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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빙자한 착취로 플랫폼 노동환경 악화…콜센터가 문제의 원형”[논설위원의 단도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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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연구하는 김관욱 교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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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지난 11일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콜센터의 프랙털 구조가 전 사회로 복사돼 확장되며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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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2003년 의대 졸업 후 진료실에서 만난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높은 흡연율에 의문을 품게 된 이후 흡연과 중독, 감정노동과 건강이란 주제에 천착해왔다. 2013년 서울대에서 의료인류학 석사, 2018년 영국 더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지난해까지 의사로 일하면서 인류학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다. 최근에는 과학적 입증 가능성 너머의 피해자들인 콜센터 상담사, 이주노동자, 부랑인시설 입소자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굿바이 니코틴홀릭> <사람입니다, 고객님>, 공저로는 <아프면 보이는 것들>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등이 있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 매일 전화 300통 이상 처리
너무 많지 않냐고 업체 간부에 물어보니 본인도 동의

한국 사회에서 콜센터는 불공정한 노동시장의 프랙털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1970년대 구로공단 제조업 공장에서 수출 납기에 맞춰 고카페인 알약 ‘타이밍’을 삼키며 초과노동을 강요받던 저임금 여성들이, 2020년대 구로디지털단지 하청업체의 작은 부스에서 니코틴 성분에 의존해 밀려드는 전화상담을 처리하는 비정규직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노동자 1996명을 조사한 결과 48%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4명 중 1명은 업무가 많아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는 “50년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세금처럼 바치며 일하는 한국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면서 “헌신을 빙자한 노동착취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이 되면서,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노동환경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선의 단초는 “플랫폼노동의 원형인 콜센터”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11일 덕성여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백신 접종, 재난지원금 등 콜센터는 없어선 안 될 필수적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노동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는 매일 인바운드(걸려오는 전화) 130~150통, 아웃바운드(직접 거는 전화) 200통을 처리해야 합니다. 너무 많지 않냐고 업체 실장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대요. ‘도달 못할 극단적 기준을 한 번 정해본 것’이라고 해요. 상담사 중 제일 잘하는 S급, 그다음이 A·B·C급인데 누군가 식음을 전폐하고 1초도 안 쉬고 해내면 나머지 상담사들도 결국 따라간다고 합니다. 인원수는 똑같은데 콜수는 늘어나고 교육조차 생략됩니다. 재난지원금 문의 때 당일 아침 정보집을 받은 상담사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뿐이었습니다. 상담사가 받는 정신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30% 넘는 흡연율은 개인이 아닌 직군 문제라고 보셨지요.

“콜센터는 인위적 흡연천국입니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손 들고 가라고 통제할 정도로 쉴 시간을 안 주면서 담배 피우러 자리 비우는 건 허용합니다. 고강도 노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7초 만에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담배를 ‘워킹 드러그’로 이용하는 거죠. 아니면 단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셔요. 뇌에서 작용 부위가 최종적으로 같거든요. 콜센터는 ‘감정노동’으로 이슈가 됐지만 사실 이분들이 다루는 것은 정보이지 감정이 아니에요. ‘디지털 정보노동자’로 부르는 게 맞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전화 너머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한 뒤 1분30초 안에 육하원칙에 따라 상담 내용을 정리하는 건 저더러 하라고 해도 못할 정도예요.”

- 그럼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업체들은 상담사들의 노동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데 익숙합니다. 원청이 콜센터 하청업체 최소 2~3곳을 동시에 경쟁시키거든요. 코로나 재난에 콜이 폭주할 때 돈이 없어 인력 확충을 안 한 게 아닙니다. 교육을 시켜서 양질의 경력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배터리처럼 사람을 갈아끼우는 거죠. 그런데 한 10년 사이에 좀 변했어요.”

- 좋은 방향인가요.

