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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첫 출전+포수 데뷔, 대담했던 김민혁…김태형 감독은 또 옳았다 [MK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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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선택은 또 옳았다. 이번 시즌 첫 출전한 김민혁(26)에 대한 믿음이 제대로 통했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의 홈 시리즈 첫 경기에서 9-9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날 1-8까지 밀린 두산은 6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9-9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야수 김민혁이 포수가 되어 6이닝을 책임진 것이다. 놀라면 안 된다. 김민혁은 이날 이번 시즌 첫 출전이었다.

6회 SSG를 쫓던 두산이 큰 위기에 빠졌다. 박세혁과 박유연이 모두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포수 마스크를 쓸 사람이 없었다. 박세혁은 일찌감치 점수차가 벌어지자 더그아웃으로 들어갔고 기회를 받았던 박유연은 6회 이반 노바가 던진 볼에 왼쪽 손등을 맞아 부상 당했다. 김 감독은 이때 초-중 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민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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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민혁(26)이 17일 SSG전 8회 조수행의 희생 플라이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김민혁은 17일 1군 엔트리에 갓 등록된 선수였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어제 2군에 내려간 선수들과 오늘 1군으로 올라온 선수들의 차이는 없다. 변화를 한 번 줬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함이 없다고 했으나 그의 선택은 ‘특별’했다.

김민혁의 이번 시즌 첫 출전, 그리고 포수 데뷔는 신선했다. 이미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볼거리 정도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혁이 블로킹 실패 후 튕겨 나간 볼을 찾지 못해 실점할 때만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김민혁은 곧 정신을 차렸고 안정적으로 포수 역할을 수행했다. 부족함이 없었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쓴 7회부터 연장 12회까지 단 1점만 내준 두산이었다. 연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진 김민혁의 대담함이 더 놀라웠다.

김민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코치님이 (포수를)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포수는 힘든 포지션이다. 해야 할 역할이 많다. 특히 투수와의 단시간에 호흡을 맞추기 힘들다. 더군다나 김민혁은 포수가 아닌 내야수였다. 위기의 순간, 김민혁은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투수에게 사인은 아무거나 낼 테니 던지고 싶은 걸 던지라고 했다”고 한다. 강심장이 아닌 이상 쉽게 보일 수 없는 배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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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민혁(26)이 17일 SSG전 7회 프로 데뷔 첫 포수 마스크를 썼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심지어 타격에서도 빛났다. 김민혁은 이날 대타로 출전, 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출전에 추격을 알린 타점, 그리고 포수로서 팀을 지킨 것까지 이날 김민혁의 공헌도는 말할 것도 없이 높았다.

김민혁은 “정신없는 하루였다. 또 많이 긴장했다. 그래도 코치님, 그리고 형들이 응원해줘서 힘이 됐다. 이닝을 소화할수록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선택을 받은 김민혁은 믿음에 부응하듯 펄펄 날았다.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확실히 잡아낸 그가 남은 일정 동안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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