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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권도형 잡아라" 조롱 '밈토큰'까지 등장…혼돈의 코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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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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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권닷넷'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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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프로젝트를 비판한 이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매도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리어 조롱의 대상이 됐다. 권 대표가 만든 '김치코인' 루나·테라가 폭락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권 대표의 영어 이름(Do Kwon)을 딴 '도권토큰' 발행 등 밈(Meme·온라인 유행물)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피해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사기성 프로젝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권토큰 개발자 측은 지난 16일 홈페이지 '도권닷넷'을 개설하고 토큰 발행 계획을 알렸다. 개발자는 "권 대표는 계획적 사기를 저질렀다"며 "이 프로젝트를 확대해 루나 사태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주고 싶다"고 밈 프로젝트의 목적을 설명했다.

도권닷넷에 공개된 백서에 따르면 도권토큰의 유통량은 10억개로 이 중 10%는 루나코인 투자 피해자들에게 에어드롭(무상지급)될 예정이다. 개발자는 2분기 중 토큰을 발행하고 일부 거래소에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3분기에는 권 대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 '도권 잡기 게임'(Dokwon catch game)도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자 측은 "우리 프로젝트의 좋은 취지를 이해하고 지원해달라"며 "사람들을 돕는 프로젝트도 있다는 걸 가상화폐 시장에 알리고 시장 신뢰를 재정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밈 프로젝트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도권토큰 발행을 비롯한 전체 청사진이 루나 투자자 지원에 맞춰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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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권닷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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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로젝트 취지와 달리 기존 루나 투자자들의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이용한 '스캠(사기) 코인'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원이 아니라 루나 이슈로 한탕 해먹겠다는 것", "루나 살리는 척 액션이라도 보여줘야 하나라도 살 것 아니냐", "눈에 보이는 사기" 등 부정적 반응이 감지됐다.

실제 사기로 이어지는 스캠 코인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을 기반으로 만든 '스퀴드 코인'도 사기로 드러났다. 스퀴드 코인 개발자 측은 토큰을 통해 온라인에서 오징어게임 참여가 가능하다며 4만명이 넘는 투자자를 모았다. 코인 하나당 2800달러(약 34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코인을 모두 현금화하면서 0.00079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진도지코인' 역시 개발자가 전체 물량 15%를 팔면서 가격은 97% 폭락했다. 개발자가 챙긴 이익은 약 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토큰을 발행하려면 기본적으로 발행 회사나 개인에 대한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프로젝트는 개발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백서도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어 사실상 시작도 안 된 상태"라며 "토큰 프로젝트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인데 이런 밈에 현혹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투자자들까지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돕겠다는 건 핑계이고 루나 사태를 단순 희화화하려는 프로젝트 같다"며 "2차 자산 피해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권 대표 뿐만 아니라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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