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독재미화' 아길레온 'K리그의 얼굴' 자격있나?...'연맹이 결단 내려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HN스포츠

수원삼성블루윙즈 마스코트 '아길레온' [사진=수원삼성블루윙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패러디로 K리그 이미지를 실추시킨 아길레온이 리그를 대표할 수 있을까?

수원 구단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서 3년 연속 1등을 차지한 아길레온을 축하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박 전 대통령의 휘호인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를 패러디한 '내 一生(일생) K리그의 榮光(영광)을 爲(위)하여. 2022.5.16. 三代班長(삼대반장) 아길레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구 아래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에는 아길레온의 얼굴이 합성되어 있었다.

MHN스포츠

논란의 아길레온 포스터 [사진=수원삼성 인스타그램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게시물은 반장선거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16일에 업로드됐는데, 해당 날짜가 516군사쿠데타가 발생한 5월 16일이라는 점에서 516군사쿠데타 옹호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516쿠데타는 1961년 5월 16일 당시 2군부사령관이던 박정희 소장이 주도가 되어 군사정권을 수립한 사건으로 쿠데타의 정당성에 대해 오늘날까지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도 게시물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자주 쓰인다는 점을 들어 수원 구단과 해당 사이트 간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일간베스트'는 지역 비하와 소수자 혐오발언들로 줄곧 논란이 되어왔다.

516쿠데타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존재하는만큼 해당 게시물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또 해당 사진이 일간베스트에서 사용됐다는 비판 역시 그런 사실을 애초에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아길레온의 3선을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빗댄 수원 구단의 역사의식에 있다.

아길레온은 지난 2020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도입한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통해 3년 연속 반장에 올랐다. 투표 기간 내 1개의 계정으로 하루 1회 투표할 수 있으며, 한번 투표 시 총 3개의 후보를 동시에 찍어야 한다.

MHN스포츠

반장선거 현장 유세에 나선 구단 마스코트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인의 계정으로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의 개념을 도입해 대중적인 참여를 유도해왔다. 실제로 수원삼성의 수많은 서포터즈들이 아길레온의 반장선출을 위해 매일 투표에 참여했으며, 1회 3투표라는 점을 이용해 타 구단 팬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하는 노력 끝에 3년 연속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울산현대의 미타가 턱 밑까지 추월하며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투표 결과 미타(2위, 36,248표)가 단 258표 차로 아길레온(1위, 36,505표)에 밀렸지만 마스코트를 반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울산팬들의 눈물나는 노력이 돋보였다.

MHN스포츠

아길레온(좌), 미타(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난 3번의 결과는 K리그팬들의 열띤 참여가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이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배제한 유신헌법으로 7년 간 정권을 연장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통치를 아길레온의 3선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는 것은 지난 3년간 이어진 팬들의 참여를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이다.

2등이 없는 1등은 없으며, 아길레온의 3년 연임 역시 매년 반장선거 행사를 지탱해 온 팬들의 참여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게시물 사건은 K리그 팬덤 전체에 큰 상처를 안겼을 뿐만 아니라 마스코트 선거의 기본 취지까지도 훼손했다.

더욱이 K리그 저변확대를 노리는 연맹의 입장에선 행여나 이번 논란으로 프로축구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 실추까지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리그의 얼굴'로 불리는 마스코트 반장이 '독재 미화'로 논란이 된 가운데 추후 연맹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기대가 된다.

<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