제압하는 완성도 높은 축구로 성적까지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의 발전도 확실하게 눈에 띈다. 아주대와 프로 네 개 팀에서 코치를 역임한 경험 덕분인지 그는 준비된 모습으로 프로 생태계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16일 광주에서 만난 이 감독은 세간의 칭찬에도 “생각보다는 잘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준비된 완벽주의자의 미팅법
이 감독은 완벽주의자로 소문이 나 있다. 감독이 된 후에는 더 심해졌다. 완벽함을 위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선수들과의 미팅이다. 이 감독은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계속 미팅을 한다. 주에 4~5회 할 때도 있고 경기 당일에도 한다. 최대한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선수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감독 생각은 다르다.

“그래서 길지 않게 20~30분 정도만 한다. 선수에게는 명료하고 간단하게 전달하기 위해 제가 더 많이 준비한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은 감독의 직무유기라 생각한다. 선수가 이해를 못했다면 그것은 지도자의 문제다. 다만 미팅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결국 선수가 결정한다. 그 결정은 선수에게 맡기는 대신 저는 제가 할 일을 할 뿐이다. 간혹 미팅에 집중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데 결국 훈련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경쟁에서도 멀어진다. 대부분이 미팅에서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미팅에서 얻는 게 많다며 좋아하는 선수도 있다.”

미팅은 자주, 훈련은 철저하게 하지만 이 감독은 그 외의 모습을 신경쓰지 않는다. 이 감독은 “선수 개인을 믿지 않는다. 다만 훈련에서의 모습만 믿는다. 사생활이 어떻든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미팅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실천하면 문제 될 게 없다”라며 철저하게 훈련을 통해 선수를 평가한다고 했다.

◇볼이 아닌 좋은 공간을 소유하라
이 감독의 축구 철학은 ‘주도권’에 있다. 흔히 점유율 축구라고 한다면 볼 소유권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감독은 다르다. 그는 “볼이 아닌 좋은 공간을 소유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선수들에게도 볼을 따라다니지 말자고 한다. 프로 선수라면 볼을 차는 게 아니라 공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저는 공수 상황마다 선수 위치를 다양하게 조정하고 선수들에게 주입시킨다. 공격 시에는 좋은 공간을 점유해야 하고, 수비 시에는 상대가 나쁜 공간으로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감독은 “우리 팀에서 볼을 가장 잘 차는 선수가 김종우다. 하지만 제가 요구하는 공간 활용, 그리고 템포 전환을 따라오지 못해 주전에서 조금 멀어져 있다. 많은 선수들이 어려워 했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이해하고 있다. 인천과의 FA컵 경기가 좋았던 것은 후보로 있던 선수들이 우리의 축구를 구현했다는 사실이다. 가끔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제가 요구한 플레이를 잘 수행해 미소를 짓게 된다”라며 만족했다.
스포츠서울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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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만을 보지 않는다
광주의 1차 목표는 K리그1 복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K리그1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아시아 무대까지 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엄지성과 허율, 정호연 등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32명의 선수 중 무려 30명에게 출전 기회를 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금은 승격보다 우리가 하는 축구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 올시즌 경기 중 패했던 부천전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나빴지만 내용이 좋아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 보면 일정 수준에 도달해 결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성장세가 보인다. 그렇게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팀을 만들고 싶다. 나아가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강등, 승격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한 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반갑다. 이 선수들과 광주를 더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 다만 저 혼자 너무 빨리 가지 않도록 선수들과 보조를 맞추고 싶다”라는 목표를 이야기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6-1 대승은 그래서 의미가 더 컸다. K리그1에서 잘 나가는 팀을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압도했다. 이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를 많이 본다. 특히 인테르 밀란의 시모네 인자기 감독을 좋아한다. 이 감독이 라치오 시절에 했던 축구를 인테르 밀란에서 그대로 하고 있다. 선수 구성이 전혀 다른데도 그 축구를 한다. FA컵에서 뒤에 있던 선수들이 우리 팀의 축구를 해준 게 그래서 좋았다. 우리 팀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책, 그리고 남기일
이 감독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한 달에 최소 3~4권의 책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다. 최근에는 ‘일의 격’이라는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이 감독은 “그 책은 리더를 ‘정원사’로 규정한다. 저도 정원사가 되고 싶다. 환경,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으면 물을 주고 잡초만 뽑아도 스스로 자란다. 선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가꾸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그게 감독으로서의 제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도 지금의 이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이 감독은 남 감독을 보좌해 광주FC, 성남FC, 제주에서 함께했다. 이 감독은 “4월의 감독상을 받은 후 남 감독님께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 분께 인정받아 더 기쁘고 감사했다. 남 감독님으로부터 ‘뚝심’의 중요성을 배웠다. 밑에서부터 올라가 K리그 300경기 이상 치른 것은 정말 대단한 커리어다. 지금 K리그에서 남 감독님보다 뛰어난 커리어를 갖춘 지도자는 없다고 본다. 나는 이제 겨우 14경기를 했다. 나도 그 분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 아직 먼 이야기지만 광주와 제주가 맞대결하는 모습도 재미있을 것 같다”라며 남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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