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돌이켜 보면 유독 보수 정권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홀대론이 제기됐었다.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않거나, 아예 제창을 못하도록 식순을 고치려 한 적도 있다. 여당이었던 보수정당 일각에선 광주 정신을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극우 논객의 '북한군 개입설' 같은 어설픈 '상징 조작'에 부화뇌동한 적도 있다.
5년만에 재등장한 이번 보수 정권은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5.18 기념식에 의원 전원 참석'을 요청한 것이 출발이었다. 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통령실 고위직 인사와 장관도 모두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보수 정부‧정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할 때마다 문제가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한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국회에서 5월 3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및 5.18 기념재단과 국민의힘 간 정책간담회도 있었다. 긴장감이 돌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18 광주 정신은 좌파, 우파의 정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신"이며 "대통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동력원이자 자산"이라고 말했다. 황일봉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도 "국민 통합은 5.18의 3대 정신 중 하나인 대동정신과 똑같다"고 화답했다. 네 단체는 또 윤 대통령이 정문으로 들어와 5·18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의구심은 아직 남아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하다. 하나는 보수 집권 세력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정말로 끌어안으려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5.18 기념식을 계기 삼아 호남과 수도권,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앞서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극우 논객 지만원 씨로 하여금 국회 건물 안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꺼낼 수 있게 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의 공천이다.
▲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지만원 씨. 김진태 당시 국회의원이 주최자로 참여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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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 ⓒJTBC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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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지만원 씨가 발언하고 있다. ⓒKBS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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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전 의원이 지만원 씨를 5.18 진상규명 위원으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YTN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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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컷오프' 앞에 3년 만에 꺼낸 김진태의 사과문은 "진솔"했을까
김 후보가 5.18 공청회에 대해 이미 사과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후보는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뒤인 지난달 18일 5.18 공청회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행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의 "5.18과 불교(조계종)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김 후보의 컷오프 결정을) 다시 논의해볼 수도 있겠다"는 발언이 나온 지 불과 1시간 만이었다.
사과의 이유가 된 공청회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돌아보자. 공청회의 부제는 "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였다. 발표자인 지 씨는 그날 '북한 특수군이 침투해 5.18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담은 자신의 책을 들어 보이며 열변을 토했다. 후일 1·2심 재판부에서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판명된 주장이다. 지 씨에 의해 북한특수군으로 지목된 5.18 참여 시민들의 고소는 지난해 11월까지 총 7번에 걸쳐 이뤄졌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당일 공청회에 직접 참석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의 발언도 가관이었다. 김순례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명 전 의원은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에 그게 5.18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3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뒤 당에 복귀했다. 이 전 의원은 제명 징계를 받았지만 비례대표였기에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공청회의 판을 깔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 김 후보였다. 공청회 한 달 전 김 후보는 "지 씨보다 5.18에 대해 깊게 연구한 사람은 없다"며 5.18 진상조사위원회 자유한국당 몫으로 지 씨를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당일 보낸 영상 축전에서는 "5.18 문제에서만큼은 우리 우파가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시 김 후보가 당으로부터 받은 징계는 경징계 중 경징계인 경고 처분이었다.
그랬던 김 후보가 3년만에 겪은 정치적 위기 앞에 내놓은 내놓은 사과문도 김 대변인이 말한 "진솔한" 사과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후보가 발표한 사과문 중 5.18 관련 부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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