“아뇨, 나쁜 방향입니다. 한국 콜센터 노동자는 공식적으로 40만명, 비공식적으로 200만명인데 특이하게도 98%가 여성입니다. 콜센터 일이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냐고들 하는데, 경력단절 여성이나 자녀 양육하는 주부들은 콜센터를 그만두면 재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버팁니다. 한국 노동시장이 그만큼 경색됐다는 뜻이죠. 영국에서 콜센터를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오는 ‘여성 노동직군의 게토’라고 했는데, 한국이 딱 10년 만에 그렇게 됐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적절한 임금, 노동과 휴식을 보장하는 곳에서 일하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로 조금씩 변해가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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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노동환경 심층 면접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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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중심 직종은 여성들이 몰려 있어서 저임금인 걸까요, 아니면 저임금이라서 여성들이 집중되는 걸까요.

“지난 10년간 제 머릿속에 끊이지 않던 질문입니다. 그러다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노동가치에 대한 불인정이 여전히 남아있고, 여성이라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는 느낌이 최근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흡연 때문에 콜센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소라는 걸 깨달았죠. 여성들은 시대가 변해 집을 벗어나도, 결국 또 ‘집안’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남편과 아버지가 고객과 상사로 바뀌었고, 가정 내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규범이 업체 안 규율과 통제로 전환된 겁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성별화된 노동시장’ 보고서에서 급식노동자·요양보호사·돌봄전담사 등 직종을 분석하며,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무급으로 하던 일은 직업으로서 낮은 평가를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임금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생계부양자 역할을 맡는 남성들이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쉴 시간도 주지 않고 잉여노동 짜내는 문어발식 경쟁
콜 수 느는데 교육도 생략…배터리처럼 사람 갈아끼워

- 앞으로 비정규직이 더 확대되는 구조의 원형이 ‘콜센터’에 있다고 했습니다.

“고용주가 보이지 않는 플랫폼노동의 원형이 콜센터 하청업체입니다. 원청-하청-팀장-파트장을 거쳐 14명의 팀원들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잉여노동까지 짜내는 완벽한 문어발식 경쟁이에요. 파업에 나선 분들의 요구사항은 겨우 ‘휴식 좀 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뒤에 숨은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니까 ‘정규직 전환’을 외치는 거고요. 콜센터의 프랙털 구조가 전 사회로 그대로 복사돼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교사도 기간제, 의사도 대진의를 고용합니다. 우리보다 10년 앞선 영국은 시간제 근로인 ‘제로 아워 계약’이 2010년대 후반부터 문제가 됐어요. 이에 따른 불만이 결국 브렉시트 통과로 이어졌죠.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나빠졌다고 유권자들이 착각했던 거예요. 하지만 한 번 악화된 고용조건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 얼마 전 한 영화관 직원이 코로나 이후에도 인력이 정상화되지 않아서 12시간씩 밥도 물도 못 먹고 일한다고 호소한 글이 생각납니다. 고용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중요한 지적입니다. 100% 시키던 것을 코로나 시기에 어쩔 수 없어서 180%로 확 늘렸더니 ‘하네?’ ‘되네?’ 그럼 되는 거를 기준으로 잡고 그대로 가는 거죠. 이윤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가장 쉽게 하는 게 투자비용, 그중에서 고용과 월급을 줄이는 겁니다. 지금 공공의료 인력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공공의료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인됐는데 꼼짝도 안 하고 있어요.”

- 과로하면 건강을 해치게 되잖아요.

“저는 의료인류학자로서 노동자들의 건강이 세금처럼 착취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일에 헌신할 것을 요구하면서, 헌신에 따른 결과의 책임은 관리를 못한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식입니다. 담배도 적당히 피웠어야지, 힘들면 네가 알아서 쉬지 그랬느냐는 거죠. 콜센터 노동자 중에는 충수염 의심 증상인데도 병원 들렀다 출근하라는 얘기를 듣거나, 유산 기미가 있는데도 출근 도장을 찍고 가라고 요구받는 경우마저 있었어요. 한국 사회 전체에서 ‘헌신’이 디폴트가 되고, 그게 프로페셔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불합리합니다. 결국 이를 통해 이윤을 얻는 것은 기업뿐이에요. 밥도 안 먹고 콜 처리해서 1등을 한 ‘우수 상담사’를 칭찬하며 박수 치는 문화가 과연 누굴 위한 걸까요.”

