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fn스트리트] 처칠과 애틀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영화 '다키스트 아워' 중 한 장면.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인간적 고뇌를 다룬 영화가 '다키스트 아워(2017)'다. 처칠로 완벽히 분장했던 배우 게리 올드만은 이 역으로 그해 영화계 주요상을 싹쓸이했다. 처칠은 총리가 되고 한달 뒤 의회 연설에서 프랑스 공방전 후의 처참한 심경을 이 두 단어로 표현했다. '다키스트 아워'는 그때 나왔다.

가장 어두웠던 시간, 그 긴박한 상황을 다룬 이 영화는 처칠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의 거침없는 의회연설(1940년 5월 9일)이 첫 장면이다. 애틀리는 독일 히틀러의 평화 의지를 믿고 싶어했던 총리 네빌 체임벌린을 향해 독한 추궁을 퍼붓는다. 나치 도발을 방조한 체임벌린이 물러나야 거국 내각에 동참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쩌렁쩌렁했다.

실제로 체임벌린은 바로 사임했다. 후임으로 지명된 처칠의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없다"는 세기의 명언은 그 직후(1940년 5월 13일) 나왔다. 처칠은 그 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승리다. 같이 함께 전진하자(1940년 6월 3일)"라는 어록을 남겼다.

명연설로 대중을 사로잡은 보수당 처칠이 전황과 외교를 담당할 때 노동당 애틀리는 내치를 책임지며 처칠을 보좌했다. 민심에 가깝게 있었던 이는 애틀리였다. 두 사람의 정치구도는 1945년 7월 총선 후 반전을 맞는다. 전쟁에서 이긴 뒤 인기 절정이던 처칠은 선거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처칠은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전후회담 중간 잠시 귀국한 뒤 다시 떠나지 못했다. 포츠담회담 마무리는 예상을 뒤집고 새 총리가 된 애틀리의 몫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처칠과 애틀리 파트너십을 거론하며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처칠과 애틀리의 협치는 현대정치 최고의 교본이다. 민심을 놓치면 권력도 순간이라는 교훈도 이들에게서 함께 얻을 수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