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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용]택시 대란은 정부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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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급과 요금 통제해 시장 왜곡

관료 중용 새 정부, 개입 유혹 경계해야

동아일보

박용 부국장


정부 실패는 그 자체로 치명적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 개입이 정당화된다. 하지만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부가 시장을 교란하고 위기의 불을 지르면 게임은 그걸로 끝난다. 정부 실패를 바로잡는 것도 어렵다. 권력은 웬만해선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이 있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를 1년 남겨두고서야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물러섰다. 그 후유증은 컸다. 5년 전 집값이 전세금이 될 정도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과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의 뒤처리가 새 정부에 남겨졌다.

정부는 전지전능한 해결사처럼 굴지만 실패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부 개입 자체만으로도 시장 비효율이 커질 수도 있다. 최근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산된 ‘택시대란’도 이런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당국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완화에 따른 수요 폭발이나 택시 기사들의 이직 때문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핑계를 대고 싶겠지만, 택시 공급과 요금을 틀어쥐고 시장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 건 정부다.

택시가 미국 뉴욕 등에 등장한 건 한 세기 전이다. 택시 수요가 얼마나 되고 요금은 얼마나 받아야 할지 알 수 없던 때니 정부가 면허 제도를 도입하고 요금과 공급 대수를 결정했다. 택시(Taxi)도 세금이나 요금을 뜻하는 독일어 ‘탁세(Taxe)’에서 나왔다. 요즘은 정부보다 똑똑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객과 공급자를 실시간 연결하고 가격까지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대다. 한데 정부는 100여 년 전처럼 시장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니 시장 왜곡이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진입장벽 규제를 치고 세금이나 보조금으로 시장을 장악하면 민간 투자와 혁신은 구축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이 주는 건 부동산 시장에서도 목격했다. 택시 기사들이 벌이가 더 나은 배달 기사로 이직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가 택시요금을 묶어둔다고 해서 택시회사 등에 보조금을 준다면 시민들은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게 되는 셈이다.

택시 대란과 같은 정부 실패는 어디나 있다. 뉴욕에서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등장한 이후 경쟁에서 밀린 택시 기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났다. 신기술의 도전과 전통산업의 몰락으로 묘사된 이 비극의 이면엔 시 당국이 말하지 않는 정부 실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게 당시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드러났다. 당국은 택시 공급을 통제하고 경매 방식을 도입해 면허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이 바람에 빚을 내서 비싼 가격에 면허를 구입한 택시 기사들이 수익 악화와 빚 부담에 시달리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입을 다물고 사회적 비난은 우버 등 새로운 도전자에 집중됐다.

정부 실패 해법은 정부가 손을 놓으면 보인다. 정부는 시민 안전과 시장 경쟁 확대 등에 집중하고 택시 공급과 요금은 더 똑똑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택시 제도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건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경제적인 이동수단이지 택시 그 자체는 아니다.

민간주도 성장을 들고나온 윤석열 정부는 부처 차관과 처·청장 41명 중 32명을 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정부 실패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역대 정부 실패를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시장 개입의 유혹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택시 시장처럼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가 빠지지 않으면 돌멩이가 박힌 신발 자체를 바꿔 신을 각오도 필요하다. 관치 중독을 끊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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