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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45개월만에 최대폭으로 감소[뒷북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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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업보고서 분석

6분기 만에 전체 직원수 감소

‘4만명 채용’ 구상에도 4분기 888명 줄어

규제로 인한 인력난···경쟁력 악화 우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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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 기술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 수가 6분기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투자 확대 등으로 인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각종 규제와 경쟁 심화 등으로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서 경쟁력 하락 우려가 나온다.

17일 서울경제가 삼성전자의 연도별 분기·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본사 직원 수는 11만 3485명으로 직전 분기의 11만 4373명 대비 888명(0.78%) 줄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021년 3분기 6만 4215명에서 4분기 6만 3902명으로 313명 감소했다. 올해 1분기는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서식 기준 변경으로 직원 수를 기입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직전 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섰던 2016년 이후 직원 수가 1000명 가깝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직원 감소가 회사의 경영상 이유와 관계없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이 줄어든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신규 공장 완공, 시설 투자 확대 등으로 필요 인력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실적 또한 올 1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양호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하반기에 평택 제3공장(P3) 완공을 앞두고 있고 추가 시설 투자도 계속돼 인력을 줄이기는커녕 계속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인력 확충 계획에도 불구하고 직원 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은 각종 규제 등으로 ‘인재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등이 더해지면서 업계에서 원하는 국내 고급 인재 풀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인력 부족 문제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는다고 했는데 정말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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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가 첨단 기술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된 상황에서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 감소는 예삿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적 호황에 신규 투자 또한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 부족’은 자칫 핵심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 반도체 인력, 세 자릿수 감소=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의 경우 직원 수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은 2018년 1분기(5만 794명) 이후 15분기 동안 대부분 기간에 직원 수를 계속 늘려왔다. DS 부문의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총 세 번뿐인데 세 자릿수 감소(313명)는 지난해 4분기가 유일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부족 인력은 2020년 말 기준 1579명에 달하는데, 국내 대표 기업마저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인재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부문의 경우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된 상태라 직원을 더 늘리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반도체는 사정이 다르다”며 “적극적인 인재 확보 노력을 펴고 있는 데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상징성까지 있는 삼성전자가 필요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력 지키기도 역부족=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칩 설계를 총괄하는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이달 24일 KAIST를 직접 찾아 학생들에게 시스템반도체를 소개하며 ‘인재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그간 회사 채용팀이 전국 주요 대학을 돌며 취업 설명회를 개최한 적은 많았지만 주요 경영진이 직접 학생들과 대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열악한 반도체 인력 시장에서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준다.

대학 계약학과를 통한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 규제의 일환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보니 관련 전공 지식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회사들은 주요 대학과 협약을 맺고 계약학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정원 제한과 관계없이 학과를 둘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KAIST와 포스텍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으로도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학과를 통한 인력 수급은 많아야 1년에 수십 명에 불과한 데다 대학마다 첨단 기술 관련 교수 인력이 부족해 이를 더 늘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인력 확보뿐 아니라 기존 인재를 지키는 일도 어려운 문제다. 삼성전자는 매년 임금을 인상하며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쟁 기업들은 더 높은 연봉과 근로 조건으로 유혹하면서 ‘인력 채가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인 평균 급여는 2017년 1억 17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 4400만 원으로 높아졌고 올해도 9%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 또한 비슷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데다 비슷한 임금이라면 처우가 더 나은 회사로 옮기겠다는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책 지원 없으면 경쟁력 상실=인력 부족 상황은 기업이 자력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결국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경쟁이 각국의 주도하에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치러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더욱 책임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취임한 윤석열 정부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기술과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민관이 공동으로 기술 개발과 인력을 양성하는 산학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대학과 기업의 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이 포함되기도 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대학 관련 규제를 풀어 첨단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인력 부족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학부 학생을 늘리는 데 있다”며 “이를 통해 석·박사 인력 또한 늘어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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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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