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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한국의 IPEF 참여 반대” 공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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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참여 언급한 날 中 정색하고 불쾌감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키로 한 것이 ‘국익 차원의 결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반중(反中) 노선 동참’으로 간주하고 윤석열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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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이 외교부장./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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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오후 박진 외교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 ‘반중 연대’로 불리는 IPEF 참여로 가닥을 잡은 한국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1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IPEF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불쾌함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통화는 지난 12일 취임한 박 장관과 왕 부장의 상견례 차원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상견례에선 덕담만 주고받는 게 보통이고, 설혹 껄끄러운 얘기가 나와도 발표문엔 담지 않는 게 상식”이라며 “외교적 수사 하나 없이 직격탄을 날린 뒤 이를 공개한 것은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내기로 작심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왕 부장의 해당 발언은 한국 외교부 발표에선 빠졌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이는 박 장관에게 ‘중·한 관계에서 강화할 4대 사항’을 제시하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차단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과 ‘공급망 차단’은 ‘중국 배제·견제’로 요약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가리킨다.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IPEF가 대표적 사례다.

왕이는 또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노선을 따라갈 경우 중국 내수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겠다는 협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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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16일 왕이(王毅, WANG Yi)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상견례를 겸하여 화상통화로 한중관계 전반, 한반도 문제, 지역ㆍ글로벌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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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IPEF 같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낙오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IPEF는 국익 차원의 가입이다. 중국 봉쇄·견제라고들 하는데 우리 의도와는 무관하다”며 “새로운 틀이 짜일 때 선제적으로 참여해 ‘룰 세팅’을 주도하고 지분과 발언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자(多者) 가입이라 중국도 한국만 콕 집어 보복하고 그러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선 중국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드 배치나 IPEF 가입 같은 주권적 결정 사항에 대해 중국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란 것이다. 왕이는 작년 6월 정의용 당시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맹비난하며 “(미국의) 편향된 장단(偏節奏)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하는 등 한국의 처신 문제를 거론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국익 차원의 결정이라 해도 중국을 이해시키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중국도 한국이 결국 IPEF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공개 반발하는 건 중국을 배려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오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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