노동자에게 이렇게 혹독한 문화에 대해 김 교수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쓴 <불쉿잡>을 여러 번 언급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 도덕주의자들의 기본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는 공짜로 뭔가를 바라는 사람들의 포로가 되었다는 논리, 빈민은 일할 의지와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논리, 하고 싶은 정도보다 더 열심히 일한, 되도록 혹독한 감독자 휘하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동료 시민의 존경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논리다. 노동에서의 사도마조히즘적 요소는 (…) 일 자체를 정당화하는 핵심요소가 되어 버렸다. 고통은 경제적 시민이라는 증표가 됐다.”

헌신이 디폴트가 되고, 그게 프로페셔널로 받아들여져
노동자 건강 착취당하는 사이 이윤 얻는 것은 기업뿐
우리가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이윤 중심 고리 끊어내야

- 그렇다면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덴마크에는 ‘얀테의 법칙’이 있어요. ‘내가 타인보다 절대 우월하지 않다’는 규범이에요. 내가 갖지 못한 경험과 장점을 상대방이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덴마크 사회는 작은 소모임들을 만들어 기후변화와 각종 사회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도, 나보다 못할 수 있는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조세에 협조하는 거예요. 이 같은 사회에서 일한다면 피로하더라도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언급한 ‘본태적 피로’일 거예요.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작은 소모임들을 깨부수고 모두가 앞만 보게 만듭니다. 내가 일한 것이 나의 보람, 동료와의 연대감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고립된 피로감, ‘분열적 피로’로만 이어집니다. 노동자는 ‘얼굴과 가슴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 저서 <사람입니다, 고객님>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서로 연대하며 회복하는 미래콜센터 여성 상담사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니까 집에서 욕을 엄청 먹었대요. 애 보고 살림해야지 어디 집을 비우냐고요. 아직 콜센터 99.9%는 노조가 없지만 구로동맹 파업을 비롯해서 1980년대 노동운동을 이끌어간 게 여성이었어요. 그만큼 혐오와 모멸감 속에 살았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어 치열하게 싸웠던 거죠. 최근에 파업했던 노동자분들을 만났는데, 얻어낸 성과가 ‘기본 휴게시간 15분’일 뿐이지만 자신의 노동가치를 깨닫고, 상담하는 시민에게 좀 더 정보를 전달하려 애쓰게 됐다고 해요.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신자유주의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서로를 돌봐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체제’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고용주가 상담사를, 상담사가 시민을 배려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이윤 중심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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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사 80% 질병 얻거나 지병 악화…10명 중에 2명꼴로 우울증·정신질환 겪어

콜센터 상담사들은 일을 한 뒤 80%가 새로운 질병이 생기거나 있던 병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김관욱 교수는 말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50%가 갖고 있다고 한다. 몸은 아픈데 병원에 가도 딱히 병인을 찾지도, 즉각적 효과로 이어지는 치료를 받지도 못한다. 김 교수는 뇌과학으로 설명 가능하다며 책상 위에서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집어들었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신체 내부 환경을 통제하는 ‘신체 예산 관리 부위’가 있다. 에너지 분출이 필요하다고 예상되면 이 부위에서 콩팥에 있는 부신에 코르티솔 호르몬을 방출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이런 예산 균형이 장기간 깨지면 신체 예산은 만성 적자 상태가 된다. 특히 스트레스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시토킨이 분비되고, 더 많은 코르티솔 호르몬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염증이 유발된다. 그러면 신체가 무기력해지기 시작하며 뇌의 신체 예산 관리 부위가 에너지를 아끼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때 살이 찌면 지방에서 시토킨을 분비하기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며 고립돼도 시토킨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면역체계가 엉망이 되면서 당뇨, 심장병, 우울증, 기억감퇴 등으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상담사들이 우울증과 불안장애,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경험이 10명 중 2명꼴”이라며 “이 같은 상태에서 몸은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그리고 움츠러든다”고 말했다. 한 상담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 목소리를 낼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자신의 상황을 ‘불판 위의 오징어’에 비유한 데 대해 “자세가 감정의 표현이라는 걸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례”라고 그는 말했다.

감정을 바꾸는 가장 쉬운 응급처치는 몸을 펴는 스트레칭이라고 한다. 자세와 감정은 분리할 수 없고 “몸을 펴는 스트레칭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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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논설위원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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