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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연준도 중립금리 어딘지 몰라···인플레 안 떨어지면 더 올릴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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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 WSJ 대담

서울경제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미국 소비 지표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7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02%, 1.37% 뛰었는데요. 그동안 주가가 꽤 떨어졌다는 점도 이날 상승의 한 원인이 된 듯합니다.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 참석해 대담을 했는데요. 큰 틀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내용을 보완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수준인데요.

그럼에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구체적인 발언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파월 의장의 대담 내용과 함께 미국의 소비에 관한 분석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플레 잡아야 할 압도적인 필요성 있어”…다음 두 번 회의서 0.5%p 인상 재확인
이날 파월 의장의 대담에서 알아둬야 할 것은 아래 6가지입니다.

① “우크라 전쟁 식량과 에너지 가격 높이고 있어.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몰라”→해석: 공급난 개선 어려워. 인플레 언제 확 떨어질지 몰라. 경기 하방 리스크 커

② “연착륙의 길 어렵지만 분명히 있어”, “소프트(soft)나 소프티시(softish)한 착륙”→해석: 소프티시라는 단어 사용은 보다 큰 경제적 고통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

③ “인플레 통제해야 할 압도적 필요성 있어. 연준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지배”→해석: 인플레 통제가 1순위

④ “인플레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 더 올릴 것. 시장에 널리 알려진 중립 수준 넘어가도 주저 안 해. 물가 내려가면 더 느리게 움직일 것”→해석: 연말까지 금리인상 뒤 상황 평가해 인플레 진정 기미 없으면 0.75%포인트 포함 강력한 금리인상 가능. 반면 0.25%포인트로 낮출 수도 있음

⑤ “다음 두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정도의 인상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위원회가 지지”→해석: 6월과 7월 0.5%포인트 인상 재확인

⑥ “다만, 어디가 중립인지와 어느 수준이 경기둔화를 시키는 것인지 알지는 못 해”→해석: 인플레 안 떨어질 경우 과도한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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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급망 문제에 관한 한 “모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긴 떨어지겠지만 언제 확 떨어질지는 장담 못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로 파월 의장은 이날 소프트(soft)나 소프티시(softish)한 연착륙을 말했는데요. WSJ 기자가 소프트와 소프티시의 차이가 뭐냐고 묻자 “가끔은 비행기의 착륙이 완벽하지만 때때로는 울퉁불퉁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좋은 착륙”이라며 “인플레를 2%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성장을 늦춰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밀한 외과수술 도구를 갖고 있는 게 아니어서 가격안정을 회복하는데 약간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에둘러 말했습니다.

직관적으로도 소프티시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소프트보다는 더 고통이 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소프트라는 영역 안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착륙 요소를 더 갖게 되는 상태를 말하겠죠. 이것이 좀 더 과해지면 하드랜딩이 되는 것이구요.

이날 파월 의장은 시장에 널리 알려진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금리를 어느 정도 올려보고 그래도 물가가 안 떨어지면 더 많이 인상할 수 있다는 건데요. 반대로 떨어지면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죠. 0.25%포인트를 의미하는 겁니다.

그는 “아마 4분기에는 좀 더 정상적인 수준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인데 이것이 종착점(stopping point)이 아니”라며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것을 보지 못하면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만약에 내려가는 것을 본다면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중립이 어딘지 타이트한 수준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는 얘기도 했는데요. 즉 인플레가 안 잡히면 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체로 추정한 중립금리 이상으로 더 올릴 수도 있지만 그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는 정도가 될 겁니다. 누구도 정확하게 중립금리를 모르기 때문에 여기에서 정책실수가 나올 수 있고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겠죠.



4월 소매지표 굳건한 소비 보여줬지만···“개인 대출 의존 증가·기업 이익감소 좋지 않은 시그널”

물론 이날 나온 소매지표가 말해주듯 미국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탄탄합니다. 실제 4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9% 증가했는데요. 월가 전망치 1.0%보다는 살짝 낮았지만 미국인들의 소비 수요가 굳건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13개 소매 부문 중 9개에서 전월 대비 지출이 늘어났고 근원 소매 판매 역시 예상치(0.7%)를 웃돈 1.0% 증가로 나왔죠. 제프리스의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르코우스카와 토마스 사이언스는 “소매 지표에서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경기부양책 부족에 시달린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는데요. ING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나이틀리도 “미국 내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봤습니다.

