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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크라 “병사들 목숨 지키려” 82일간의 마리우폴 항전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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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조우스탈에 전투종료 선언
부상병 264명 친러 지역 이송
“러와 포로 교환 협상 해갈 것”



경향신문

옮겨지는 ‘마리우폴 수비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마지막 항전 거점이었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함락된 후 우크라이나군 부상병이 들것에 실려 러시아군 점령지인 노보아조우스크의 의료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노보아조우스크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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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82일간 이어온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항전을 중단했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의 항전을 이어온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백기를 든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총장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최고 군사령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부대 지휘관들에게 스스로 목숨을 부지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전투종료 선언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하던 부상병 264명이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송된 뒤에 나왔다. 중상자 53명과 부상 정도가 알려지지 않은 장병 211명은 앞서 제철소를 빠져나와 친러 정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의료 시설로 이송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웅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웅을 살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불행히도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러시아군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포위망을 뚫을 수 없었다”며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러시아와 포로 교환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마리우폴 수호자들의 결사 항전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적군에 대항할 중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치하했다.

마리우폴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부터 이곳 함락에 공을 들였다. 러시아군은 일찌감치 포위 상태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해 도시의 90% 이상이 폐허로 변했다. 민간인이 최대 2만명 이상 살해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월부터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 저지선으로 삼고 지난 15일까지 러시아군과 전투를 이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소이탄 등을 사용하면서 공세를 강화하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결국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전투 중단을 선택했다. 고온의 열기로 주변을 태워버리는 소이탄은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페트르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지옥이 지상에 내려왔다”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약 2000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말랴르 차관은 이들에 대한 구조작전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점령으로 동남부 전선을 정리한 후 서부 르비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 일대에 포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은 마리우폴을 러시아에 내준 대신 제2 도시인 동북부 하르키우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을 국경 지역까지 몰아내는 승리를 거뒀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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