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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부족한 삼류 선수였던 나…아들에겐 ‘정반대’로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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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만든 ‘올바른 아빠 찬스’…“기본, 기본, 기본”에 충실했던 손웅정씨

[경향신문]

경향신문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 수오서재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제공


축구를 배운다는 건 기본기를 배우는 ‘오랜 여정’의 시작
어릴 때부터 체계적 훈련 받았던 흥민이도 7년이나 걸려
몸 밸런스·공에 대한 감각 등 키우는 데 많은 시간 투자
양발잡이로 만들고자 양말도 왼발부터 신는 습관 들여
실력보다 ‘인성 바른 사람’으로 자라는 것에 심혈
아들의 축구, 유소년들에 좋은 참고가 되길

아들 손흥민(30·토트넘)을 세계 정상급 축구선수로 키워낸 아버지는 여전히 겸손했다. 그가 변함없이 강조한 것은 첫째도 기본기, 둘째도 기본기, 셋째도 기본기였다. 축구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손웅정씨(60)는 15일 경향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본기이며 공을 잘 차기 전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씨는 “축구를 너무 좋아했지만 나는 죽을힘을 다해 뛸 뿐 기술이 부족한 삼류 선수였다”며 “나처럼 축구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와 정반대로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손씨가 기본기, 몸 밸런스, 공에 대한 감각 등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이유다. 손씨는 손흥민을 ‘양발잡이’ 골잡이로 키우기 위해 양말, 유니폼, 축구화를 신을 때도 왼발부터 먼저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던 교육법도 털어놨다.

손흥민은 이날 토트넘 홈에서 열린 번리전에 풀타임 출전했다. 손씨도 현장에서 관전했다. 손흥민은 골을 넣지 못했지만 팀은 1-0으로 이겼다. 4위 경쟁팀 아스널이 17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패하면서 토트넘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가 유력해졌다. 손흥민은 21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22골)에 이은 득점 랭킹 2위다. 살라흐는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손흥민이 오는 23일 시즌 최종전 노리치시티전에서 골을 넣으면 득점왕이 될 수도 있다.

- 축구정신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손흥민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 축구를 한다는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길 바랐다. 자식이 공만 잘 차는 기계가 되는 걸 원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축구장 밖에도 축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영국 런던에서 경기가 있는 날 함께 축구장을 찾는 가족을 보면 그들의 일상과 축구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새삼 느끼곤 한다.”

-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교만할 수 없다.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도 자서전에서 ‘내가 만난 월드클래스 선수 중 인성이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 연령대별로 손흥민을 다르게 훈련시켰을 것 같다.

“훈련 시작할 때 강조한 것, 약속한 것 등 두 가지를 말하겠다. 훈련 시작할 때 강조한 것은 ‘기본의 중요성’이다. 아주 오랜 시간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축구에서 모든 건 기본기에서 나온다. 경기에서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패스, 드리블, 헤딩, 슈팅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어릴 때 익힌 동작이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 찰나의 간결한 볼 터치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축구를 배운다는 것은 기본기를 배우는 오랜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흥민이도 기본기를 배우는 데 7년이 걸렸다.”

- 약속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약속한 것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지’ 항상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중간에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수준에 닿을 수 있다. 끈기와 집중력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라서 의지가 중요하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나. 흥민이가 은퇴하면, 그동안 쌓아둔 축구와 근력에 대한 경험, 훈련법을 유소년들에게 지도하고 싶다.”

- 손흥민은 양발을 잘 쓴다. 집중적으로 훈련한 게 있나.

“본능적으로 오른발이 먼저 튀어나오기보다는 가장 필요한 발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했다. 흥민이에게 ‘왼발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흥민이가 본격적으로 슈팅 훈련을 할 때도 날마다 왼발부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체력이 좋을 때 왼발 슈팅 훈련을 먼저 하고 그게 끝나면 오른발 슈팅 훈련을 했다. 그 덕분인지 이제 흥민이는 슈팅만큼은 왼발이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 생활습관도 왼쪽부터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 스타킹이나 양말을 신을 때도 왼발부터, 유니폼 입을 때도 왼발 먼저, 운동화 끈을 묶을 때도 왼쪽부터, 경기장에 들어설 때도 왼발부터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하루에 왼발 슈팅 500개, 오른발 슈팅 500개를 차게 한 적도 있다. 공을 100개 사서 마치 테니스 연습하듯 슈팅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 극도로 긴장된, 아주 짧은 순간 이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면.

“정말 극도로 긴장된, 아주 짧은 순간에 이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때는 훈련을 통해서 몸에 배어 있는 동작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축구 경기에서 판단은 심판의 몫이지만, 선수는 그때마다 경쟁 속에서도 존중과 존경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축구의 묘미고, 축구가 아름다운 스포츠인 이유다. 서로가 보호해줘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공만 잘 찬다고 좋은 선수는 아니다.”

- 훈련 못지않게 휴식도 중요하다. 효율적인 휴식법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몸에 좋은 건 먹고 나쁜 건 먹지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 않게 하려고 했다. 축구를 위해 몸을 최적화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일 뿐이지만, 모두 알지만 그대로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연습을 마치면 다음 훈련을 위해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나도 선수 때 숙소 밖을 나가지 않아서 ‘숙소귀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 요즘 유소년 육성 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급하다고 해서 단계를 건너뛰지 말고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월드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 비디오테이프를 300개 정도 갖고 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기술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 훈련을 준비해 지도했다. 모든 훈련마다 공을 갖고 했다. 공 없이 운동장만 도는 훈련은 좋아하는 축구를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손흥민은 괄목상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슈퍼스타가 되리라 기대하나.

“2021~2022시즌이 끝나간다. 시즌을 마치면 바로 2022~2023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나를 포함해 모든 축구팬이 기대하는 월드컵도 열린다. 기회가 주어지면 흥민이가 국가대표팀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겠다. 흥민이에게 최고 경기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바로 내 앞에 있는 경기라고 말한다.”

- 그래도 손흥민은 이미 슈퍼스타가 돼 있지 않나.

“경기를 준비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보면 슈퍼스타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늘 다음 경기에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경기를 통해 남는 기록 앞에 겸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칭찬과 박수, 모든 응원에 감사드린다. 아들이 보여주는 축구가 선수가 되려는 유소년에게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손흥민에 대한 고민거리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오르는 것, 뛰어난 기록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것, 온 국민이 알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것,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흥민이가 지금 그 길 위에 있는지, 앞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을지가 내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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