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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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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6~18일 3차례 핵산(PCR) 검사를 계속 진행합니다.”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임시 검사소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를 3일간 또 연장한다는 안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에 한 번 진행되던 검사 횟수는 어느 순간 하루 한 번으로 늘었다. 얼마전 중국인 친구가 요즘 베이징의 일상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짤막한 글을 보내왔다.

경향신문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젠캉바오(健康寶·방역용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샤오취(小區·주거구역)에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다(매일 전 주민이 검사를 받다 보니 한 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검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 불안감이 몰려온다(검사 결과는 48시간 내에만 유효하다).”

현재 중국 수도 베이징의 상황에 대한 ‘웃픈’ 풍자다.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베이징의 일일 감염자 수는 20일 넘게 수십 명대에 머물고 있다. 높은 전파력이나 2200만명의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다. 그럼에도 방역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학교는 대면 수업을 중단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상점이 문을 닫고 공원과 관광지도 폐쇄됐다. 일부 지역은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했다. 시민들의 발을 묶는 준봉쇄 상태의 방역조치다. 방역조치가 강화될수록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진다. 당장의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다. 언제 진짜 봉쇄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일상을 짓누른다.

지난주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들 사이에 곧 ‘징모(靜默·침묵)’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택배 등 각종 배달 서비스가 중단되고 외출이 제한되는 사실상의 봉쇄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소문이었다. 다들 앞다퉈 마트와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 지난달 일부 지역의 주민 전수검사가 예고되자 언제 봉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던 모습이 재현됐다. 베이징시는 “도시 봉쇄나 ‘징모’는 모두 유언비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생필품 공급은 충분하고 배달도 멈추지 않는다면서 시민들에게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민심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트에서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방역당국의 발표를 들으며 다른 한 손으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쓸어담았다. ‘패닉 바잉’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 교민이나 외국인 중에는 조기 귀국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봉쇄 공포로 불안과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봉쇄는 없다고 호언장담하다 일순간에 도시를 봉쇄해버린 상하이의 영향이 컸다. 공포와 불안감의 근저에는 불신이 깔려 있다. 당초 8일간만 순차 봉쇄를 한다던 상하이의 봉쇄는 50일을 넘겼다. 그사이 숱한 혼란이 벌어졌다. 중국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다. 익명의 한 중국인 기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 사회의) 암묵적 합의는 깨졌다. 나를 행복하게 살게 해주면 (공산당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신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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