이날 나온 주요 소매업체 실적에서도 이 같은 측면을 볼 수 있는데요.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내 1위 업체인 월마트는 4월 말에 끝난 1분기 매출이 1415억7000만 달러로 예상치 1389억4000만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홈디포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8% 증가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월마트와 홈디포, 4월 소매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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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가 탄탄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는데요. 월마트는 유가급등과 인건비 부담 확대에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떨어진 20억5000만 달러에 그쳤고 주당 조정순익이 1.30달러로 월가 기대치(1.48달러)에 못 미치면서 이날 주가가 11.38% 폭락했습니다. 월마트의 상황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또렷이 보여줍니다. 이익이 계속 줄면 주가하락 요인이 되니 가격인상을 할 수 있고 이는 물가를 자극하게 될 겁니다.

월마트는 미국 내 최대 업체기 때문에 물가 여파를 가늠하는데 중요한데요. 특히 고물가에 월마트 내방고객이 실제로 사는 물품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홈디포도 마찬가지인데요. 인플레이션에 거래당 평균 금액은 11.4% 증가했지만 거래 건수는 8.2%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소비가 이런 식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건수가 줄고 내방 고객이 감소하면 결국 총 매출도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죠.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말씀드렸지만 소비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탄탄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소비가 약해지는 때, 그 시점이 경기침체로 가는 때라는 분석이 많아서인데요.

골드만삭스는 미국 가계가 소비를 위해 대출과 신용에 의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위해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레버리지 의존도는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늘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 소비가 앞으로 점점 느려진다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국의 카드사태 때에서 보듯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면 당장은 소비를 많이 하게 돼 경기부양이 되지만 나중에는 이를 갚지를 못해 금융사 부실과 소비 감소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가 따라오는데요.

골드만삭스는 향후 소비에 있어 주택경기 침체 시기가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현 상황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 반드시 소비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침체는 아니더라도 경기둔화는 모두가 동의···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기본 시나리오

경기침체를 논할 때 주택담보대출 금리 얘기를 하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게 될 것이고 소비에도 직격탄이 되겠죠. 금리상승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카드대출도 그럴 겁니다.

베스 안 보비노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TV와 가전제품을 많이 샀고 이제는 그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고소득 가구는 자산이 더 많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주식시장 하락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올해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겠지만 결국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질 것이며 연준의 누적된 금리인상이 사람들의 주담대 원리금 지급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2023년에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더 커진다”고 지적했는데요. S&P는 침체 확률을 30%로 보고 있지만 갈수록 수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어제 경기침체 논쟁에 관해 전해드렸지만 이날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는데요. 찰리 샤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일종의 경기침체(recession)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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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금융사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연체율을 통해 경기를 남들보다 먼저 짚어낼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요. 그래서 경기 논쟁을 할 때는 금융사의 자료가 유용하게 쓰이고 CEO들의 말에 귀기울이게 됩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의 발언에 무게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에 증시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베어마켓 사이사이의 랠리가 투자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얘기도 있죠.크리스 세넥 울프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의 급격한 반등에도 약세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우울한 얘기가 많은데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는 “소비는 강하고 사람들은 완전히 고용돼 있으며 어느 정도 급여인상이 있다. 사람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노동시장도 강하다"며 “미국경제는 소비가 3분의 2인데 현재 밝은 지점에 있으며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습니다.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도 “연준의 추가적인 정책실수만 없다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있지만 낮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그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은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습니다. 어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죠. 천천히 떨어지는 물가는 미국 경제에 큰 고통이 될 것이고 더 강한 정책 대응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성장에 대한 공포와 높은 불확실성에 고객들이 쌓아놓고 있는 현금 비중이 20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합니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아직 궁극적인 최저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남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나서면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변동성이 클 때는 조금만 앞서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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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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